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장 고구마 3t 뽑았다…“위드 코로나 먼 일” 가을축제 줄줄이 취소

중앙일보

입력 2021.10.08 05:00

업데이트 2021.10.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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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0월 개최 예정이던 청원생명축제가 취소되자 청주시가 지난달 27일 행사장에 마련된 수확체험장 고구마를 모두 캐내고 있다. [사진 청주시]

10월 개최 예정이던 청원생명축제가 취소되자 청주시가 지난달 27일 행사장에 마련된 수확체험장 고구마를 모두 캐내고 있다. [사진 청주시]

청원생명축제 취소…고구마 3t 푸드뱅크행 

7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오창미래지농촌테마공원. 매년 10월 ‘청원생명축제’로 북적이던 행사장이 황량했다. 공원 내 조성된 3465㎡ 규모의 고구마 수확 체험장은 고구마가 모두 뽑혀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축제 역시 취소된 탓이다. 유종열 청주시 친환경농산과 팀장은 “체험장에 심은 고구마를 어떻게 처분할까 고민하다가 9월 말 수확한 고구마 3240㎏을 지역 푸드뱅크 8곳에 모두 기부했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매년 50만명이 찾는 청주의 대표 농·축산물 축제다. 산지에서 갓 생산한 햅쌀과 버섯·더덕·고추·고구마 등 90여 가지의 친환경 농산물을 30%까지 싸게 살 수 있어 만족도가 높았다. 열흘간 판매된 농산물만 40억원에 달한다. 청원생명축제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농산물 판매와 공연, 체험행사가 많은 축제 특성상 방역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취소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날 미래지공원을 찾은 조연화(56)씨는 “가을철 나들이 삼아 고기도 구워 먹고, 고구마 수확과 전통놀이 체험을 했던 생명축제가 취소돼 아쉽다”며 “전국서 이름난 축제 대부분이 취소돼 올가을에는 갈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 연천군이 ‘국화전시회’ 개최를 위해 조성한 국화 전시장. [사진 연천군]

경기도 연천군이 ‘국화전시회’ 개최를 위해 조성한 국화 전시장. [사진 연천군]

10월 축제 207건→158건으로 축소 

단풍철 축제를 열어 관광 특수를 기대했던 전국 관광명소들이 2년 연속 코로나19 역풍을 맞았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눈앞에 두고도 대표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바뀌었다. 백신 접종률이 55.5%(7일 0시 기준)로 높아졌지만, 확진자 수가 하루 2000명을 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여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0월 예정된 지역축제는 207건에서 코로나 확산으로 158건으로 축소됐다. 대면 축제는 39건에서 0건으로, 취소·연기된 축제는 49건으로 집계됐다. 대면·비대면 행사가 88건에서 13건으로 대폭 줄어든 대신 온라인을 결합한 비대면 축제는 145건(당초 80건)으로 늘었다.

하반기 위드 코로나를 대비해 크고 작은 가을 축제를 기획했던 지자체는 당혹스런 표정이다. 8일 개최하려던 ‘국화전시회’를 취소한 경기도 연천군은 3만㎡ 규모로 꾸민 국화 전시장을 보며 한숨짓고 있다. 지난 5월부터 하루 25명씩 인력을 투입해 국화 15만 본으로 꾸민 전시장은 산책용 공원으로 쓰이고 있다.

이승일 연천군 과학영농팀장은 “지난해보다 10배가 넘는 국화를 심었으나 코로나 상황으로 취소했다”며 “연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됐던 축제를 열 수 없어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11월 열릴 예정이던 충남 서산의 ‘서산국화축제’도 방역을 이유로 취소됐다.

남강에 색색으로 떠 있는 유등. [사진 진주시]

남강에 색색으로 떠 있는 유등. [사진 진주시]

강릉 커피축제·유등축제·불꽃축제 연기 

매년 9월 여수 여자만의 아름다운 노을을 배경으로 열리는 ‘여자만갯벌노을축제’를 준비하던 주민들도 발을 구르고 있다. 김장현 축제추진위원장은 “축제 준비에만 4~5개월이 걸리는데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는 바람에 결국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며 “관광객들도 축제를 안하니 아쉽다고 하지만, 100명도 못 모이고 시국이 이런데 어떻게 축제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단풍철 대표 여행지인 강원지역은 10월에 예정된 축제 23개 중 13개를 연기하거나 취소했다. 강릉 커피축제, 원주 다이내믹 댄싱카니발, 고성 명태축제, 양양 연어축제 등이 줄줄이 연기·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강릉 커피축제는 당초 오는 14일 개막하려 했는데 개막 시기를 11월 25일로 미뤘다. 강릉문화재단 이기욱 문화사업팀장은 “코로나19 확산세와 백신 접종 추이를 반영해 축제 개최 시기를 다음 달 말로 연기했다”며 “상황을 지켜보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비율을 조정해 축제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 완도군의 ‘청정완도 가을 섬여행’, 전북 순창의 ‘순창장류 축제’, 경북 포항 ‘화진리 줄다리기 재현행사’, 제주도 제주음식박람회 등 지역의 대표 축제도 모두 취소됐다. 경남 진주시는 10월 예정한 진주남강유등축제를 12월로 연기했다. 사천시는 10월 개최 예정이던 고려현종대왕축제를 취소했다.

지난해 열린 포항국제불빛축제에서 화려한 불꽃이 영일대해수욕장의 야경을 수놓고 있다. [사진 포항시]

지난해 열린 포항국제불빛축제에서 화려한 불꽃이 영일대해수욕장의 야경을 수놓고 있다. [사진 포항시]

상인들 “예약 끊기고 손님 절반 줄어”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울상이다.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박모(56·포항시)씨는 “포항 국제불빛축제가 온라인으로 개최될 것이란 얘기가 들려서 걱정”이라며 “불빛축제의 경우 개최 한 달 전부터 예약 전화가 쏟아졌는데, 지금은 잠잠하다”고 말했다. 다음 달 19~21일 예정인 ‘포항 국제불빛축제’는 연간 150만명 이상이 찾는 동해안 최대 규모 행사다. 올해는 온라인 개최가 전망된다.

부산을 대표하는 ‘부산불꽃축제’ 역시 개최 일을 10월에서 올 연말로 연기했다. 부산 수영구 팔도시장에서 마트를 운영하는 이숙경(51)씨는 “과거 부산불꽃축제 할 때에는 유동인구가 엄청났는데 지난해 불꽃축제가 취소되고, 코로나가 지속하면서 지금은 길거리에 사람이 없다”며 “팔도시장 인근 유흥주점이나 식당에도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서 마트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위드 코로나 시대를 맞아 당분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지역 축제가 많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정강환 배재대 관광축제대학원장은 “코로나 이후 온라인 축제에 대면 행사 1~2개를 끼워 넣는 하이브리드형 축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며 “20~30대 그룹의 참여도가 높은 온라인 행사와 현장 행사를 선호하는 연령층을 고려한 세대별 축제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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