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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서소문 포럼

성남시와 시의회는 뭘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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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원배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원배 사회디렉터

김원배 사회디렉터

성남 대장동 개발 비리와 관련해 배임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2012년 4월 한 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당시 유씨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전신인 성남시 시설관리공단 본부장이었다. 그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되면 대장동 지구를 민관 합동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다.

기사 뒷부분에 대장동 원주민과 민간 부문 업무를 담당하는 판교프로젝트금융투자 대표의 반응이 소개되는 데 투자사 대표가 바로 남욱 변호사다. 그는 대장동 개발에 8721만원을 투자해 1007억원을 배당받은 천화동인 4호의 대표이자 소유주다. 이 기사엔 “앞으로 조례안이 통과되면 성남도시개발공사, 주민추진위원회와 협의해 빠른 도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이라는 남 변호사의 말이 소개됐다.

키맨 유동규, 2013년에도 뇌물
‘초과이익 환수’ 묵살, 1000배 수익
지자체 사업, 감시장치 강화해야

유동규씨의 구속영장엔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의 자산관리업체 대주주 정모씨에게 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포함됐다. 이 업체엔 남욱 변호사의 부인이 임원으로 등재됐다.

지금까지 나온 여러 정황을 보면 유씨는 대장동 개발에서 화천대유, 천화동인 관계자와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였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5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고, 개발 이익의 25%에 해당하는 700억원을 요구했다는 얘기도 있다.

지난 3일 구속영장심사 후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지난 3일 구속영장심사 후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국민의힘이 4년간 극력 저지해 결국은 민관 합작을 하게 됐다. 민관 합작을 하려면 일단 민간 개발업자의 기술을 빌려야 한다. ‘마귀’의 기술을 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말한 ‘마귀’는 치밀했다. 유씨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있을 때 휘하에 정모 변호사가 들어왔는데 남욱 변호사의 대학 같은 과 후배다. 정 변호사는 퇴직 후 유원홀딩스를 세워 유씨와 동업을 했다.

사업자 선정 전후 공사 실무진은 대장동 아파트 분양가가 일정 수준 이상일 때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묵살됐다. 경기도 산하 경기연구원은 2019년 『개발이익 공공환원 사례 심층연구』라는 정책연구보고서를 내놓는다. 이 보고서엔 “협약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변호사를 팀장급으로 채용해 각종 협약을 철저하게 관리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팀장급으로 채용된 것이 바로 정 변호사이며 그는 이 보고서 작성에도 참여한다. 협약을 철저하게 관리한 결과가 화천대유에 막대한 초과 이익이 가도록 한 것인지 궁금하다.

검찰이 유씨에게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를 적용한 만큼 책임은 일단 유씨에게 돌아가는 모양새다. 화천대유의 이익을 제한할 조항이 사라진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마저 폭등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4000억원의 배당금에 3000억원에 가까운 추가 분양수익까지 얻게 됐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지사의 법적 책임 여부는 검찰 수사를 통해 판단이 내려질 것이다. 이와 관계없이 상급 기관인 성남시의 공무원이나 성남시 의회가 제대로 사업을 들여다보고 감독했는지 의문이 든다.

한편으론 조급한 성과주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볼 수도 있다.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에서 사전 확정 수익에 집착했기 때문이다. 시민을 위해 5000억원을 가져왔으니 나머지는 민간 사업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경기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서도 “사전 이익 확정 방식은 대규모 도시 개발에 처음 적용되는 것으로 사후 배당과 관련한 불필요한 갈등과 행정력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 시도”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이 성남시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사업시행을 위한 특수목적회사인 ‘성남의뜰’에 50%+1주라는 지배주주로 참여했다. 사전 이익도 중요하지만 전체 사업의 진행에 문제가 없도록 신경 쓰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사업시행자인 성남의뜰은 컨소시엄 참여회사인 하나은행에 약정한 200억원 이외에 100억원을 대표이사 전결로 추가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화천대유가 직원으로 근무한 곽상도 의원 아들에겐 50억원의 퇴직금을 줬다. 하나같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들다.

이번 대장동 사업에서 보듯 지자체에서 주도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지자체와 민간이 함께 사업을 하는 경우 각종 공시와 정보 공개를 확대하도록 하는 대책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