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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쏘아본 '호통소녀'? 코로나로 뜬 WHO? 노벨평화상 누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해 3월 벨기에 브리셸의 한 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해 3월 벨기에 브리셸의 한 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청소년 환경 운동가, 벨라루스의 야당 지도자, 국제 언론 단체….

노벨위, 8일 한국시간 오후 6시 발표

올해 노벨평화상의 영예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8일 오전(현지시간) 2021년 노벨평화상을 발표하는 가운데 외신들은 예상 후보들을 앞다퉈 물망에 올리고 있다. 한국시간으로는 이날 오후 6시에 발표된다.

로이터통신은 앞서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았다. 유엔(UN)을 비롯한 국제 환경기구들이 각국에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시급성을 촉구하는 가운데, 환경 문제를 국제적으로 환기시켜온 툰베리의 공로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월 발간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는 환경 재앙의 ‘티핑 포인트’가 보다 가까워졌음을 경고했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 평균 온도가 19세기 말보다 섭씨 1.5도 높아지는 ‘코드 레드’ 상황이 예상보다 10년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었다.

이 같은 위기감을 반영해 다음 달에는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노벨평화상 발표 한 달 뒤다. 정상회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 전세계 주요 40개국 정상들이 총집결하는 글로벌 행사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미ㆍ중을 포함해 전세계 국가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계획을 이행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019년 9월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에 참석한 모습. 이 사진에서 툰베리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쏘아보는 듯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지난 2019년 9월 미국 뉴욕의 유엔총회에 참석한 모습. 이 사진에서 툰베리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을 쏘아보는 듯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다. [로이터=연합뉴스]

툰베리가 스타덤에 올랐던 것도 이 같은 기후 관련 정상회의에서였다. 지난 2019년 9월 그는 16세의 나이에 유엔총회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초청돼 세계 정상들을 향해 “우리는 대멸종의 앞에 와 있는데, 여러분은 경제성장만을 말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How dare you)?”고 ‘호통 연설’을 했다. 그는 총회가 열리는 뉴욕까지 오는 데 비행기를 거부하고, 영국에서 출발해 15일 간 친환경 요트를 타는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툰베리는 그해 시사 주간지 타임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꼬마 환경 운동가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SNS와 언론을 타면서 화제를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레타는 분노조절에 신경을 써야 한다. 친구와 영화라도 보러가라”며 트윗을 올렸고, 미 언론들은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툰베리를 노벨평화상 경쟁 후보로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만약 올해 18세인 툰베리가 수상하게 된다면 지난 2014년 파키스탄의 아동인권 활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당시 18세)에 이어 역대 두번째 최연소 수상자로 기록된다.

리투아니아로 망명한 벨라루스의 야당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마놉스카야(39)가 지난 8월 A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투아니아로 망명한 벨라루스의 야당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마놉스카야(39)가 지난 8월 AP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CNN 방송은 격동의 코로나19 대유행 국면을 고려할 때 세계보건기구(WHO)의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글로벌 백신 연합체인 코백스(COVAX)를 주도한 세계백신면역연합(GAVI)도 물망에 올랐다. CNN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영국 베팅 사이트 벳페어ㆍ윌리엄 힐에는 WHO의 수상 가능성이 각각 5분의 4, 6분의 4 확률로 올라왔다고 전했다.

반면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유엔의 인도주의 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이었기 때문에, 2년 연속 유엔 관련 기구가 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매체 프랑스24는 올라브 넬스타드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을 인용해 코로나19 상황이 주요 고려 대상이 되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대신 전세계 지도자들의 권위주의와 부정부패 등을 감시해 온 국제 언론 단체 국경없는 기자회ㆍ 언론인보호위원회(CPJ)ㆍ국제 팩트체킹 네트워크 등의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도 6일(현지시간) 같은 맥락에서 홍콩의 독립 언론 매체인 ‘홍콩 자유 언론(HKFP)’이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됐다고 전했다. 올해 홍콩에서는 국가보안법 도입 등으로 비판 성향 매체 빈과일보(蘋果日報)가 폐간되는 등 심각한 언론 자유 위축이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제 언론 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RSF)의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사무총장이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알제리 출신 투옥 언론인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국제 언론 단체 국경 없는 기자회(RSF)의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사무총장이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알제리 출신 투옥 언론인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자율살상무기인 ‘킬러 로봇 중지 캠페인’이 선정될 가능성도 있다. 기술 전문가, 휴먼라이트워치(HRW) 등 인권단체들은 무인기(드론)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살상 무기의 중단을 요청하는 캠페인을 수년 간 벌여왔다. 앞서 2016년에도 시리아 내전 현장에서 민간인 구조 활동을 펼쳤던 ‘하얀 헬멧(시리아 민방위대)’이 노벨평화상 후보로 천거된 적이 있다.

벨라루스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에 맞선 야당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39)도 유력한 수상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이다. 티하놉스카야는 지난해 8월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의 부정 선거 의혹을 제기했다가 당국의 체포 압박이 조여오자 리투아니아로 망명했다. 26년째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루카셴코 대통령은 정부 비판 세력을 무더기 투옥하는 등 강압 통치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45)의 수상 가능성을 내다보는 이들도 있다. 푸틴에 대한 비판 활동을 해왔던 그는 지난해 모스크바행 비행기 안에서 독극물 노비촉에 노출돼 죽음의 문턱을 넘을 뻔했다. 올해 1월 러시아로 귀국해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활동을 하다가 암살 당할 뻔한 러시아의 야당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 [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판하는 활동을 하다가 암살 당할 뻔한 러시아의 야당 정치인 알렉세이 나발니. [EPA=연합뉴스]

매년 정치인들도 빠짐없이 거론되고 있다. 올해는 퇴임을 앞둔 ‘무티(Mutti·엄마) 리더십’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코로나 대응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파리기후변화협정을 되살리겠다고 약속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등이다.

노벨평화상은 한편으로 정치적 논쟁거리가 돼 왔다. 2010년 중국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 2009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 수상을 하면서 특정 국가 또는 정치적 성향에 유리한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또 역대 수상자인 에티오피아의 아비 아머드 총리(2019년 수상)와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고문(1991년 수상)은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행보가 인권 문제에서 후퇴했다는 비판이 있었다. 아머드 총리는 이웃국가 에리트레아와의 오랜 분쟁을 종식시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이듬해 곧바로 ‘티그레이 내전’을 일으켜 수천 명의 사상자를 냈다. 수치 고문은 미얀마 민주주의 운동의 상징이었지만, 로힝야 소수민족을 가혹하게 탄압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노벨평화상은 스웨덴 학술원 등에서 선정하는 여타 노벨상과 달리 노르웨이 의회가 선출한 5명의 노벨위원회가 수상자를 선정한다. 6년 임기의 노벨위 구성에 따라 이들의 정치적 성향, 관심도가 반영된다고 보는 쪽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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