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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집권연도 2011년? 2012년?... 북한도 오락가락

중앙일보

입력

당 창건 기념일(10일)을 앞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10년을 기념하는 홈페이지를 공개한 북한이 8일 한나절 만에 그의 집권 기간을 삭제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10년을 기념하는 특별 코너를 개설했다. 북한은 웹페이지로 연결되는 배너에 오전에는 '2012~2021'라며 집권연도를 표시(왼쪽)했지만, 오후에는 이를 삭제(오른쪽)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10년을 기념하는 특별 코너를 개설했다. 북한은 웹페이지로 연결되는 배너에 오전에는 '2012~2021'라며 집권연도를 표시(왼쪽)했지만, 오후에는 이를 삭제(오른쪽)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와 ‘통일의 메아리’, ‘조선의 오늘’ 등은 이날 오전 일제히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을 기념하는 특별코너를 개설했다. 우리민족끼리는 ‘불멸의 영도’, ‘빛나는 영상’, ‘불멸의 대강’이라는 카테고리로 나눠 지난 10년간 김 위원장의 업적과 행보를 소개했다. 다른 매체들 역시 김 위원장 칭송에 할애했다. 또 홈페이지 첫 화면에 관련 코너로 연결되는 배너를 만들었다.

그런데 베너에 일제히 명기했던 김 위원장의 집권 연도를 오후 들어 모두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전에 ‘영광의 세월 2012~2021’이라고 했던 부분의 연도를 삭제한 것이다.

북한은 올해를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노동신문 등에 특집 기사를 싣곤 했다. 지난 4월 17일 자 노동신문이 ‘위민헌신의 성스러운 10년’을 제목으로 게재한 특집기사가 대표적이다. 이 기사에서 북한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10년 전 12월~”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이를 고려하면 북한은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과 동시에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한 것으로 여기고 있음을 짐직케 한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통일의 메아리'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10년을 기념하는 특별 코너를 개설했다. 북한은 웹페이지로 연결되는 배너에 오전에는 '2012~2021'라며 집권연도를 표시(왼쪽)했지만, 오후에는 이를 삭제(오른쪽)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통일의 메아리'는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집권 10년을 기념하는 특별 코너를 개설했다. 북한은 웹페이지로 연결되는 배너에 오전에는 '2012~2021'라며 집권연도를 표시(왼쪽)했지만, 오후에는 이를 삭제(오른쪽)했다. [연합뉴스]

그런데 이날 공개된 홈페이지에 집권 시기를 2012년부터라고 밝힌 건 2012년 4월 김 위원장이 당 제1비서와 제1 국방위원장에 올랐던 시절부터 계산했을 가능성이 크다. 김 위원장 사망 직후인 2011년 12월 30일 최고위원장에 올랐지만, 국가의 최고지도자 직책을 승계한 시점을 집권의 시작으로 봤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직전까지 북한이 올해를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 즉 2011년부터 집권했단 사실과 차이를 보이자 이를 삭제한 게 아니냐는 추론이 가능한 부분이다.

문제는 북한이 최고존엄으로 일컫는 김 위원장의 집권 연도의 기준을 헷갈릴 수 있느냐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북한에서 후계자는 수령의 지위와 역할이 같다는 논리를 가지고 있는 만큼 수령인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승계 시점으로 여길 것”이라며 “북한이 배너의 연도를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당 선전선동부 등에서 이번에 기준을 명확히 했을 수도 있다”며 “겉으로 보기엔 단순한 실수일지 모르겠지만, 내부적으로는최고존엄 모독으로 다뤄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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