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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는 부동산값, 지방에 답 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57호 21면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
마강래 지음
메디치

누군가 책 제목에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겠다. 부동산 때문에 누구나 불행한 건 맞지만 모두가 공평하게 불행한 건 아니라고 말이다. 가령 작은 집을 가진 사람의 상대적 박탈감이, 집 없는 사람의 좌절과 공포보다 더 큰 고통이라고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어쨌든 집 가진 사람들은 모종의 안도감을 느끼지 않나. 정부 실정 탓이든 시중에 잔뜩 풀린 돈 때문이든, 집값은 미친듯이 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싸잡아서 피해의식을 자극하는 책의 제목은 부동산에 관한 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억울해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동의할 수 있다. 그 구체적인 내용들을 주워섬기는 건 동어반복이다. 지루할 정도다. 어쨌거나 부동산 때문에 우리는 누구나 슬프거나 억울하거나 허탈하거나 아쉬워하고 있다는 게 책의 출발점이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책의 표현대로 온갖 이슈를 집어삼키는 부동산 블랙홀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뭘까. 경제면 부동산 기사를 면밀하게 따라 읽은 사람이라면 책 안의 부동산 시장 진단과 문제의 원인 분석이 그리 참신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이력은 부동산 시장이라는 울타리 안에만 갇혀 있지 않았던 듯싶다. 국내 학부에서 응용통계학을 전공하고 런던대에서 도시계획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정세균 총리실에서 부동산 특보팀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개혁의 시선에서  폭넓게 부동산에 접근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얼키고 설킨 부동산 해법은 없을까. 파주 접경 지역에서 바라본 운정·일산 신도시. [연합뉴스]

얼키고 설킨 부동산 해법은 없을까. 파주 접경 지역에서 바라본 운정·일산 신도시. [연합뉴스]

저자는 각종 강연에서 부동산 망국병 해법으로 지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의 그런 강연 취지와 달리 반드시 나오는 질문이 있단다. 당장 부동산을 사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묻는 질문이다. 저자는 그럴 때 이렇게 답한다. 새소리 나는 데 말고 차 소리 나는 곳의 집을 사라.

대도시 역세권에 집을 사라는 얘기가 아니다. 역설적으로, 지방에 차 소리 나는 대도시를 키워야 한다는 뜻을 담은 답변이다.

전국 집값은 서울 집값이 끌어 올린다. 서울 집값은 강남이 끌어 올린다. 그래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결과적으로 강남의 다주택자들을 때려잡는 수요 억제 정책에 집중됐다. 부동산 거래세와 보유세를 크게 올려 사기도 팔기도 어렵게 했다. 집권 여당 국회의원은 1가구 1주택 원칙을 강조하는 주거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해 헌법적 권리인 재산권을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불필요한 논란을 불렀다.

그런데 1가구 1주택을 실현해 모두가 집을 갖게 하려는 정책은 동유럽 루마니아의 사례에 의해 간단히 비현실적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2019년 기준 루마니아의 자가 주택 보유율은 96%였다고 한다. 법으로 1가구 1주택을 강제한 결과다. 문제는 시중에 나와 있는 집이 없다 보니 새집으로 이사가기도, 다른 도시로 새로운 직장을 찾아 떠나기도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건설업은 위축됐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자 뒤늦게 공급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공급 정책은 목마르다고 바닷물 마시면 더 목이 타는 것처럼 역시 한계가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지방으로 주택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거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 베이비부머들의 지방 이주 촉진, 수도권에 맞먹는 지방의 메가시티 구축, 행정구역 통합 등을 제안했다. 지금까지의 지방 혁신도시 조성 정도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찬밥 더운밥 가릴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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