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바이든·시진핑 연내 첫 정상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에 화상으로 양자 정상회담을 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미 고위 당국자가 지난 6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날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楊潔篪) 중국공산당 중앙 외사 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이 회담 뒤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구체적인 정상회담 날짜와 의제는 발표되지 않았다.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중 정상 간 첫 만남이 된다.  미국 측은 대면 정상회담을 원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NYT는 세계 1, 2위 경제 대국 지도자들이 새 대통령 임기 첫 1년이 다 지나도록 공식적으로 만나지 않은 데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고려해 대면이 아닌 화상 회의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취임 뒤 3개월 만인 그해 4월 초에 시 주석 부부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초대해 첫 정상회담을 한 것에 비하면 많이 늦어졌다.

중국 “미·중 경쟁관계 아니다” 미국 “책임감 있는 경쟁을”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오른쪽)이 6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한 호텔에서 회담하고 있다. 양국은 이날 회담에서 올해 안에 화상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신화=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왼쪽)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오른쪽)이 6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한 호텔에서 회담하고 있다. 양국은 이날 회담에서 올해 안에 화상으로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신화=연합뉴스]

시 주석이 지난해 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년 가까이 해외를 방문하지 않고 있는 게 결정적 요인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이달 말 이탈리아 로마에서 대면 행사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과 두 번째 전화 통화를 할 때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그 후속 조치를 위해 설리번 보좌관과 양 주임이 이번에 취리히에서 만났다. 미 고위 당국자는 두 사람이 6시간 동안 폭넓은 주제에 대해 직접적이고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특히 설리번 보좌관은 지구 온난화나 핵 비확산 등 양국의 공통 이익이 걸린 문제들에 대해 중국이 협력하는 조건으로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려는 시도에 반대했다고 이 당국자는 밝혔다. 북한과 이란 등의 비핵화 논의가 미·중 정상회담 의제에 오를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의 경쟁을 책임감 있게 관리하기 위해 정상급 지도자 간 관여는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특히 중국 지도부 내에서 권력이 집중되고  있어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바이든

양국이 협력할 수 있는 대표적 분야로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회복, 기후변화 대응이 꼽힌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경쟁하면서 협력하겠다”고 밝혀 경쟁 일변도의 모습을 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다른 대중 외교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말 당선 직후 4대 국정 과제로 ① 코로나19 대응 ② 경제 회복 ③ 인종 평등 ④ 기후 변화 대응을 제시했는데, 중국은 그 직후 그중 세 가지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다고 호응했다. 지난해 12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뉴욕 아시아소사이어티 포럼에 화상으로 참여해 “바이든 당선인이 제시한 4대 국정 우선순위를 알고 있다”며 “그중 최소 3개 의제,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회복, 기후변화는 두 나라가 협력할 공간이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문제, 통상 정책,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탄압 등에서는 중국과 각을 세우고 있으나, 코로나19 대응과 경제 회복을 위해선 중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북한 비핵화는 양국 공통의 목표여서 정상회담에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미·중 정상회담 개최를 즈음해 한반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말 로마 G20 정상회의와 다음 달 초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COP 26(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대면 참석할 예정이다.

설리번 보좌관과 양 주임은 이날 회담을 마치고 내놓은 발표문에서 ‘(미·중) 경쟁’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을 보여 주목된다. 이날 양 주임은 “‘경쟁’으로 미·중 관계를 정의하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표했다. 중국 권력 서열 25위권의 정치국 위원이기도 한 양 주임은 “미국은 양국 관계가 호리공영(互利共贏·상호이익과 공동 번영)이 본질임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중국의 국내외 정책과 전략적 의도를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경쟁’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본격적인 경쟁보다는 아직 협력을 앞세워 한발 물러서는 듯한 뉘앙스를 드러낸 셈이다.

시진핑

시진핑

반면에 백악관은 회담 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은 자신의 국력을 계속 투자할 것이고, 동맹국과 파트너와 긴밀하게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미국은 책임감 있는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고위급 레벨에서 중국에 계속 간여하겠다”고 발표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미국을 보는 동맹국의 회의적 시선을 인식한 듯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에 대한 입장 차를 드러낸 두 외교 책사는 충돌에 반대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양 주임은 “9월 10일 양국 정상 간 통화 정신에 따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갈등을 원만히 관리하며, 충돌과 대결을 피하고, 호리공영을 찾아 미·중 관계를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이라는 정확한 궤도로 되돌리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양측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번 회담은 9일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통화에서 미·중 간 경쟁을 책임지고 관리하기 위해 소통의 중요성을 논의한 데 따라 열렸다”고 언급했다.

두 사람은 껄끄러운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 차는 분명히 밝혔다. 양 주임은 “중국의 대만·홍콩·신장·티베트·남중국해·인권 등 문제에 대한 엄정한 입장을 밝히고, 미국이 중국의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절실하게 존중하며 이들 문제를 이용해 중국의 내정 간섭을 정지하라”고 촉구하고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하겠다고 표시했다”고 강조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인권·신장·홍콩·남중국해·대만과 관련한 중국의 행동에 우려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양 주임은 대만을, 설리번 보좌관을 인권을 각각 앞세워 우선순위를 드러냈다.

양 주임은 특히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난달 발언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미·중 관계에 대한 긍정적 표현을 중시한다”며 “중국의 발전을 저지할 의도가 없으며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미국 측 표시를 주의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