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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고발사주의혹..김웅 고해성사해야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생각에 잠긴 김웅 의원.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2021.10.6 연합뉴스

생각에 잠긴 김웅 의원.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2021.10.6 연합뉴스

MBC 녹취록 리포트 ‘윤석열’ 거명

의심스런 찔끔정보..알권리 충족안돼    

1. 고발사주의혹이 다시 불쑥 튀어나와 대장동 의혹에 카운터 펀치를 날리는 듯한 하루였습니다.
고발사주의혹은..9월2일 터져나와 정치판을 흔들었습니다. 보름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괴롭힌 톱뉴스였습니다. 그러다 대장동 의혹이 터지면서 싹 덮혔습니다. 졸지에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악재에 시달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3주만에..고발사주의혹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수사기관이 녹취를 복원했기 때문입니다.

2. 녹취록 뉴스는 마치 잘 조율된듯 신속정확하게 정치이슈화 됐습니다.
녹취록이 복원되었다는 뉴스를 처음 보도한 곳은 의혹을 특종보도했던 인터넷뉴스(뉴스버스)입니다. 사건을 제보한 조성은의 휴대전화 포렌직에 성공한 겁니다. 뉴스버스는 6일 오후 5시쯤‘복원에 성공했다’는 간단한 사실만 보도했습니다.

3. 저녁뉴스 마감 직전이던 방송사들이 부랴부랴 확인취재, 리포터를 만들었습니다.
오후 7시15분에 시작하는  jtbc 뉴스룸이 곧이어 보도했습니다. 김웅이 ‘우리가 고발장 만들어 보내겠다’며 ‘대검에 접수하라’고 말했다는 내용입니다. 조성은이 이전에 주장했던 내용이 녹취록으로 확인됐다는 겁니다.

4. 이어 8시 sbs뉴스. 김웅이 ‘내가 고발하면 검찰이 시킨 걸로 생각할 수 있으니 (조성은이)고발하는게 좋겠다’면서 ‘대검에 접수되면 잘 처리해달라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두 문장은 모두 의미심장합니다. ‘검찰이 시켰다’고 의심받지 않으려 했다는 점. 그러면서도 검찰(대검)과 따로 연락을 취하려했다는 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라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이 자료와 고발장을 만들어 전달했다는 ‘음모론’에 힘을 실어줍니다.

5. 같은 시간 MBC뉴스데스크는 한발 더 나갔습니다.
김웅이‘제가 대검 찾아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온 게 되니까, 저는 쏙 빠져야 된다’고 얘기했다는 겁니다. 야당 유력후보이자 의혹의 핵 ‘윤석열’을 김웅이 직접 거명했다는 건..의혹에 불길을 당기는 폭탄입니다. MBC뉴스편집팀장은‘취재로 확인된 내용’이라고 인터넷매체(미디어오늘)에 밝혔습니다.

6. 다음날인 7일 아침 김어준이 라디오(뉴스공장)에서 MBC보도를 인용했습니다.
음모론을 가장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MBC를 콕 집어 기정사실인듯 인용했습니다. 방송에 출연한 윤석열 캠프 대변인은 ‘유독 MBC만 윤석열을 언급했다’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과거 ‘검언유착’이란 엉터리보도로 윤석열을 곤란하게 했던 MBC의 친여성향을 지적한 셈이죠.

7. 이후 온종일 여권인사와 지지자들은 MBC보도를 인용한 전방위 공세에 나섰습니다.
민주당소속 법사위원들은 긴급회견을 열었고, 당직자들은 국정감사회의 모두발언으로 퍼부었고, 의원과 지지자들은 각자 SNS로 열심히 퍼날랐습니다. 하루만에 음모론과 상상가능한 비난은 모두 쏟아진 듯합니다. 대장동이 쓸려갈 기세입니다.

8. 유권자들은 궁금합니다. 알 권리가 있습니다. 대통령을 선택할 판단의 근거가 필요합니다.
100%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할 수는 없지만..이처럼 여권정치인이나 수사기관이 찔끔찔끔 흘리는 단편적인 뉴스에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더욱이 검찰개혁의 정치적 배경을 의심하는 여론은 수사기관의 중립성을 믿지 못합니다.

9. 가장 좋은 방법은 당사자인 김웅이 고해성사하는 겁니다.
김웅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한마디로 숨어버렸습니다. 정 기억나지 않는다면..조성은처럼 공수처에 ‘녹취록을 들려달라’고 공개청구하면 됩니다. 당사자니까 들려줄 겁니다. 목소리도 확인하고, 조사도 받은 다음..기억을 최대한 되살려..모든 걸 공개하는 겁니다.
그게 바로..‘재주 많은 검사’ 김웅에서 ‘신뢰받는 정치인’ 김웅이 되는 길입니다.
〈칼럼니스트〉
2021.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