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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화동인 4호 사무실 압수수색…'김만배 수표 4억' 장부 확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검찰에 구속됐다. 중앙포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검찰에 구속됐다. 중앙포토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천화동인 4호의 숨겨진 옛 사무실을 찾아내 압수수색하고 회계 장부를 확보했다. 검찰은 장부에서 대장동 사업의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이하 화천대유)의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가 화천대유 소유주 김만배씨로부터 수표 4억원어치를 받아 썼다는 기록을 포착했다. 천화동인 4호의 소유주는 남욱 변호사다.

김 씨는 대장동 의혹의 ‘키맨’인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뇌물로 수표 4억원 등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데, 검찰은 장부의 수표 4억원이 김 씨가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넨 것으로 의심되는 수표 4억원과 일치하는지 여부를 추적하고 있다.

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지난 6일 천화동인 4호의 옛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전방위 압수수색을 하면서 새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지만 사무실이 비어있어 빈손으로 돌아갔다.

남욱 회계장부에 “김만배 수표 4억 받아 썼다”

검찰은 이번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천화동인 4호가 지난 1월 김씨로부터 1000만원짜리 수표 40장(4억원)을 받은 뒤 직원 성과금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했다”라는 내용의 회계 자료를 입수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지난 3일 유 전 본부장을 구속할 당시 영장에 “김씨로부터 수표 4억원과 현금 1억원을 받았다”라고 적시한 것에 대한 연관성을 주목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의 영장에 언급된 수표 4억원과 천화동인 4호 회계장부에 기록된 수표 4억원이 동일하다면 남 변호사가 김씨의 수표 4억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 변호사가 뇌물을 전달할 목적으로 받았다면 제3자뇌물취득 혐의를 적용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의 경우 뇌물이 남 변호사를 통해 실제로 건너갔는지와 상관없이 요구하거나 약속하기만 해도 뇌물 혐의를 벗을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9월 27일 경찰에 출석한 김만배씨. 뉴시스

9월 27일 경찰에 출석한 김만배씨. 뉴시스

김만배 “남욱한테 돈 빌렸다가 4억 수표로 갚은 것” 

이에 대해 김씨 측 변호인은 “김씨가 동업자 관계인 남 변호사로부터 돈을 빌렸다가 4억 원어치 수표로 갚은 것”이라며 “남 변호사가 ‘직원들에게 성과금 등의 명목으로 나눠줘야 하니 1000만원짜리 수표 40장으로 달라’고 해 그렇게 했다”라고 해명했다.

김씨 측은 유 전 본부장에게 수표 4억원을 줬다는 뇌물 공여 혐의도 거듭 부인했다. 지난달 27일 천화동인 5호 소유자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내부 고발을 하며 관련 녹취 파일과 사진 등을 제공했는데, 검찰이 이것만 믿고 무리하게 뇌물 혐의를 뒤집어씌웠다는 게 김씨 변호인의 주장이다. 수표 4억원과 함께 넘어간 것으로 의심되는 현금 1억원에 대해선 “현금 1억원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라고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김씨로부터 수표 4억원이나 현금 1억원을 받은 적 없고 남 변호사 회계 장부에 왜 김씨의 수표 4억원이 언급됐는지 모른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8일에도 유 전 본부장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그는 김씨로부터 5억원 등 총 8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다. 대장동 사업을 이끌며 부당하게 민간 사업자에 이득이 집중되도록 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준 배임 혐의도 받는다. 유 전 본부장의 ‘윗선’으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연결됐을지 관심을 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오는 11일 김씨를 처음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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