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실력, 동생 센스 뺏고 싶어…안 다치고 전 경기 뛸 것”

중앙선데이

입력 2021.10.09 00:02

업데이트 2021.10.0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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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7호 25면

[스포츠 오디세이] ‘농구 아이돌’ 허웅

허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상체 근육을 키웠다. 김민규 기자

허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상체 근육을 키웠다. 김민규 기자

연예인급 외모에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는 농구 선수가 있다. ‘농구 대통령’ 허재의 장남 허웅(28·원주 DB)이다.

지난 7월 서울지하철 3호선 신사역 안에 허웅의 생일(8월 5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붙었다. 아이돌이나 특급 연예인의 생일 축하 광고는 몇 년 전부터 유행이었지만 스포츠 스타는 허웅이 처음이다. 신사역 1번 출구를 나가면 프로농구를 관장하는 KBL(한국농구연맹) 센터가 있다.

지난 5월 KBL 올스타 유니폼 경매에서도 허웅이 460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원래 낙찰 순위 1위는 허웅의 동생 허훈(550만2000원)이었으나 낙찰자가 구매를 포기했다고 한다. 허웅의 소속팀 스페셜 유니폼도 1739장이나 팔렸다. 수익금 3892만원은 허웅의 이름으로 기부했다.

‘원 클럽 맨’되면 부자 영구결번도 가능

‘역주행’이다. 허웅은 연세대 3학년을 마치고 2014년 프로에 데뷔한 8년차 중고참이다. 국가대표에 뽑힐 정도로 뛰어난 슈팅 가드지만 초특급 선수는 아니다. 아무래도 방송의 힘이 컸다. 그는 ‘예능 블루칩’으로 뜬 아버지 허재, 동생 허웅과 함께 출연한 ‘놀면 뭐하니’(MBC) ‘해방타운’(JTBC) 등에서 훈훈한 외모와 솔직한 모습으로 어필했다. 유튜브 채널 ‘코삼부자’도 구독자가 크게 늘었다.

프로농구 2021~2022 시즌 개막을 사흘 앞둔 지난 6일, 원주에서 허웅을 만났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해 상체 근육이 더 커지는 바람에 작은 얼굴이 더욱 작아 보였다.

오프 시즌에 방송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운동할 시간이 모자라지 않았는지 물었다. 허웅은 “저는 연예인이 아니라 농구 선수입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운동을 했고, 하루 1시간 반 정도는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달렸죠.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버티려면 몸을 만들어 놔야 한다는 걸 절감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모범 답안이었다.

DB는 붙박이 포인트가드 두경민을 보내고 박찬희를 영입했다. 둘 다 국가대표지만 두경민이 좀 더 공격적이고 박찬희는 경기 조율과 패스에 중점을 두는 정통 포인트가드 스타일이다.

허웅은 “찬희 형은 배울 점이 많은 가드입니다. 찬희 형을 필두로 해서 팀이 하나로 모여지는 느낌도 많이 받아서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찬희 형이 잘 살려줘서 제가 더 편하게 공격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노력파 허웅은 ‘점점 진화하는 선수’다. 올 시즌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 건지 묻자 역시 모범답안을 내놨다. “안 다치고 건강하게 시즌 54경기를 소화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것만 된다면 모든 게 따라올 것이고,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씨 가족은 2014 KBL 신인 드래프트 때 큰 위기를 겪는다. 4순위 지명권을 가진 전주 KCC 허재 감독이 허웅 대신 다른 선수를 지명했기 때문이다. 허웅은 “농구를 그만두겠다”고 할 정도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고, 어머니 이미수 씨는 남편에게 “인간도 아니야”라고 원망을 퍼부었다.

허재 전 감독은 “웅이가 아빠와 같은 팀이 되면 여러 모로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았어요. 엄마는 생각이 달랐죠. 웅이 훈이와 자신의 인생을 맞바꾼 사람이니 ‘왜 실력대로 안 뽑느냐’고 날 몰아붙인 거죠”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허웅은 “당시에는 어린 마음에 아버지에 대한 서운한 감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당연한 것이었어요. DB에 온 게 좋은 선택이었다고 믿습니다. 이젠 저희를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께 효도하는 일만 남았어요”라고 말했다.

신인 드래프트 때 아버지 원망

JTBC 예능 ‘해방타운’에 출연한 허훈·허재·허웅(왼쪽부터). [사진 JTBC 화면 캡처]

JTBC 예능 ‘해방타운’에 출연한 허훈·허재·허웅(왼쪽부터). [사진 JTBC 화면 캡처]

DB에는 영구결번이 두 개 있다. 9번(허재), 32번(김주성)이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 자격을 얻는 허웅이 DB에 남는다면 ‘원 클럽 맨’이 될 수도 있다. ‘부자가 한 팀에서 영구결번을 받는 건 어떨까’ 묻자 허웅은 “그거야 엄청난 영광이겠지만 제가 영구결번을 받을 만큼 농구를 잘 해야겠지요”라며 웃었다.

아버지가 갖고 있는 것 중에서 뺏어오고 싶은 게 뭐냐고 묻자 “농구 실력, 전부 다”라고 했다. 그럼 아버지보다 이거 하나만은 낫다 싶은 게 뭐냐고 했더니 “외모가 좀 나은 것 같습니다”고 했다.

중앙UCN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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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훈이한테서 뺏어오고 싶은 건 ‘농구 센스’, 훈이보다 나은 것 역시 ‘외모’라고 답했다. 그렇게 외모에 자신이 있냐고 물으니 “아버지나 훈이보다는 나은 것 같습니다”고 ‘뼈 때리는’ 답을 했다.

DB는 부산에서 수원으로 연고지를  옮긴 kt와 1 0일 개막전을 갖는다. 허웅-허훈 ‘브라더 매치’로 기대를 모았으나 허훈의 부상으로 맞대결은 미뤄졌다. 허웅이 팬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도권은 무관중으로 시작하지만 더 재미있고 멋진 플레이로 보답할 테니 프로농구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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