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혈 등 부작용 무서워” 일부 엄마들, 접종 여부 질문 금기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09 00:20

업데이트 2021.10.09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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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호 06면

18세 이상 백신 미접종자 590만 명 

5일 오후 대전 서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시민들이 이상반응 발생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5일 오후 대전 서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시민들이 이상반응 발생 여부를 관찰하기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화이자 1차 접종 후 생리가 3주나 이어졌어요. 생리양도 오버나이트 패드(42cm 길이)를 하루에 15개 이상 갈아야 할 정도로 많아졌어요”

평소 생리 주기가 일정했던 A(53)씨는 화이자 1차 접종 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아진 생리양과 복부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A씨는 어지러움과 호흡 가쁨 증상으로 지난 17일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A씨의 헤모글로빈 수치(빈혈 수치)는 6.2로 정상 범주인 12~15.5보다 현저히 낮아 혈액 5팩을 수혈해야 했다. A씨는 “비록 폐경을 앞둔 나이고, 빈혈과 자궁 근종 등 기저질환이 있었지만 항상 주기와 기간이 일정했다”며 “코로나19 백신으로 인한 부정 출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부정 출혈은 A씨만의 일이 아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등 온라인에서는 “접종 후 생리 주기가 바뀌었다” “생리양이 늘어나 놀랐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배우 한지우도 지난 1일 SNS에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후 35일째 생리가 없다”는 경험담을 올렸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일주일간 ‘부정출혈, 생리’로 신고된 이상 반응 신고 사례만 712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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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새 ‘부정출혈’ 신고만 712건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고 있지만, 특히 일부 여성들에게 부정출혈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증상이 발현돼 부작용을 염려하는 여성들이 많다. 해외에서는 이미 코로나19 백신과 여성의 생리 간 연관성을 연구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 후 생리와 관련된 이상 반응을 겪은 여성 14만 명의 사례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이 여성의 생리 주기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보고서가 발행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연구 중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여성의 부정 출혈과 관련된 이상 반응 파악에 소극적이다. 현재 생리 관련 이상반응은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건강상태 확인하기’의 이상반응 목록에 없어 ‘기타’란에 별도로 기재해야 한다. 때문에 지난 8월 31일에는 ‘여성부정출혈(하혈)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국민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7일 국정감사에서 "백신 후 월경 장애는 감시체계를 통해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질병청은 10월 중으로 생리 관련 이상 반응을 신고할 수 있는 별도의 란을 만들 예정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처럼 백신 부작용 사례가 다양하게 나오면서 백신 접종을 꺼리는 사람도 상당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일 0시 기준 백신 접종 기회가 주어졌는데도 접종하지 않은 ‘미접종자’는 590만 명에 달한다. 백신 접종 기회가 있어 잠정적으로 접종자로 분류됐던 18~49세 청장년층 중 미접종자가 집계되면서 1일 발표된 583만 명보다 7만 명이 늘었다. 국민 56.9%가 2차까지 접종을 마쳤지만 여전히 상당수가 백신에 부정적인 셈이다.

심지어 일부 강남 엄마들 사이에서는 백신 맞았냐는 질문이 금기시돼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원장 B씨는 "학부모들이 있는 카톡방에서 ‘다들 백신 접종 했냐’고 물었는데 아무도 답을 안하더라”고 했다. 그는 이어 “알고보니 30~40대 엄마들 사이에서 백신 부작용을 우려해 접종을 꺼리는 경우가 많더라”며 “접종을 안 했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까 봐 서로 접종 여부를 아예 묻지 않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지인의 부작용을 보고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울산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35)씨는 “친구가 백신 1차 접종 후 3일 뒤에 쓰러져 한 달 넘게 혼수상태”라며 “부작용이 걱정돼 백신 접종을 하지 않겠다. 이런 상황에서 저에게 최고의 백신은 마스크다”고 말했다. 이씨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매일같이 부작용 사례가 올라오는데, 정부는 인과성 부족, 기저질환 등 갖은 이유를 들어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부작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먼저”라고 했다.

