검찰, 대장동 녹취록 속 김만배 ‘350억 실탄’ 규명에 총력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09 00:28

업데이트 2021.10.09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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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호 01면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뇌물공여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배임, 8억원대 뇌물 혐의, 김만배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확인하고 있다. 천화동인 5호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대장동 녹취록’ 속에 관련 의혹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계사는 유 전 본부장, 김만배씨,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등과 함께 이번 사건 핵심 인물 중 한 명이다. 녹취록에는 “350억 실탄” 언급도 포함돼 있다. 김만배씨가 “성남시의회 의장에게 30억원, 시의원에게 20억원이 전달됐다. 실탄은 350억원”이라고 말했다는 내용이다.

경찰 수사도 진전을 보였다. 경찰은 이날 유 전 본부장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지난달 29일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할 때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져버렸다. 경찰은 전날 유씨 거주지인 경기 용인시 오피스텔에 설치된 CCTV를 토대로 휴대전화를 가져간 인물을 특정한 뒤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유씨의 휴대전화 속에서 이번 사건의 의혹을 풀 단서가 발견될지 주목된다. 한편 검찰은 미국으로 출국한 남 변호사의 여권 무효화를 외교부에 요청했다.

김만배 수표 4억원, 남욱 거쳐 유동규에게 갔는지 추적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천화동인 1호 이한성 대표(가운데)가 8일 경기도 수원 경기 남부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을 받는 천화동인 1호 이한성 대표(가운데)가 8일 경기도 수원 경기 남부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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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1일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에 참여하게 된 경위와 특혜를 누릴 수 있도록 이익배분 구조가 설계된 이유 등을 캐묻기 위해 김만배씨의 동생 김석배 화천대유 이사를 불러 조사했다. 그러나 김만배씨 측은 “사업 비용 정산 과정에서 ‘내가 부담해야 되네, 네가 부담해야 되네’하면서 녹음된 내용으로 다 근거가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검찰은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가 제출한 녹취록의 신빙성을 신중하게 따져보고 있다. 김씨 측이 “당사자 조사도 없이 정 회계사의 말만 믿고 사건을 구성한다”고 반발하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은 정 회계사를 지난 5일과 7일 추가로 소환했다. 한편, 이날 한 언론이 정 회계사의 공익신고인 보호 요청을 검찰이 거절했다고 보도한 데 대해 검찰은 “그런 요청이 들어온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검찰은 정 회계사와 관련한 의혹을 살피기 위해 김모 성남도시개발공사 판교스포츠팀장도 불러 조사했다. 김 팀장은 정 회계사와 같은 회계법인에서 일하다 2014년 10월 유 전 본부장이 신설한 공사 전략사업실장으로 추천돼 채용됐다. 그는 유 전 본부장의 배임 혐의를 규명할 핵심 인물로도 꼽힌다. 전략사업실은 2015년 5월 민간사업자의 초과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개발사업1팀 내부 검토 의견을 묵살했단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당시 개발사업1팀 소속이던 이모 파트장도 참고인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또 천화동인 4호의 숨겨진 옛 사무실을 찾아내 압수수색 했다.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는 남욱 변호사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의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가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로부터 수표 4억원어치를 받아 썼다는 기록을 포착했다. 천화동인 4호가 지난 1월 김씨로부터 1000만원짜리 수표 40장(4억원)을 받은 뒤 직원 성과금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의 회계 자료다. 김씨는 대장동 의혹의 ‘키맨’인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뇌물로 수표 4억원 등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검찰은 이날 압수한 회계 장부에 기록된 수표 4억원이 김 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수표 4억원과 일치하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3일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할 당시 영장에 “김씨로부터 수표 4억원과 현금 1억원을 받았다”라고 적시한 바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 변호사가 뇌물을 전달할 목적으로 받았다면 제3자뇌물취득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의 경우 뇌물이 남 변호사를 통해 실제로 건너갔는지와 상관없이 요구하거나 약속하기만 해도 뇌물 혐의를 벗을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하지만 김씨 측 변호인은 “김씨가 동업자 관계인 남 변호사로부터 돈을 빌렸다가 4억원어치 수표로 갚은 것”이라며 “남 변호사가 ‘직원들에게 성과금 등의 명목으로 나눠줘야 하니 1000만원짜리 수표 40장으로 달라’고 해 그렇게 했다”라고 해명했다.

김씨 측은 또 유 전 본부장에게 수표 4억원을 줬다는 뇌물 공여 혐의도 거듭 부인했다. 지난달 27일 천화동인 5호 소유자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내부 고발을 하며 관련 녹취 파일과 사진 등을 제공했는데, 검찰이 이것만 믿고 무리하게 뇌물 혐의를 뒤집어씌웠다는 게 김씨 변호인의 주장이다. 수표 4억원과 함께 넘어간 것으로 의심되는 현금 1억원에 대해선 “현금 1억원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라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김씨로부터 수표 4억원이나 현금 1억원을 받은 적 없고 남 변호사 회계 장부에 왜 김씨의 수표 4억원이 언급됐는지 모른다”라고 했다.

검찰은 이날도 유 전 본부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그는 김씨로부터 5억원 등 총 8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대장동 사업을 이끌며 부당하게 민간 사업자에 이득이 집중되도록 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준 배임 혐의도 받는다. 유 전 본부장의 ‘윗선’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연결됐을지 관심을 끈다.

경찰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이한성 천화동인 1호 대표를 소환했다. 이 대표는 출석에 앞서 배당금이 정치 후원금으로 쓰인 의혹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건 말이 안 된다”며 부인했다.

경찰은 또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50억원을 받은 곽상도 의원 아들 곽모(32)씨를 이날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달 30일 곽씨를 출국금지 조치한 경찰은 곽씨가 받은 퇴직금의 대가성 여부 등을 규명할 예정이다. 김만배씨로부터 100억원을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난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 이모씨(50)도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박 전 특검은 이씨가 대표로 있던 회사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한 바 있어 일각에선 김씨가 건넨 돈이 박 전 특검으로 전달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전 특검과 이씨는 각각 “의혹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한 바 있다.

한편 이재명 지사 측은 이날 성남시에 화천대유가 가져간 개발이익을 환수하라고 촉구했다.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이 뇌물 혐의로 구속됐다는 이유다. 경기도는 지난 6일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공문을 보내 화천대유 등 민간사업자 자산을 즉각 동결 조치하고, 개발이익이 추가 배당되지 않도록 조치를 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화천대유는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청렴이행서약서’를 제출했고, 이 서약서에 따라 민간 사업자의 금품 제공 등 불법 행위가 확인되면 발생한 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범죄 수익은 어차피 몰수된다”며 “이 지사 측이 보여주기식 쇼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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