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대 曰] 낯 두껍고 속 시커먼 ‘후흑 게임’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09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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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호 30면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배영대 근현대사연구소장

두 개의 게임이 우리 사회를 맴돌고 있다. 하나는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다른 하나는 대선과 관련된 ‘대장동 게임’이다. 비슷한 시기에 오락과 현실에서 펼쳐지는 두 종의 무한경쟁이 서로 닮아 보인다. 오락은 돈과 생존을, 현실은 돈과 권력을 향해 질주한다.

‘오징어 게임’의 판돈은 456억원. 한 사람 목숨이 겨우 1억원인데, 456명의 판돈을 모으니 456억원이나 된다. 한 사람의 일생에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할 것 같지는 않은데, 목표로 설계된 456억원이란 인공 궤도를 아무도 벗어나지 못한다. 한 명만 살아남는 처절한 싸움이다.

링 오른 선수는 ‘관객 자화상’일 수도
국민의 마음이 환해야 후보도 밝아져

오락 판돈의 크기는 ‘대장동 게임’을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대장동 게임’의 판돈은 무려 8000억원에 달한다. 계속 더 늘어 1조원대가 되리라는 얘기도 있다. 판돈의 규모를 보면 현실이 더 오락 같다. 한 개인이 대장동에서 1000억원을 벌었다는 얘기가 무감각하게 오간다. ‘오징어 게임’처럼 목숨을 건 처절함도 보이지 않으니 오히려 ‘대장동 게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이긴 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독식의 구조에서 경쟁이 공정하게만 진행되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오징어 게임’은 복잡해 보이는 우리 삶의 애환을 몇 개의 게임으로 단순화시켰다. 네모와 세모와 동그라미는 단순함을 상징하는 기호다.

‘대장동 게임’도 겉으론 매우 복잡해 보이지만 그 심층 구조는 ‘오징어 게임’처럼 단순한 면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네모, 세모, 동그라미처럼 3단계로 나눠볼 수 있겠다. 첫째 싼값에 토지를 사서, 둘째 그 토지에 아파트를 지어 비싸게 분양해 수익을 냈고, 셋째 몇몇 개인이 막대한 수익을 가져갔다.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수익금을 소수의 개인이 가져간 점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런 부동산 개발의 인허가 과정에 비리가 없었는지를 따져보는 게 여야 공방전의 내용이 되겠다. 아무리 부정부패의 수법이 교묘하게 발전해 4차 함수처럼 복잡하게 꼬여 있어도 결국 덧셈 뺄셈이란 산수의 기본을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사건에 연루된 이들의 면면을 보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포진해 있다.  그래서 양당은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한다. 서로 상대편에게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비난하는 양상이다.

홍준표 후보가 ‘후흑(厚黑)’이란 말을 썼다. 면후(面厚)와 심흑(心黑)을 합성한 표현이다. 얼굴이 두껍다는 뜻의 면후(面厚)는 뻔뻔함을, 마음이 검다는 뜻의 심흑(心黑)은 음흉함을 가리킨다고 한다. 대개 거짓말과 속임수를 밥 먹듯이 해대는 처세술을 비유한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후흑이란 용어가 1912년경 중국에서 처음 쓰일 때의 학술적 의미는 그리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는데, 야당의 홍 후보가 여당 후보를 공격하며 한 말이라는 점에서 좋은 뜻으로 썼을 것 같지는 않다.

누가 더 두껍고 어느 쪽이 더 검은지를 놓고 벌이는 ‘대장동 게임’이라 할 수도 있겠다. 나쁜 의미의 ‘후흑 가면’을 벗겨내는 일은 검찰이나 언론·시민단체 등 제3의 기구에서 공정한 잣대로 해야 할 텐데, 그런 기구마저 불신을 받고 있으니 더욱 문제다. ‘대장동 게임’에선 정의를 생명처럼 여겨야 할 법조계와 언론계 인물들이 악역으로 열연을 펼친다. 무엇보다 대법관 역을 맡은 이의 ‘재판 거래’ 의혹은 밝혀지는 게 좋겠다.

후흑과 부끄러움의 문제를 대선 링에 오른 선수들에게만 덮어씌울 수도 없을 것 같다. 예능의 팬심처럼 민심이 작동하는 세태 아닌가. 선수들은 팬심을 반영하는 거울 혹은 자화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후보가 먼저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보면 좋겠지만, 최종 선택권은 국민에게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이 환해질 때 후보들의 얼굴도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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