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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동으로 연간 214억원 낭비…전국 자동 화재속보설비는 99% 작동 불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동화재 속보설비 99% 이상 오작동  

자동화재속보설비를 점검하는 부산 강서소방서 대원들.[사진 부산 강서소방서]

자동화재속보설비를 점검하는 부산 강서소방서 대원들.[사진 부산 강서소방서]

부산 강서소방서는 지난달 27일부터 8일까지 오작동이 잦은 자동화재속보설비 20개를 현장 점검 중이다. 자동화재속보설비(이하 속보설비)가 설치된 533개 건물 가운데 최근 3년간 3번 이상 오작동한 설비가 점검 대상이다. 속보설비 오작동에 따른 소방대원·차량 출동으로 발생하는 예산과 인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다.

배전반 플라스틱 사출업체인 강서구 송정동의 한 공장은 최근 3년간 12번이나 속보설비가 오작동해 그때마다 소방대원과 차량이 출동해야 했다.

정욱주 강서소방서 예방지도 담당은 “최근 3년 7개월간 부산에서 속보설비 작동으로 신고된 화재 4206건 가운데 실제 화재는 단 14건(0.33%)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오작동이었다”며 “현장점검을 해 오작동 원인을 파악하고 건물주 등을 대상으로 오작동 발생 시 대처요령 교육 등을 한다”고 말했다.

자동화재 속보설비의 감지기. [사진 부산 강서소방서]

자동화재 속보설비의 감지기. [사진 부산 강서소방서]

자동화재 속보설비는 화재가 발생하면 감지기가 연기·열기를 감지해 속보기에 화재 발생 정보를 전달하고, 다시 수신기에서 화재 신호를 받아 119상황실에 자동 신고하는 역할을 한다. 119 상황실 신고 때는 화재 위치와 소방관리자 전화번호 등을 3회 이상 반복해 알려준다.

이때 소방서는 건물 소방관리자에게 화재 사실을 확인하면서 최소 펌프·탱크·지휘차 등 차량 3대와 인원 10명을 동원해 출동한다.

지난해 비화재에도 4만5000여건 출동 

속보설비는 건축 연면적 1500㎡ 이상 공장과 30층 이상 고층 건물 등이 설치 대상이다. 하지만 습기·먼지가 많은 작업환경에서 오작동이 잦고, 비용 문제로 오작동이 발생해도 설비교체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소방서 측 설명이다.

자동화재속보설비 작동 흐름도.

자동화재속보설비 작동 흐름도.

부산에서 오작동으로 인한 월평균 소방출동 건수는 2018년 74건, 2019년 86건, 2020년 96건, 2021년 156건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은 7일 열린 국회 행정 안전위원회의 소방청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창원시의창구)은 “자동화재속보설비의 오작동이 잦아 지난 10년간 99% 이상이 실제 화재보가 아닌 비화재보 출동이었고, 작년 한 해 약 214억원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책을 요구했다.

박 의원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화재속보설비 작동에 따른 출동 건수는 전국적으로 3만2764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0.24%인 79건만 실제 화재로 작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99.75%(3만2685건)는 비화재보였는데도 소방대원 등이 출동했다.

박 의원 “화재설비 오작동, 예산·인력 낭비” 지적

국회 행안위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 연합뉴스

국회 행안위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 연합뉴스

자동화재속보설비 외에 화재 발생을 건물 소방관리자 등 관계인에게 알려주는 ‘자동화재탐지설비’의 오작동을 더 하면 지난해 비화재보 출동 건수는 전국적으로 4만5424건으로 늘어난다.

2014년부터 소방시설법이 개정돼 아동·노인복지시설 등에도 자동화재속보설비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오작동은 급증하는 추세다. 2011년 오작동 출동 건수는 1977건에 지나지 않았다.

박 의원은 오작동 출동 건수에 ‘1회 출동 시 소방력 투입비용’을 적용해 지난해 214억7000만원(4만5424건✕47만2828원)의 예산이 낭비됐다고 설명했다. 인건비와 차량 보험료 등 고정비를 제외해도 최소 42억원의 예산이 낭비됐다는 게 박 의원 주장이다.

박 의원은 “소방설비의 오작동으로 인한 인력과 예산 낭비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화재 감지시스템의 신뢰 확보를 위한 기술 선진화 등으로 오작동에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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