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신분이었던 탄자니아 작가 구르나, 노벨문학상 거머쥐다

중앙일보

입력 2021.10.07 22:08

업데이트 2021.10.07 22:36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압둘라자크 구르나.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압둘라자크 구르나.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탄자니아 태생의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3, Abdulrazak Gurnah)가 선정됐다. 동아프리카의 식민 역사에 기반을 둔 작품을 써온 작가다. 스웨덴 한림원은 7일 오후 1시(현지시간) “단호함과 연민을 가지고 문화ㆍ대륙 간 차이에 놓인 난민의 운명, 식민주의의 영향을 통찰했다”고 수상 사유를 밝혔다.

2021 노벨문학상에 소설가 압둘라자크 구르나

구르나는 탄자니아 잔지바르에서 태어나 1960년대에 난민 신분으로 영국에 건너왔다. 1980년대에 영어로 발표한 초반 작품들은 이주의 경험에 기반을 둔다. 소설가로 이름을 알린 첫 작품은 네 번째 소설인 『파라다이스(Paradise)』(1994)다. 탄자니아에서 자란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제1차 세계대전 중 동아프리카의 식민 역사를 그려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그의 작품은 식민 시대와 이주의 기억을 토대로 인종ㆍ종교ㆍ사회 등의 차이로 인해 타자화되는 인물들을 다뤘다. 노벨위원회의 안데르슨 올슨 의장은 7일 “구르나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식민 시대 이후 작가 중 한 명이며, 그의 캐릭터들은 문화와 대륙, 존재했던 삶과 떠오르는 삶 사이의 공백기, 그리고 결코 해결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태를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2021노벨문학상.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2021노벨문학상.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최근작인 『애프터라이브스(Afterlives)』(2020)까지 총 10편의 장편과 다수의 단편을 발표했지만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책이 없다. 이석호 아프리카문화연구소장(카이스트 교수)은 “중요한 작가는 맞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이 예측되진 않았던 의외의 인물”이라며 “아프리카 본토에서 활동한 작가들에 비해 구르나의 작품은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높지 않다. 비교적 중화된 비판의 어조로 문학성을 강조한 작가”라고 설명했다. 왕은철 전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구르나는 아프리카 출신 무슬림으로 영국에서 살면서 겪는 탈식민주의 문제와 디아스포라, 문화 충돌 등의 경험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며 “그동안 노벨문학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된 적은 없는 작가지만, 이슬람권과 서구권의 긴장 관계가 불거지면서 주목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구르나는 영국의 켄트 대학에서 영문학 및 탈식민지문학을 가르쳤으며 영국 남부의 브라이튼에 거주하고 있다. 한림원 측은 “자신의 집 부엌에 있는 구르나와 통화해 수상 소식을 알렸는데, 아주 긍정적 반응이었고 긴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고 전했다. 또 이민자와 난민 문제 등 세계의 정세에 비춰 “그의 작품을 오랫동안 지켜봤지만, 현재 유럽과 전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특별히 흥미롭다는 점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구르나는 수상 발표 직후 노벨위원회와의 통화에서 “수상 소식이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며 “엄청나게 큰 상이다. (삶의 변화를) 피할 수 없을테고, 받아들이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시상식은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부분의 수상자가 본국에서 상을 받는 온ㆍ오프라인 혼합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상금은 10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5300만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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