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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코로나19 숫자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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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영희 기자 중앙일보 특파원
이영희 도쿄특파원

이영희 도쿄특파원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한 달 만에 10분의 1로 줄었다는 기사를 쓰고 독자 메일을 여러 통 받았다. 욕설을 빼고 순화하면 “‘위드 코로나’ 하겠다고 검사 수를 줄인 게 분명하다” “일본에선 PCR 검사에 20만원씩 든다는데, 현지서 상황 뻔히 알면서 그렇게 일본을 칭찬하고 싶냐”로 요약된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우선 일본에서 PCR 검사에 20만원 정도 드는 것은 맞다(타액 PCR은 3만원 정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 검사를 받을 경우다. 증상이 있어 의사가 검사를 권고하거나 밀접접촉자일 때만 무료 검사가 가능하다. 한국처럼 원하면 누구나 무료로 검사받는 시스템이 없으니 밝혀지지 않은 무증상 환자가 상당수 존재할 가능성은 높다.

검사 건수는 8월 중순 일일 감염자가 2만 명까지 나올 당시 하루 17만 건까지 늘었다가 최근엔 주말을 제외하면 3만~6만 건 정도다. 줄어든 건 맞지만 도쿄의 경우 8월 중순 24%까지 올라갔던 양성판정률이 10월 5일에는 1.8%였다. ‘검사를 안 해서 확진자가 준 것’이라기엔 검사 대비 확진율이 너무 많이 감소했다.

일본 도쿄 신바시에 있는 민간 코로나19 PCR 검사 센터 앞에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AP=연합뉴스]

일본 도쿄 신바시에 있는 민간 코로나19 PCR 검사 센터 앞에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AP=연합뉴스]

문제는 모두가 어리둥절한 정도로 확진자 수가 줄었는데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는 데 있다.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백신 접종률이 꾸준히 높아졌고, 올림픽 이후 폭발적 확산에 위기감이 퍼져 저녁 인파가 줄었으며, 늦은 장마 등 날씨도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것만으론 설명이 힘드니 어려운 이론도 등장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1967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만프레드 아이겐 박사가 발표한 ‘에러 카타스트로피의 한계’라는 이론을 든다. 간단히 요약하면 바이러스 복제가 일정한 역치를 넘어서면 복제 실패가 늘어나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유전자까지 파괴해 자멸한다는 것. 즉 7~8월 급격하게 증식한 델타 바이러스가 한계를 맞아 소멸하면서 감염자가 급감했다는 해석이다. 백신 접종이 느린 인도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감염자가 크게 준 것도 이 이론으로 설명된다.

이를 고려해도 미스터리인 건 마침 바이러스가 소멸한 시기가 일본의 정권 교체기와 기가 막히게 겹쳤기 때문이다. 덕분에 새로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의 코로나19 정책은 ‘확산 방지’보다 ‘경제 회복’에 역점을 두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명확지 않은 이유로 감염이 진정됐듯, 또 예측하지 못한 변이 바이러스나 미지의 요소에 의해 다음 유행이 닥칠 것이란 전문가들의 경고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미스터리의 끝이 해피 엔딩이기 위해선 지금 긴장을 풀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