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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오징어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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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현재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트인 ‘오징어 게임’이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거의 모든 장면이 화제가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 이러한 열광의 배경엔 씁쓸하게도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대가 있다. 생사의 게임에 몰린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스러운 현실에 수많은 나라의 관객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동일시하고 있는 셈이다.

드라마에는 수많은 게임이 등장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충격적인 건 첫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다. 설마 탈락하면 죽는지 몰랐던 참가자 456명은 첫 탈락자가 총에 맞자 웅성거리며 곧 아비규환이 이뤄진다. 하지만 그들은 빨리 생존의 법칙에 적응하며, 소녀 형상의 거대한 감지 로봇에게 적발되지 않은 채 정해진 시간 안에 선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오징어 게임

오징어 게임

이때 모든 상황을 내려보는 프론트맨은 그 살풍경을 관람하는 가운데 위스키를 마시며 음악을 튼다. 부드러운 재즈 넘버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 여기에 사람들의 모습이 슬로 모션으로 편집된다. 갈수록 양극화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를 압축적이면서도 냉소적으로 보여주는 잔인한 대목이다. 죽음의 스펙터클을 즐기는 존재와 그 앞에서 죽어가는 사람들. 한편 프론트맨의 얼굴이 공개되는 에피소드 8에 ‘Fly me to the Moon’은 다시 한번 등장하는데, 이때는 그 뉘앙스가 조금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