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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온실가스 감축 목표 ‘40%’ 상향 제시, 논의 과정-결과는 ‘물음표’

중앙일보

입력

정부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40%로 상향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시민단체가 일제히 반발했다. 목표치가 국제사회 기준에 못 미치는 데다, 이를 결정한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의 논의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각 분야별로 제시한 감축 목표에 현실성이 부족해보인다고 지적했다.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있는 건물 앞. 정부 제시안에 반대하는 시민활동가의 1인 시위 모습. 사진 기후위기비상행동

9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2050탄소중립위원회가 있는 건물 앞. 정부 제시안에 반대하는 시민활동가의 1인 시위 모습. 사진 기후위기비상행동

"최종 결정 24일 앞인데 초안 공개"

탄중위는 탄소중립 논의를 위한 위원회로 정부와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다. 시민단체들은 탄중위의 운영방식에 불만을 드러냈다. 탄중위가 지난 5월 설립된 이후 내부에서 어떤 논의가 오가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날 탄중위를 규탄하는 1인 시위에 나선 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가 약속한 NDC 최종 결정일이 10월 말이다. 탄중위 내부에서 어떤 말이 오갔는지 모르지만 24일 전인 오늘에야 초안을 공개하는 건 졸속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제시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정부가 제시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정부가 미리 답을 정해둔 채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록 탄중위해체공대위 대표는 "탄중위는 이미 정부가 정해둔 결과에 시민 동의를 받는 절차일 뿐이다. 최근 탄중위에서 사퇴한 6명의 시민사회 위원들도 이런 '답정너' 식의 운영방식에 불만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전문위원은 "정부 제시한 40% NDC는 기후변화상황에서 한국의 역할과 책임 고려했을 때 부족한 수준이며, 과학적인 분석에 기반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40%' 가능한지…실효성에도 물음표

한편 전문가들은 정부 NDC 상향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정부가 제시한 목표만큼 기업이 탄소배출을 줄일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산업활동에서 탄소를 대체할 에너지가 확보됐는지가 문제다. 예를 들어 정부는 암모니아 발전을 통해서 6% 전기를 생산하겠다고 구상하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NDC를 높이는 방향엔 공감하지만 산업계도 납득할 만한 방법론을 제시하거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했다.

8일 오전 9시 10분 2030 NDC 온라인 토론회에서 인삿말을 하는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 유튜브 캡처

8일 오전 9시 10분 2030 NDC 온라인 토론회에서 인삿말을 하는 윤순진 탄소중립위원회 위원장. 유튜브 캡처

건물·수송 부문에서도 현실적인 탄소중립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전기로 가는 자동차나 최신 건물은 탄소를 직접 배출하진 않지만 에너지효율이 나쁜 경우가 많다. 전기에너지 생산 비용이 더 크게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겉으로만 탄소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효율화에도 정부가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김용건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은 "목표치 자체보다 결국 우리 시장 전체를 어떻게 움직일지가 중요하다. 최근 의미가 퇴색되고 있지만 탄소 중립에 가장 기본이 되는 배출권거래제도부터 다시 실효성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40%, 매우 도전적"

한편 이날 정부는 "이번에 제시한 NDC는 기존 '2018년 배출량 대비 26.3% 감축'에서 대폭 상향된 수준이며 매우 도전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15년 6월 최초로 NDC를 수립한 이후 대대적인 목표 상향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제시안에 따르면 기준연도에서 2030년까지 한국의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률은 4.17%다. 영국(2.81), 미국(2.91), 유럽연합(1.98)보다 높다는 것이 탄중위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NDC 수립 경과.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우리나라 NDC 수립 경과.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탄중위는 "오늘 토론회는 산업계ㆍ노동계ㆍ시민사회ㆍ청년ㆍ교육계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NDC상향안을 논의한다. 시민분들은 언제든 홈페이지를 통해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는 11월에 계획된 제26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 26)에서 우리나라 NDC상향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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