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달의 예술

한스 짐머의 ‘인터스텔라’

중앙일보

입력 2021.10.08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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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오희숙 음악학자·서울대 작곡과 교수

오희숙 음악학자·서울대 작곡과 교수

광활한 우주 공간에서 인류를 구원해줄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는 우주선이 도킹을 하는 순간, 반복적인 모티브를 배경으로 등장한 주제 선율이 점진적으로 긴장감있게 전개되는 음악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2014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인터스텔라’는 과학의 세계와 인간적인 측면을 연결시킨 수작으로 관객의 큰 사랑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한스 짐머의 음악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짐머는 반복 기법을 토대로 한 미니멀 음악 스타일을 기본으로 하면서, 영화 장면의 독특한 특성을 부각시켜 관객의 몰입을 이끌었다. 미니멀 음악의 반복기법이 기존의 시간성을 해체하면서 종결을 넘어서는 끝없는 영원성을 상징하는 점을 생각하면 짐머의 음악적 노선은 탁월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 덕분에 짐머의 영화음악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영화음악의 묘미가 영화의 내러티브 전개를 극대화시키며 영화와 관객을 긴밀하게 연결해 주는 것이라면, 콘서트 무대에서 듣는 영화음악은 영화의 장면을 상상하면서 음악 자체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이리라. 큰 기대감을 가지고 토요일 저녁 음악회장을 향했다. 연주회장은 놀랍게도 관객으로 꽉찼다. 영화음악의 팬일까? 한스 짐머의 팬일까? 아니면 이날 연주되는 ‘인터스텔라’ ‘인셉션’ ‘다크 나이트’의 감독 놀런의 팬일까? 이런저런 이유로 이 음악회에 관심을 가진 관객들이 많았으리라 짐작했다.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

한스 짐머 영화음악 콘서트

콘서트의 시작은 드라마틱했다. 캄캄한 무대에 미러볼과 다채로운 조명기술을 활용하여 마치 별들이 날아다니는 듯한 분위기에서 ‘인터스텔라’ 사운드 트랙이 흘러나왔다. 이후 연주는 ‘인셉션’부터 시작되었다. 짐머 음악의 큰 강점이라 할 수 있는 분위기의 반전이 조명의 변화와 함께 전개되면서 시공간을 초월하는 ‘인셉션’ 장면을 떠올릴 수 있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에 일렉 기타, 전자 키보드 등이 추가되어 다채로운 음향이 펼쳐졌다. 그런데 아쉽게도 마이크를 과도하게 사용하여 음향이 덩어리가 되어 버렸고, 마이크를 사용해서 노래하는 뮤지컬 가수들의 선율에서 섬세함은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마지막 곡 ‘분노의 역류’에서는 밀고 당기는 선율의 맛을 오케스트라가 잘 들려주었다.

영화에서 부수적인 역할을 하는 음악을 당당하게 음악회의 주인공으로 만든 짐머의 매력은 단지 영상과 음악의 절묘한 결합뿐 아니라, 영화의 내러티브를 한 단계 강화시키고 청각적으로 구체화하는 것에 있을 것이다. 우주의 1시간이 지구의 7년이라는 ‘인터스텔라’ 주인공의 말처럼, 시간에 갇힌 인간이 시간을 초월하는 세계를 향해 나아갈 때, 짐머는 음악이라는 시간 예술로 그 시간성을 직접 경험하게 한다. 음악에는 1초의 시간도 영원성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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