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비엔날레·아트페어…가을 예술의 향연 줄잇는다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0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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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호 19면

10월은 미술 천국 

‘천고미비(天高美肥)’의 계절이라고나 할까. 말이 살찌는 것이 아니라 미술계가 살찌는 시즌이라는 의미에서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생활에 따른 인테리어 교체 열풍과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그림과 조각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면서 미술계는 올 초부터 살이 통통해졌다. 이 가을 미술관, 갤러리, 아트페어, 비엔날레가 곳곳에서 그 풍요로움을 전한다.

# 왕의 귀환

이쿠 하라다의 ‘가든-화이트큐브 2020 #001’(2020). [사진 KIAF]

이쿠 하라다의 ‘가든-화이트큐브 2020 #001’(2020). [사진 KIAF]

삼성미술관 리움이 1년7개월의 공백을 딛고 리움미술관으로 8일 재개관했다. ‘르네상스맨’ 정구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아 공간 전체를 새로 꾸몄다. “마리오 보타·장 누벨·렘 쿨하스라는 세 건축 거장이 지은 이 난이도 높은 공간에 적용할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다”는 정 감독은 “가설벽으로 공간을 세분화해 동선을 짜고, 블랙 월과 유리 디스플레이 등을 활용해 관람의 집중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직접 둘러본 미술관은 이전보다 한 단계 더 고급스러워진 느낌이다. 진한 검정색 어두운 공간에 집중 조명으로 작품 하나하나를 주인공으로 부각했다.

이건용의 ‘바디 스케이프 76-1-2019’(2019). [사진 리안갤러리]

이건용의 ‘바디 스케이프 76-1-2019’(2019). [사진 리안갤러리]

세계 현대미술과 한국 고미술의 정수를 각각 선보이고 있는 2개의 상설전에는 지금까지 전시되지 않았던 작품을 대거 등장시켰다. “무엇을 어떻게 보여드릴까 하는 고민으로 휴관 기간을 너무나 바쁘게 보냈다”는 태현선 학예연구실장의 말이 무색하지 않게 “옛날에도 이런 작품이 있었네” “이 작가가 이런 작품도 했네”라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만든 빛을 품은 물고기 조각 ‘무제-로스엔젤레스 IV’(2012~2013)도 눈길을 끌었는데, 곽준영 책임연구원은 “이전 전시가 미술사적 의미에 치중했다면, 이번에는 주제를 다채롭게 구분했기에 수장고에서 색다른 작품들을 꺼내올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은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존재 이유에 초점을 맞춰 울림이 컸다. 아트숍을 없애고 대신 젊은 작가들의 공예 작품을 전진배치한 것도 신선했다.

역시 8일 재개관한 경기도 용인의 호암미술관에서는 ‘야금(冶金)-위대한 지혜’를 주제로 한국 금속공예의 독창적 아름다움을 짚었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월요일은 휴관. 무료.

# 가는 날이 아주 큰 장날

알렉산더 칼더의 ‘무제’(1963). [사진 페이스갤러리]

알렉산더 칼더의 ‘무제’(1963). [사진 페이스갤러리]

올해 20주년인 국내 최대 미술 장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13~17일 코엑스)는 이번이 한국화랑협회가 단독으로 주최하는 마지막 행사다. 내년부터는 글로벌 아트페어 브랜드인 ‘프리즈(Frieze)’와의 협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국내외 저명 화랑 170개가 참여하는데, “120개가 넘는 화랑에는 제한을 두어 아트페어의 수준을 높였다”는 것이 주최 측의 설명이다. 베를린의 쾨닉·에스터 쉽퍼·페레스 프로젝트, 뉴욕과 브뤼셀에 있는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이번에 KIAF에 처음 참가한다.

14일부터 총 11회 열리는 토크 프로그램도 알찬데, 김희근 한국메세나협회장(벽산엔지니어링 회장)·빅토리아 시달 프리즈 이사회 의장·이상진 디스트릭트 부사장·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김용주 국립현대미술관 디자인기획관 등이 강사로 나서 국내외 미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한다. 아트페어 입장료 성인 3만원.

# 진격의 국내외 거장들

줄리안 오피의 ‘사슴 1’(2020). [사진 국제갤러리]

줄리안 오피의 ‘사슴 1’(2020). [사진 국제갤러리]

국내 메이저 갤러리와 서울에 둥지를 튼 외국 주요 갤러리들도 각각 대표 작가들을 내세우며 바람몰이에 나섰다. 국제갤러리는 ‘묘법’의 대가 박서보와 함께 간결한 선으로 탁월한 묘사력을 뽐내는 영국 작가 줄리안 오피 개인전을 시작했다(7일~11월 28일). 특히 K2 2층 전시장은 사슴·강아지·수탉·소 등을 특유의 도톰한 선과 선명한 색조로 구현한 작품을 집중배치, 가족 관람객을 노렸다.

갤러리 현대는 한국 실험미술의 거장 이건용 개인전 ‘바디 스케이프’를 31일까지 열고 있다. 몸을 예술의 매체로 활용하는 ‘바디 스케이프’는 딸의 움직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데, 1976년 발표한 이래 작가를 대표하는 연작이 됐다.

지난 5월 더 쾌적해진 공간으로 이전한 페이스갤러리 서울지점은 모빌 조각으로 잘 알려진 대가 알렉산더 칼더의 1950~1970년대 작품을 선보인다(5일~11월 20일).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모빌은 물론 잉크와 과슈 작품을 선보이는 흔치 않은 자리다. 또 리만머핀 서울은 미국의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살레 개인전(7일~11월 13일)을, 페로탕 서울은 다니엘 오차드 개인전(7일~11월 26일)을 각각 진행한다.

# 미술로 하나 되는 세상

론 뮤익의‘마스크 Ⅱ’(2002). [사진 리움미술관]

론 뮤익의‘마스크 Ⅱ’(2002). [사진 리움미술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2021 미술주간’이 7일부터 17일까지 전국 6개 권역, 17개 코스에서 111회 운영된다. 올해의 장르는 사진으로, 각 미술관에서 다양한 사진 특별전이 마련된다.

또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16일부터 11월 14일까지 일광해수욕장에서 2021 바다미술제를 개최한다.

명품 브랜드도 가세했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은 메종 서울 4층에서 ‘앤디 워홀: 앤디를 찾아서’(1일~2022년 2월 6일)를 시작했다.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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