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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믿고 백신 맞은 딸 사망했다" 눈물바다 된 국감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 가족이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안내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임현동 기자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 가족이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안내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상반응을 모두 책임지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믿고 딸이 백신 접종을 받았는데 사망했다. 두 달 뒤엔 인과성 인정이 어렵다는 심의 결과를 받았다. 이의 제기를 하고 싶어도 부검소견서가 없다.”

7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나온 이남훈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국감장에는 이씨를 비롯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겪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참석해 질병관리청의 이상반응 대처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여야 의원들은 정부가 이상반응 피해 보상 범위를 넓히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부검소견서 없어 이의신청도 못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 가족이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안내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 가족이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안내문을 들어보이고 있다. 뉴스1

이날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정부의 이상반응 심의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앞서 참고인으로 나선 이씨의 딸은 22살로 지난 7월 26일 모더나 백신을 맞고, 닷새 뒤인 31일 혈전증 증상을 보이다가 12일 만에 사망했다. 당시 이상반응 신고를 받은 제주도 방역당국은 질병청에 혈소판감소성혈전증(TTS) 검사를 의뢰했으나 mRNA 백신은 혈전증 검사 대상이 아니라며 거절당했다. 이씨는 이날 국감장에서 “역학조사관은 백신과 인과성이 있다고 봤는데 심의 결과는 4-2(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더 높은 경우)였다”고 말했다. 그런 결과가 나올줄 모르고 부검하지 않고 장례를 치렀는데, 뜻밖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씨는 이제는 부검소견서가 없어 이의신청도 못 한다며 “(부검을 해야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는)행정 절차를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1년 만에 만든 백신인데 최소 10~15년은 부작용을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이자 백신을 맞은 다음 날 심정지가 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안현준씨도 이날 국감장에서 “인과성이 없다는 근거를 제대로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안씨는 “제약회사가 백신 부작용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면책권을 받아내지 않았냐”며 “그런데 도대체 어떤 이유로 정부가 인과성이 없다고 당당히 주장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은경 질병청장이 “(면책권은) 모든 제약사가 동일한 나라에 동일한 기준으로 요구한 조건이다. 우리나라는 (이상반응이 나올 시) 국가에서 먼저 책임을 진다”고 답하자 안씨는 “몇명한테 무슨 대응을 했는지 공개적으로 언급해달라. 입에 발린 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과학적으로 밝히지 못할 경우 인과성이 없다고 할 게 아니라 시간적 인과관계 따라 인정하는 쪽으로 가야 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직접 보상신고…절차도 까다로워”

피해자가 직접 이상반응 신고를 해야 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건소 운전직 공무원인 김근하씨는 지난 3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후 재생불량성빈혈을 진단받고 골수이식까지 받았다. 투병 중 어렵게 발걸음을 한 김씨는 “이상반응 신고와 보상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번거로운데 아픈 환자나 가족들이 직접 보상신고를 해야한다”며 “질병청은 A4 종이 한장 보내놓고 부작용 민원을 하려 하면 전화를 받지도 않아 속 시원한 답변 한번 못 받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항암제와 면역억제제를 먹는 중이라 언제 어떻게 건강상태가 나빠질지 모른다”며 “정부의 말을 믿고 따르기만 했는데 부작용을 얻으니 이제 와서 정부는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장에서는 이상반응 피해자 가족들의 오열이 이어졌다. 이현희씨는 “대통령이 고위험군과 기저질환자 먼저 접종하라고 해서 당뇨, 혈압 등을 앓던 75세 어머니가 먼저 접종을 받았는데 길랭-바레 증후군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씨는 “사지마비까지 왔지만 질병청은 4-1(백신과 이상반응에 대한 자료가 충분치 않을 경우)에 해당한다며 인과성 인정이 어렵다고 했다”며 “병원비를 감당하기가 고통스럽다. 대통령과 질병청 모두 국민에게 한 약속을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조사 심의 과정 투명하게 공개해달라”

7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에 마련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스1

7일 오후 서울 성북구청에 마련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시민들이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백신 피해자 가족협의회 회장인 김두경씨는 구체적인 개선안으로 ▶지자체별 전담 콜센터 운영 ▶이상반응 환자 전담 공공병원 신설 ▶지자체 피해조사 심의 과정에 피해자 가족 입회 등을 요구했다. 김씨는 “심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 불신이 해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질병청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사망 및 중증 신고 총 1586건 중 7건만 인과성이 인정됐다”며 “정부가 너무 폐쇄적으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장)도 “우선적으로 이분들에 대해 1차 치료를 해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권역별 중증 환자가 생기면 이런 분들을 돌보고 안내하는 병원이 있으면 좋지 않겠냐”며 “환자들을 위한 대책을 검토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에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오늘 많은 분의 의견을 들었다. 대응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정부 내에서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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