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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1위 못한 이재명…‘마의 57%’ 뚫고 文도 뛰어넘나

중앙일보

입력

이재명 경기지사가 5일 경기 부천 OBS경인TV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경기지사가 5일 경기 부천 OBS경인TV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세론’ 지속으로 시들했던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막바지 열기가 예상외로 뜨겁다.

6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민주당 대선 경선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투표 신청자 30만5779명 중 22만8427명이 투표해 최종 투표율 74.70%를 기록했다. 이는 2차 선거인단 투표율(49.68%)은 물론 1차 선거인단 투표율(70.36%)도 넘어선 수치다.

수도권 권리당원ㆍ대의원 투표율 역시 높았다. 지난 6~7일 이틀간 실시된 서울 지역 경선은 당원 14만858명 중 6만6058명이 참여해 최종 투표율 46.90%를 기록했다. 지역 경선에선 대구·경북(63.08%), 인천(51.4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투표율이다. 당원 10만명 이상 지역(광주·전남, 경기, 서울) 중에선 가장 높다.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실시된 경기 지역 경선도 권리당원 16만1093명 중 7만4888명이 참여해 투표율 46.49%로 서울 지역과 비슷했다. 지도부에 속한 한 의원은 “대장동 의혹에 당원과 지지층의 관심이 커지며 투표 의향을 높였다”고 말했다.

“역결집” vs “비판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 3일 구속되자 민주당 당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불똥이 이 지사에게 튈 수 있다. 우리가 이 지사를 지켜야 한다”고 집단적으로 반응했다. 친이재명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 지사에게 투표한 당원들의 인증 릴레이가 이어졌다. “1위 주자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에 당원들의 결집이 이뤄지고 있는 것”(서울권 재선 의원)이란 분석이다. 김남준 이재명 캠프 대변인은 “투표율이 높아질수록 여론조사와 비슷한, 이 지사 우위의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민주당 인천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일어서고 있다. 이 지사는 3일까지 누적득표율 54.90%로 1위를 이어갔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민주당 인천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일어서고 있다. 이 지사는 3일까지 누적득표율 54.90%로 1위를 이어갔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전 대표 측의 해석은 달랐다. 유 전 본부장 구속에 불안감을 느낀 수도권 당원들이 이 전 대표를 찍었다고 분석했다. 김효은 이낙연 캠프 대변인은 “대장동 의혹에 당원·지지층의 후보 검증에 대한 요구가 커지는 게 투표율 상승의 배경”이라며 “결선투표의 가능성도 꺼지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의 57%’…문재인 뛰어넘나

이 지사가 10일 결선 없이 본선에 직행하려면 수도권 당원 및 3차 선거인단 투표 대상자 약 61만명 중 약 16만표(약 38%·투표율 65% 가정) 이상을 얻어야 한다. 광주·전남 경선을 제외하곤 10차례 경선에서 모두 과반을 해온 이 지사의 득표율이 급락할 거라는 전망은 찾기 어렵다. 호남권의 한 초선의원은 “이 지사의 본선 직행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은 지난해 2월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은 지난해 2월 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지사의 최종 득표율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얻은 득표율 56.5%와 2017년 경선에서의 57%를 넘을지에 따라 정치적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넘어선다면 ‘비문 성향’‘비주류’라는 꼬리표가 오래 따랐던 이 지사가 본선 진출 뒤 ‘원팀’ 기조를 이어가기 수월해질 거라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본거지인 광주·전남 경선에서 이 전 대표에 석패한 이 지사 입장에선 절실한 목표일 수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002년 노무현 후보 이후 민주당 주자 중 광주·전남 경선에서 1위를 하지 못한 후보는 없었다”며 “57% 이상 득표는 이 약점을 상쇄하고 ‘원팀’ 기조를 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작아진 추미애·박용진…10%는 어디로?

지지율 붕괴현상이 뚜렷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박용진 의원의 표가 어디로 흩어질지도 관심사다. 추 전 장관은 1차 선거인단 투표(9월 12일)에서 선전하며 누적 득표율 11.85%까지 올랐지만 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한 자릿수 득표에 그치며 현재 누적득표율 9.14%를 기록 중이다. ‘명·낙대전’ 속에서 연일 이 지사를 편들거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 비판에 치중하느라 자신의 강점을 어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선 초반 여론조사에서 5% 내외의 지지율을 보였던 박용진 의원은 실제 경선에선 1.63%(지난 3일까지 누적득표율)를 얻는 데 머무르고 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박용진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박용진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86그룹의 한 재선 의원은 “마지막에도 제3후보가 10% 이상 득표력을 유지한다면 결선투표가 가능할 수도 있다”며 “반면 사표(死票)를 원치 않는 당원들이 1위 주자로 더 기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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