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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뺨치는 훈민정음 이야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57호 20면

날아라 훈민정음

날아라 훈민정음

날아라 훈민정음
정영애 지음
나녹

훈민정음을 만든 원리를 설명한 해례본 중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발견된 상주본. 소유를 주장하는 인물이 “1000억원을 주면 국가에 넘기겠다”고 해 화제가 됐던 판본이다. 2019년 대법원이 훈민정음 상주본의 소유권이 문화재청, 즉 국가에 있다고 판결했지만 아직도 행방이 불투명하다.

어린이책 작가인 저자 정영애는 훈민정음 해례본의 도굴, 절도, 은닉과 관련한 이야기로 추리소설처럼 책을 시작했다. “훈민정음에 대한 모든 것을 너에게 들려줘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어”라면서. 청소년이 흥미를 느낄만한 이야기로 시작해 훈민정음의 역사를 설명하는 책이다.

이야기의 진정한 출발은 물론 세종이다. 당대 세력과 부딪히며 말과 글의 호환을 고민했던 세종의 마음을 헤아린다. 세종이 나빠진 건강과 싸우며 훈민정음의 체계를 다듬은 이야기로 시작해 총애를 받았던 신미 스님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문종·단종·세조는 물론 고종 시대까지 한글의 역사를 훑어 내려간다. 이 과정에서 권력이 뒤바뀌는 역사 이야기가 들어가게 되고, 한일합병에서 시작해 세계의 근대사까지 포괄한다.

청소년을 위하는 만큼 말투는 친절하고 설명은 쉽다. 평어체로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예를 들어가며 한글의 역사를 풀어나간다. 무엇보다 고등학생인 정진원(엘리자베스 정)이 한글의 21세기를 서술한 부분이 눈에 띈다. 미국 미시간주에서 태어난 정진원은 현재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정영애 저자가 해방 이후까지 서술한 한글의 역사에 이어 정진원은 싸이 ‘강남스타일’, 봉준호 ‘기생충’, 방탄소년단의 한국어 가사를 다룬다. 세계적 문화 현상을 가능케 한 한글의 세계적 위력에 대해서 썼다. 그는 또 책의 모든 내용을 번역해 영어본을 별도로 출간했다.

정진원은 한글을 “완벽한 문자”라며 세계에 처음 알린 호머 헐버트 박사, 세종을 “동양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 칭했던 펄 벅 소설가를 소개하면서 한글과 한국어의 가치를 역설한다. 그는 책에서 “한글이 걸어온 길이 너무나 험난해 속상했지만, 한글과 관련된 이야기는 기쁨과 놀라움이다. 모두가 한글의 소중함을 마음 깊이 간직하길 바란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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