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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타다, 토스와 합친다…카카오와 정면 승부 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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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이승건 대표(왼쪽)와 쏘카 박재욱 대표. 토스는 쏘카 자회사 VCNC의 지분 60%를 인수했다. [중앙포토]

토스 이승건 대표(왼쪽)와 쏘카 박재욱 대표. 토스는 쏘카 자회사 VCNC의 지분 60%를 인수했다. [중앙포토]

토스가 타다를 인수한다. 2000만명 이용자를 보유한 핀테크 기업 토스와 900만 이용자를 보유한 쏘카·타다의 시너지 효과가 주목된다.

무슨 일이야

토스(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쏘카가 보유한 타다 운영사 VCNC의 지분 60%를 인수하는 내용을 담은 양해 각서(MOU)를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 VCNC가 신주를 발행하고, 토스가 이를 인수하는 방식. 토스는 이달 안에 주식인수 계약을 마무리한 뒤 올해 말까지 새로운 타다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인수 후에도 타다 브랜드는 유지한다.
● VCNC 공동창업자인 이정행 전 VCNC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대표이사를 맡는다. 타다를 이끌어온 박재욱 대표는 쏘카 대표로 남는다. 이승건 토스 대표는 “약 12조원에 달하는 국내 택시시장 매출 절반이 호출 앱을 통해 이뤄진다”며 “토스의 결제사업 등 여러 금융서비스와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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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금지법’ 그후 18개월, 타다에 무슨 일이?  

● VCNC는 2011년 박재욱 쏘카 대표가 창업한 스타트업. 모바일 커플 커뮤니케션 앱 ‘비트윈’을 선보였다. 2018년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이끄는 쏘카가 VCNC 지분을 100% 인수했다.
● 쏘카·VCNC는 2018년 10월 8일 11인승 승합차를 활용해 ‘기사 포함 렌터카’인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출시했다. 승차거부, 불편한 서비스 등 기존 택시의 문제점을 해결해 이용자의 열광적 지지를 얻었다. 1년 반 만에 가입자 170만명을 모으기도. 하지만 지난해 3월 국회에서 ‘타다금지법’(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다.
● 개정된 법 영향으로, 쏘카·VCNC는 핵심 서비스이던 타다 베이직을 중단했다. 지난해 10월엔 가맹택시(타다 라이트), 대리기사 중개(타다 대리)등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타다 앱의 누적 가입자는 200만명을 돌파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점하다시피한 시장에서 타다의 입지는 제한됐다. 지난 8월 타다 대리는 서비스를 중단했다.

VCNC가 지난 해 선보인 타다 라이트. 박민제 기자

VCNC가 지난 해 선보인 타다 라이트. 박민제 기자

쏘카는 왜 지분매각?

쏘카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다. 차량 공유 시장에선 국내 최강자. 기존 쏘카에 타다를 더하면서 ‘차량 공유’와 ‘차량 호출’을 결합한 시너지 모델로 각광받았다. 그런데 이제 타다를 파는 이유는?

① 레드오션 된 모빌리티=타다금지법 통과 후 국내 모빌리티 시장은 레드오션으로 변했다. 전국 25만대 택시를 활용한 서비스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국회는 법 통과 당시 “더 많은 타다가 생긴다”며 플랫폼 운송사업을 도입했지만, 법 시행 6개월이 지나도록 아직 플랫폼 운송사업 허가는 나지 않았다. 결국 타다도 카카오모빌리티가 90% 이상 장악하고 있는 택시 호출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절대 강자가 있는 시장에서 택시 외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며 “타다 같은 후발주자가 이기려면 돈을 퍼붓는 ‘쩐의 전쟁’밖에 없는데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 카카오모빌리티의 독주와 견제=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 타다 등 경쟁 가맹택시 서비스 가입 기사가 카카오T 일반호출 받으면 제휴 비용을 내라고 통보했다. 이후 군소업체인 마카롱택시, 반반택시 등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제휴를 맺었다. 후발주자인 탓에 절대적인 콜(호출)이 부족한 마당에 기사들에게 소비자 2800만명이 쓰는 카카오T 일반 호출을 못 받게 하면 기사들을 붙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같이 꽉 막혀 있는 상황을 타다가 토스와 결합으로 돌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시장이 역동성을 잃은 상황에서 핀테크와 결합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스는 8일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를 전격 인수했다. 그래픽 한건희 디자이너

토스는 8일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를 전격 인수했다. 그래픽 한건희 디자이너

토스는 왜 타다를?

