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 온 배달음식·돈봉투 화제…점주 "고인 좋아한 음식"

['보배드림' 캡처]

장례식장에 음식  배달을 주문했는데 음식점 사장이 음식과 함께 조의금과 애도를 표하는 편지를 함께 보내 감동했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지난 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살다 보니 장례식장에서 이런 일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 A씨는 “늦은 밤 전 직장 동료의 모친상 소식을 듣고 조문을 왔다. 조문을 마치고 전 직장 동료와 함께 이야기하며 음식을 먹던 중, 유가족이 주문한 배달음식이 도착했다. 배달된 음식을 받고 전 직장 동료와 그의 동생이 음식을 정리하던 중 직장동료와 가족들이 음식과 영수증을 번갈아 보면서 너무 놀라더라”고 말했다.

유가족이 음식과 함께 받은 것은 사장의 조의금과 애도 편지였기 때문. A씨는 “모친께서 좋아하시던 음식이고, 소천하시기 직전 열흘 가까이 식사를 못 하셨다고 한다. 돌아가시기 직전 찾으셨던 음식이 된장찌개와 닭볶음탕이라 모친께도 올려드리고 조문객들과 나눠 먹으려고 음식점 두 곳에서 나눠 주문했는데 이런 일이 있었다”며 “아직 세상은 따뜻한가보다”라고 했다.

A씨는 그러면서 음식점 두 곳의 영수증과 편지, 조의금 등을 공개했다. 유가족이 된장찌개를 주문한 B 음식점은 음식과 함께 조의금 3만원을 흰 봉투에 담아 보냈다. 봉투에는 “갑작스러운 비보에 슬픈 마음을 가늠할 수 없지만, 고인의 삼가 조의를 표하며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기원합니다”라는 사장의 편지가 적혀 있다.

['보배드림' 캡처]

닭볶음탕을 주문한 C 음식점은 애도의 뜻으로 돈을 받지 않고 음식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장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힘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곁에서 잘 지켜주시면 어머님도 이해하실 거라 믿습니다. 아버지 생각에 결제 안 받겠습니다. 맛있게 드셔주세요. 저희 매장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편지를 포스트잇에 적어 영수증과 함께 보냈다.

C 음식점 사장 D씨(30)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실제로 내가 보낸 편지가 맞다”며 “나도 아버지가 20대 초반 군대 전역하자마자 돌아가셔서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힘내시라’는 말을 전하고 싶어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D씨는 “배달도 내가 직접 했다”며 돈을 받지 않은 부분과 관련해서는 “주문자께서 결제하셨기에 배달 업체에 말해서 결제를 취소해 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돌아가신 분이 생전에 좋아하셨던 음식이라고 해서 그렇게 한 건데, 화제가 돼서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일부 네티즌들은 사연에 대해 조작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들은 “유족들이 조문객들과 나눠 먹기 위해 음식을 주문했다고 했는데 주문한 음식이 양이 너무 적어 보인다” “사연을 올린 작성자가 글 게시 당일 가입했다는 게 이상하다” “요즘 이른바 훈훈한 사연으로 ‘돈쭐’이 나는 음식점들이 많아서 그걸 노린 마케팅이 아니냐”는 등의 주장을 했다. “원래 주문자가 단골일 수도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C 음식점 사장 D씨는 “주문자는 단골이 아니다. 처음 주문하신 분이다. 원래 우리 가게에는 주로 E 배달 앱이나 F 배달 앱으로 많이 주문하는데, 이분은 G 배달 앱으로 주문을 하셨다”라고 밝혔다. ‘음식 양이 너무 적어서 이상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닭볶음탕 1마리를 주문하셨다. 이 정도면 2~3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말했다.

사연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가게 어디냐. 돈쭐 내주고 싶다” “아직 세상은 살만한 것 같다” “우리 동네 가게인 것 같은데 더 자주 시켜먹어야겠다” “마음 따뜻한 사장님들, 꼭 보답 받기를 바란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