특히 1차 접종 이후 이상 반응을 경험해 2차 접종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충청북도 제천에 거주하고 있는 최모(22)씨는 지난 9월 화이자 1차 접종 후 이상반응으로 2차 접종을 포기했다. 최씨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매일 피곤하고, 가슴을 콕콕 찌르는 듯한 통증과 호흡 곤란 증상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부작용 데이터 연구해 접종률 높여야

정부의 백신 인과성 인정 비율이 매우 저조하다는 점도 불신을 키우는 이유 중 하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백신 접종 후 중증, 사망, 아나필락시스 신고 사례 2635건 가운데 ‘예방접종피해조사반’이 인과성을 인정한 사례는 345건(13.1%)에 그쳤다. 그중 대부분은 접종 후 30분 이내에 발생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 아나필락시스 사례(338건)고, 중증 환자는 953명 중 5명(0.51%), 사망자는 728명 중 2명(0.3%)에 대해서만 인과성이 인정됐다. 부작용에 따른 보상비율도 미미한 실정이다.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29만 4269건(6일 기준) 중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전문위원회’에서 보상을 결정한 건은 2030건(0.7%)에 불과하다.

백신 접종 완료율을 높여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미접종자의 접종을 이끌어내기 위해 고심 중이다. 하지만 백신의 다양한 부작용에 대한 정부와 의료 당국의 설득력 있는 설명과 효과적인 대응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백신 미접종자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서도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상반응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큰 데 인과성을 인정받기는 너무 어렵고, 신고 건수 대비 보상 건수는 0.6%에 불과하다”며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의사 출신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코로나19 백신은 신속하게 심사해 허가한 의약품으로 이상반응 입증이 어려운 의학적 그레이존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백신 부작용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피해 사례자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부작용에 대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취합해 연구해야만 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많은 분이 백신 부작용을 두려워해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며 “현재 기타로 신고해야 하는 다양한 부작용을 별도의 란으로 만들어 신고를 원활하게 하고, 데이터를 쌓아, 인과성 및 치료 방안을 연구하고 정기적으로 알려야 백신 접종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임신부 백신 접종 괜찮다지만, 불안감 여전
18일부터 임신부에 대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임신부가 백신을 맞아도 안전하고, 비임신부에 비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시 위중증 비율 등이 커진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미국에선 코로나19에 확진된 임신부의 중환자실 입원 위험은 비임신부에 비해 3배 높았다. 인공호흡기 사용위험은 2.9배, 사망률은 1.7배 높았다. 또 미국, 영국 등 18개 국가가 참여한 연구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임신부가 비확진 임신부에 비해 조산 위험과 저체중아 분만 위험이 각각 59%, 58% 높았다. 임신한 확진자가 낳은 신생아 중 13%는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추진단은 “임신부와 임신하지 않은 접종자 사이의 이상반응 발생 양상은 유사하다”며  “현재 미국, 영국, 호주 등 각국도 임신부에게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임신부 4096명을 대상으로 출산 후 3개월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분만 시 조산이나 유산, 기형아 발생 비율이 접종을 받지 않은 임신부와 차이가 없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임신한 여성 중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비율은 31%에 불과했다. CDC는 최근 임산부도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는 긴급 권고를 내렸다.

해외의 연구 사례에도 국내 임신부들은 여전히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임신 16주차에 접어든 김민주(33)씨는 접종을 출산 이후로 미룰 계획이다. 김씨는 “고열이나 부정출혈을 겪는 친구들이 많다”며 “임신부가 고열이 나면 태아에게 치명적이라 부작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백신을 맞고 싶진 않다”고 했다. 직장인 정혜미(36)씨도 사전예약 신청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임신 22주차인 정씨는 “백신패스가 도입되면 위급 시에 미접종자라고 병원 입원이 어려울까 봐 걱정인데, 임신부는 예외 상황을 적용해주면 좋겠다”며 “주변에 눈치가 보이지만 개인 방역을 더 철저히 하며 출산까지 버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의 의견도 분분하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아·청소년과 임산부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의 철회를 청원합니다’라는 게시물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코로나 백신 안전성 확보를 위한 의료인 연합 소속 168명의 의료인이다. 의료인 연합은 “임산부는 일반인과는 다른 고유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다”며 “임산부의 면역계는 산모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화하는데 임산부만이 발병률은 낮으면서 위중증률만 높아지는 특이한 병리를 가진다는 질병청의 주장은 의학적 기전을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기훈 고려대 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중 감염돼 중증으로 발전하면 유산, 조산, 임신성 고혈압, 산후 출혈 등 임신성 합병증도 증가하기 때문에 더 위험할 수 있다”며 “담당의와 상담 후 접종의 이익과 위험을 잘 판단해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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