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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전격 시행된 ‘구글방지법’…구글 어떻게 나올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용우의 갑을전쟁(42)

애플을 상대로 소송하던 세계적 게임사인 에픽게임즈의 대표가 “나는 한국인”이며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명 ‘구글 갑질 방지법’ 또는 ‘인앱결제강제 방지법’이라고 불린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 후 대부분의 조항이 경과 기간 없이 곧바로 시행되었습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법의 핵심은, ‘앱 시장 사업자가 모바일콘텐트 등 제공 사업자에게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거나 심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행위, 앱 마켓에서 모바일콘텐트 등을 부당하게 삭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것입니다(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 제1항 제9호 내지 제11호). 이를 위반할 경우 방송 통신위원회는 앱 마켓사업자에게 시정조치 명령 이행강제금, 직전 3개 사업연도의 연평균 매출액 3% 이하의 과징금 또는 3억 원 이하의 벌금까지 부과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앱 마켓 사업자가 연평균 1조원의 연 매출을 올렸다면 300억 원의 과징금 폭탄을 떠안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동안 뜨겁게 논란이 된 부분은 ‘앱 시장사업자가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것인데요, 개발업계에서는 이를 ‘인 앱 결제 정책(In-App Purchase)’이라고 합니다. 즉 애플과 구글이 앱스토어 또는 구글플레어 이용자에게 자체 결제 시스템만을 이용하게 하는 것입니다. 애플은 처음부터 앱스토어에 인앱 결제 방식을 도입하고 이용료 중 30%의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을 개발자에게 지급하고 있습니다. 이 수수료에는 서버를 유지하는 호스팅 비용뿐 아니라, 품질과 안정성 보증비까지 포함한다고 합니다. 반면 애플보다 후발주자인 구글은 게임을 제외한 다른 앱에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공짜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즉 구글의 결제망을 벗어난 결제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에 따라 애플과 구글은 개발업체에 인 앱 결제 외의 다른 방식의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제는 개발업체도 자체 방식을 허용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사진 pxhere]

개정 전기통신사업법 시행에 따라 애플과 구글은 개발업체에 인 앱 결제 외의 다른 방식의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이제는 개발업체도 자체 방식을 허용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것이다.[사진 pxhere]

이런 이유로 동일한 앱을 이용해도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의 가격이 달랐습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 웹툰’ 앱의 이용권인 ‘쿠키’ 1개를 결제하기 위해 구글플레이 이용자는 네이버 웹툰을 무료로 다운 받은 후 네이버 웹툰에서 연동된 네이버 페이에서 100원을 결제하면 되지만, 앱스토어 이용자의 경우 네이버 웹툰에 연계된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수수료를 포함한 120원을 결제해야 합니다.

그러다 구글은 작년에 올 10월부터는 게임뿐만 아니라 구글플레이에서 거래되는 모든 앱과 콘텐트 결제금액에 인 앱 결제를 의무화하고 30%의 수수료를 받겠다고 하자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구글은 앱 밖에서 이루어진 부정 결제로 인한 민원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생태계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고, 구글플레이의 90% 이상은 무료 앱이라서 대부분의 개발업체에는 타격이 없다고 하였지만, 개발업계는 강하게 반발했고, 매출 100만 달러까지는 15%의 수수료만 받겠다는 구글의 업계 달래기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습니다.

한편 애플 역시 수수료 문제로 개발업계와 갈등을 겪고 있었는데요. 네이버 웹툰의 사례처럼 애플은 앱스토어에서 인 앱 결제 외에는 구매 방식을 허용하지 않는 ‘다른 결제 방식 홍보 제한 규정(anti-steering provisions)’을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애플은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 같은 리더 앱과 같이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외부 결제는 물론 이를 홍보하는 것 또한 철저히 통제했는데요. 그래서 개발업계에서는 애플의 30% 수수료는 신성불가침 영역이라는 소리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의 게임사인 에픽게임즈가 포트 나이트라는 게임을 앱스토어에 런칭하면서 자체 결제 방식을 홍보하자 문제가 됐습니다. 애플은 규정을 위반한 포트 나이트를 앱스토어에서 즉시 퇴출했습니다. 그러자 에픽게임즈는 애플을 상대로 반독점 위반 소송을 제기하면서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구글은 게임을 제외한 다른 앱에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공짜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구글의 결제망을 벗어난 결제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진 flickr]

구글은 게임을 제외한 다른 앱에서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공짜 전략’을 선택했다. 이는 구글의 결제망을 벗어난 결제에 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진 flickr]

재판을 맡은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의 연방 지방법원은 지난 9월 10일 애플의 인 앱 결제 강제 정책이 반경쟁적이라면서도 애플이 모바일게임 거래시장에서 독점기업으로 볼 수 없다며 결과적으로는 애플의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No. 4:20-cv-05640-YGR). 위 판결문에서 곤잘레스 로저스 연방 판사는 ‘성공은 불법이 아니다(Success is not illegal)’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에픽게임즈는 최근 항소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정부는 올 7월 20일 세계 최초로 위와 같이 인 앱 결제를 금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했고, 이 법안은 한 달 만인 8월 31일 원안대로 신속 가결되어 9월 14일부터 시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방송 통신위원회는 구글과 애플에 전기통신사업법의 준수 계획서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본 에픽게임즈의 대표 팀 스위니와 그의 추종자들이 “나는 한국인”이라고 외치며 환호한 것이지요.

세계 최초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이후 국내에서의 구글과 애플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구글은 최근 국내 콘텐트 사업자들에게 ‘(인 앱 결제가 아닌) 외부 결제 시스템을 써도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되었고, 최근 정기 국정감사 기간 중 증인으로 출석한 구글과 애플은 전기통신사업법 준수를 위해 사업모델을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애플과 구글이 개정된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앱 스토어는 모든 앱에서, 구글플레이에는 게임 앱에서 개발업체에 인 앱 결제 외의 다른 방식의 결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에서 기존의 결제 방식이 달라진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기존에 애플과 구글의 눈치를 보면서 말을 아꼈던 게임 업체들도 이제부터는 애플과 구글에 자체 결제방식을 허용해 달라고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 상황에서 애플과 구글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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