모빌리티와 핀테크 결합은 동남아 시장에서 입증된 성공 공식이다.
① 핀테크+모빌리티=수퍼앱: 동남아 수퍼앱 그랩은 2012년 말레이시아에서 차량호출로 시작했다. 9년이 지난 지금 금융·결제·쇼핑·예약에서부터 보험 가입, 대출 신청, 음식·식료품·택배 배달까지 생활 전 분야로 업역을 넓혔다. 8개국 400개 이상 도시에서 쓰는 서비스로 발전. 그랩 파이낸셜 루벤 라이 대표는 지난해 팩플팀과 인터뷰에서 모빌리티와 핀테크의 결합에 대해 “900만명 이상의 그랩 운전자와 배달 기사가 플랫폼에 속해 있고 이들의 수입과 운전 패턴 데이터에 기반해 소득·신용 리스크를 평가하고 개인 맞춤형 보험·대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며 “‘긍정 강화 네트워크 효과’가 생겨 많은 사용자 데이터가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원동력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랩은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광범위한 수요응답형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그랩]

그랩은 동남아시아 중심으로 광범위한 수요응답형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사진 그랩]

타다와 토스의 결합도 이를 노린 포석일 수 있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 1200만명 이상인 토스앱 이용자가 타다를 호출하고 택시비는 토스로 결제한다면 토스-타다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 여기에 이동 데이터와 금융 데이터를 결합한 각종 부가 서비스를 도입하면 양측 모두 윈윈이 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2월 칼라일그룹에 투자 받은 이유 중 하나도 모빌리티와 금융(카카오 페이·뱅크)의 결합 시너지를 노린 측면이 있다.

② 카카오와 정면승부: 토스는 간편송금앱으로 시작해 결제,증권, 인터넷은행으로 확대한 핀테크 서비스다. 덩치를 키워오면서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핀테크와 전선이 형성됐다. 이번 타다 인수로 토스가 모빌리티까지 장착하면서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앞으로는?

토스를 대주주로 맞이한 VCNC는 신주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을 타다의 리뉴얼과 성장에 전부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타다 지분 40%를 여전히 보유하는 쏘카도, 모빌리티를 장착한 토스도 노리는 건 결합 시너지다. 박재욱 쏘카 대표는 “금융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토스와 손잡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며 “토스와 함께 기존 산업간 경계를 넘어서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여 새롭게 도약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토스·타다에 남은 변수는.

택시와 협업: 국내 모빌리티는 ‘스타트업의 무덤’으로 불린다. 정치권에 입김이 센 택시라는 기존 사업자가 버티고 있어서다. 우버, 타다, 카카오모빌리티 모두 택시업계에 밀려 사업을 접은 경험이 있다. 토스가 올해 말 내놓을 새로운 타다 서비스도 리뉴얼 방향에 따라 택시업계와 충돌할 수도 있다.

3파전의 시작: 국내 모빌리티 경쟁구도는 1강 2중. 카카오모빌리티가 압도적 1위이고 우버와 티맵의 합작서비스 ‘우티’와 타다가 카카오를 추격하는 구도다. 현행 법에선 모빌리티 시장에 택시 말고 다른 선택지가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어떤 전략으로 카카오모빌리티를 추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국내 모빌리티 스타트업 한 대표는 “금융과 모빌리티의 결합이 시너지가 크긴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카카오모빌리티)와 힘 센 파트너 사업자(택시)가 장악한 국내 시장에서 어떤 새로운 접근이 가능할지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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