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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위해 투쟁한 필리핀·러시아 언론인 노벨평화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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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왼쪽)와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의 모습. [AFP=연합뉴스]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왼쪽)와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의 모습. [AFP=연합뉴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와 항구적 평화의 전제조건이다. 이를 위해 투쟁해온 언론인들을 대표하는 수상이다."(노벨위원회)

필리핀 '래플러' 공동창립한 마리아 레사 #러시아 '노바야 가제타' 이끄는 드미트리 무라토프

2021년 노벨평화상은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 표현의 자유 수호에 헌신해온 러시아와 필리핀의 언론인에게 돌아갔다. 8일(현지시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러시아 출신 드미트리 무라토프(60)와 필리핀·미국 이중국적자인 마리아 레사(58)를 올해 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

베리트 라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오슬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사람은 각각 필리핀과 러시아에서 표현의 자유를 위한 용기 있는 싸움을 벌였으며 민주주의와 언론의 자유가 점점 불리한 조건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이상을 옹호하는 모든 기자들의 대표"라고 말했다.

러시아 일간지 '코소몰스카야 프라프다' 기자 출신인 무라토프는 1993년 약 50명의 동료와 함께 독립 언론 노바야 가제타를 설립했다. 러시아 고위급의 부패와 권력 남용을 파헤치는 심층 조사로 유명한 이 신문사에선 지난 20년새 6명의 언론인이 총살 등으로 사망했다. 무라토프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 하루 전인 7일은 노바야 가제타 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의 15주기이기도 했다. 그는 체첸 러시아공화국의 인권 침해 문제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다 2006년 10월 7일 모스크바의 아파트에서 괴한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위원회는 무라토프가 "저널리즘의 전문적이고 윤리적인 기준을 준수하는 한, 그들이 원하는 무엇이든 쓸 수 있는 언론인의 권리를 일관되게 옹호해 왔다"라고 평가했다. 러시아에서 평화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1990년 미하일 고르바초프 이후 31년 만으로 고르바초프는 당시 상금 일부를 기증해 노바야 가제타 설립에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필리핀 출신으로 CNN 아시아 지국장을 역임한 마리아 레사는 2012년 탐사 저널리즘 전문 필리핀 언론사 '래플러'를 공동 설립해 이끌어 왔다. 언론인이자 래플러의 CEO로서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더욱 강압적으로 변한 필리핀 정부를 비판해왔다.

특히 두테르테 정권이 '마약 소탕' 명목 하에 인권을 유린하는 과정을 폭로했다. 두테르테식 '마약과의 전쟁'에선 60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소셜미디어가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비판론자를 탄압하고 여론을 호도하는 방식 등을 신랄하게 보도했다. 이 때문에 지속적인 정치적 탄압과 구금에 시달렸고 석방을 위한 보석금을 10번이나 냈다.

평화상은 물론 노벨상 전 부문을 통틀어 필리핀 출신 수상자는 레사가 처음이다. 미국 이중국적자인 레사는 올해 경제학상(11일 발표)을 제외하고 이제까지 발표된 수상자 10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기도 하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에 따르면 1992년부터 2021년 사이 러시아에서 58명의 언론인이 살해·사고 등으로 사망했다. 같은 기간 필리핀에서는 87명이 희생됐다.

로이터, AP 통신에 따르면 언론인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독일이 1차 세계대전 뒤 비밀리에 재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 독일 카를 폰 오시에츠키의 1935년 수상 이후 처음이다. 노벨위원회는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사실에 근거한 저널리즘은 권력남용, 거짓말, 선동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며 "올해 언론인에게 평화상을 수여하는 것은 기본권과 방어권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벨평화상은 1901년 시작돼 올해 102번째로 수여된다. 올해까지 단독 수상은 69차례였으며 두 명 공동 수상은 31차례, 3명 공동 수상은 2차례였다. 수상자에게는 금메달과 상금 1000만 크로나(약 13억5000만원)가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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