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위원회가 노벨상 수상자에게 수여하는 노벨상 메달. [사진 A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0/09/5ebaa86f-ece7-4b96-8c2e-0999c40fc79b.jpg)
노벨위원회가 노벨상 수상자에게 수여하는 노벨상 메달. [사진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노벨화학상을 마지막으로 2021년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모두 가려졌다. 미국(4명)·독일(2명)·이탈리아(1명)가 올해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도 한국인 수상자는 없었다. 그렇게 120년이 지났다.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직전, ‘노벨상급(Nobel class)’ 연구자로 부르는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 2021년 피인용 우수 연구자’에 한국인이 뽑히자 다소 들뜬 분위기도 있었다. 생리의학 분야에서 한국인이 선정된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가 6일(현지 시간) 202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노벨위원회]](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0/09/96605dde-14af-4848-b434-0afeec6bf22f.jpg)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가 6일(현지 시간) 202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노벨위원회]
노벨과학상 수상의 전제 조건으로 학자들은 기초·원천 연구에 대해 지속적인 투자를 강조한다. 황응수 서울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사람은 매일 자고 일어나지만, 도대체 사람이 어떤 기전을 통해 왜 자고 깨는지도 모른다”며 “가장 기초적인 ‘왜 맵지?’라는 단순한 호기심을 풀어낸 연구자가 올해 노벨상을 받았듯이, 한국도 기초연구자가 호기심을 가진 분야를 소신껏 연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한국은 이와 같은 목적을 위해 기초과학연구원(IBS)을 설립했다. 황 교수는 “세포 실험 등 실험실 연구가 가능한 분야는 IBS에서 연구할 수 있지만,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분야는 실험실에서 다룰 수 있는 범위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원 제도도 지적했다. 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 R&D 통계에 따르면, 국내 보건의료 R&D는 6개 이상의 부처가 쪼개서 관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41.8%), 보건복지부(25.8%), 산업통상자원부(12.7%), 교육부(7.7%) 등이다(2019년 기준).
한희철 고려대 생리학과 교수는 “기초연구에 투자하려면 관련 연구비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며 “미국 국립보건원(NIH), 일본 의료연구개발기구(AMED)와 같은 기관을 한국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벨위원회가 노벨상 수상자에게 수여하는 노벨상 메달. [사진 AP=연합뉴스]](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110/09/dc9b960d-4edb-4dee-b3b4-dd423f1acf6e.jpg)
노벨위원회가 노벨상 수상자에게 수여하는 노벨상 메달. [사진 AP=연합뉴스]
기초연구 투자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은직 연세대 의대 교수는 “당장 결과만 추구하면 결코 노벨상을 받을 수 없다”며 “기초과학은 국력과 비례한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당장 ‘돈’이 안되는 기초과학에 일정 부분 국부를 투자하는 것에 대한 국민적인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종종 비교하는 국가가 일본이다. 일본 국적자가 지금까지 받은 노벨상은 24개다. 미국(43%)·영국(14%)·독일(11%)·프랑스(5%)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슈쿠로마나베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도 국적은 미국이지만, 1931년 일본에서 태어나 도쿄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하지만 일본과의 비교는 어불성설이다. 일본 최초의 노벨상은 1949년에 나왔다. 유카와 히데키 전 오사카대 교수가 입자물리학에서 중간자의 존재를 예상하면서다. 이때 한국은 광복 4년째였다. 대하소설 ‘태백산맥’은 1949년 경찰이 말을 타고 남대문로를 통제했다고 묘사한다. “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에, 일본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지난 60년간 선진국이 투자한 기초과학의 성과를 한국이 응용한 덕분에 산업화에 성공했다”며 “단순히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간 선진국에서 받은 혜택을 개발도상국에 돌려주기 위해서 기초과학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