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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박이말 살리는 수 찾기’ 행사 마련하고, 도움 준 곳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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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호 19면

2021 쉬우니까 한국어다 〈9〉 

575돌 한글날을 앞둔 지난 1일 가톨릭청년회관 바실리오홀에서 한글문화연대(대표 이건범)와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으뜸빛 강병환)가 함께 준비한 한글문화 토론회가 열렸다. 포스터나 플래카드에 흔히 적히는 ‘주최’ 대신 ‘마련’, ‘후원’ 대신 ‘도움’이라고 한 표기부터 흥미롭다. 이 행사를 ‘도운’ 곳은 문화체육관광부·(사)국어문화원연합회등이다.

주제가 ‘토박이말 살리는 수 찾기’다. 이날 행사에는 우리말 쓰기를 교단에서 실천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나와 과목별 토박이말 사용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학술용어는 우리말로 ‘갈말’이라고 한다”며 “국가 교육과정에서 ‘토박이말’을 어릴 때부터 넉넉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길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행사 기획 의도를 밝혔다. ‘갈’은 배움·연구·공부라는 뜻이다.

‘우리말로 가르치자’는 주제로 발제에 나선 최무영 교수(서울대 물리천문학부)는 “뜻글자인 한자를 우리는 뜻으로 읽지 않고 소리로 읽으므로 우리말 표기에 잘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또 “영어 낱말을 번역하지 않고 한글로 쓰거나, 로마자 그대로 쓰면서 우리말은 토씨로 전락한 경우, 심지어 아예 영어 로마자 그대로 쓰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최 교수는 영어와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시민들에게 언어 소통의 박탈감을 주고 특히 다음 세대를 이어갈 어린이와 젊은이들의 세계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한글을 소중하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리학 분야에서 우리말로 바꿔 보자는 학술 용어를 소개했다. ‘창발(emergence)’은 ‘떠오름’으로, ‘광자(photon)’는 ‘빛알’로, ‘마찰력(frictional force)’은 ‘쓸림힘’으로 쓰는 식이다.

이전 재단법인경상남도평생교육진흥원 원장은 어려운 한자로 만든 지리 교과서 속 용어를 학생들 눈높이에 맞게 쉬운 우리말로 고쳐 쓰자고 주장했다. ‘사하촌’은 ‘절아래마을’로, ‘사주’는 ‘모래띠’로, ‘격해도’는 ‘바다와의 거리’로, ‘무상일수’는 ‘서리없는날짜수’로, ‘융기운동’은 ‘솟음운동’으로, ‘종유석’은 ‘돌고드름’으로 바꿔쓰자는 얘기다. 이어 허민 교수(광운대 수학과)는 “5만 개가 넘는 한자 중에서 ‘기초한자 1800자’를 뽑아서 가르치듯, ‘쓸모 많은 토박이말 1800낱말’ 같이 손에 잡힐 만한 ‘기획 상품’을 제시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공동제작:국어문화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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