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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세 꺾이나, 곳곳에 이상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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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개발연구원이 7일 경기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코스피는 이날 2959.46, 원·달러 환율은 1190.4원을 기록했다. 지수가 표시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뉴시스]

한국개발연구원이 7일 경기하방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코스피는 이날 2959.46, 원·달러 환율은 1190.4원을 기록했다. 지수가 표시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뉴시스]

한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내수 업종은 고사 위기다. 경기 회복을 이끌었던 수출에서도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진단도 “하방 위험 증대”에 초점이 맞춰졌다.

7일 KDI는 ‘KDI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한국 경제는 대면 서비스업의 부진으로 회복세가 둔화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도 확대되며 하방 위험이 증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안팎의 위기 요인으로 경기가 아래쪽을 향해 움직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수출 경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수출 경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숙박·음식점업 등 주요 내수 업종은 고사 위기다. 계절 영향을 뺀(계절 조정) 서비스업 생산지수 전월 대비 증가율은 7월 0.1%에서 8월 -0.6%로 꺾였다(통계청).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광공업 생산지수(7월 0.2%→8월 -0.7%)도 고꾸라졌다. KDI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방역 조치 강화가 장기간 지속됨에 따라 대면 서비스업의 부진이 심화했다”고 했다. 또 “제조업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개선 흐름이 유지되고 있으나, 최근 중간재 수급 불안으로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의 생산이 위축되고 기업심리지표가 하락하는 등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수출도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 지난 8월 34.8%에 이르렀던 수출액 증가율(통관 기준, 전년비)이 9월 16.7%로 둔화했다. KDI는 “세계 경제도 코로나19의 재확산과 공급망 교란 등으로 경기 회복세가 약화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대외 여건의 개선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헝다그룹 파산 위기, 빨라지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긴축 속도 등도 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내수 경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내수 경기.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이 장기화하며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로 인한) 경기 불안이 가시화되고 있어 추세 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공급망 불안→물가 상승→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미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내 은행권의 신용대출 부실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정 원장은 “신용대출이 단기 대출이고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금리가 오르거나 여건이 바뀌면 부실화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소매판매액지수도 하락

소매판매액지수도 하락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이날 새벽 13억 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외평채 발행으로 마련한 외화는 외환 보유액으로 운용한다. 이번 외평채 가산금리는 달러화 표시 0.25%포인트, 유료화 표시는 0.13%포인트로 역대 최저다. 국가 신용도가 높을수록 가산금리는 낮아진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도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신뢰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90.4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하락(원화가치 상승)하긴 했지만 1.9원 소폭에 그쳤다. 여전히 1190원대에 머물렀다.

이날 코스피는 2959.46으로 마감했다. 기관의 ‘사자’ 행렬에 전일 대비 51.15포인트(1.76%) 상승하긴 했지만 3000선을 여전히 밑돌았다. 홍 부총리의 평가와 달리 한국 경제 안팎의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찮다고 투자자들이 느낀다는 방증이다.

당국의 경계감도 높아지는 중이다. 이날 이억원 기재부 제1차관은 거시경제 금융 점검회의에서 “한국 시장의 기초 여건을 고려할 때 다른 국가보다 다소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가동하는 한편 시장 안정 조치를 철저히 점검·준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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