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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만에 처음…스벅 직원 절규에 "절 떠나든지"vs"월급 130"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과도한 이벤트와 인력난에 지친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의 요구사항이 적힌 트럭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본사 앞을 지나고 있다. 김지혜 기자

과도한 이벤트와 인력난에 지친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의 요구사항이 적힌 트럭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본사 앞을 지나고 있다. 김지혜 기자

“오죽하면 저럴까 싶다.”

7일 오후 4시쯤 스타벅스 시위 트럭이 서울 중구 스타벅스코리아 본사 앞을 지나가자 이를 본 시민 최모씨(20대 여성)가 한 말이다.

최씨는 “최근 진행된 스타벅스 리유저블컵(다회용컵) 행사 당일 매장을 방문했다가 줄이 너무 길어 깜짝 놀랐다”며 “직원들이 매우 지쳐 보여 걱정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 그래도 몇 년 새 서비스 질이 낮아지고 직원들이 기계처럼 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 직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 알게 됐다”며 “처우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달 28일 매장을 방문해 음료를 주문하면 다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과도한 마케팅 논란과 함께 스타벅스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됐다. 연합뉴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달 28일 매장을 방문해 음료를 주문하면 다회용 컵에 음료를 제공하는 '리유저블 컵 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이 행사는 과도한 마케팅 논란과 함께 스타벅스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게 된 계기가 됐다. 연합뉴스

노조 없는 스벅, 22년 만에 첫 단체행동 

리유저블컵 행사로부터 촉발된 과도한 마케팅 논란이 직원들의 트럭시위까지 이어졌다. 인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소비자가 몰리는 행사를 자주 열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직원들(파트너급)의 목소리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오면서다. 스타벅스는 전 점포를 직영으로 운영하며, 노조가 없다. 직원들이 단체행동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위는 7~8일 이틀간 강북과 강남으로 나눠서 진행된다. 트럭 전광판과 현수막에 “과도한 판촉비용 감축하고 인력난 개선하라” “창립 22년 만에 처음으로 내는 목소리를 묵인하지 말라” “마케팅 이벤트보다 매일의 커피를 팔고 싶다” 등 메시지를 담아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경로를 순회하는 식이다.

과도한 이벤트와 인력난에 지친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의 요구사항이 적힌 트럭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본사 인근을 지나는 모습을 한 시민이 찍고 있다. 김지혜 기자

과도한 이벤트와 인력난에 지친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의 요구사항이 적힌 트럭이 7일 오후 서울 중구 본사 인근을 지나는 모습을 한 시민이 찍고 있다. 김지혜 기자

“프로모션 즐거워” vs“상업적 변질” 

시위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40대 남성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지 않을까”라며 “시장의 원리가 작용하는데 커피 업계 인력은 이미 포화다. 스타벅스 정도면 복지 괜찮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다만 “굿즈·한정판 마케팅이 난무하는 건 맞다”라면서 “행사 등으로 발생한 수익 일부는 직원들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하거나, 임시로라도 인력을 충원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K-직장인 마인드인지는 모르겠지만, 스벅을 바꾸려고 하기보단 직장을 바꾸는 게 빠를 것 같다” “직장인들에게 스벅 프로모션은 큰 즐거움. 본사와 직원 간 조율이 잘 되길 바란다” “커피와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스벅을 찾는 입장에선 한국의 스벅이 편안함을 추구하는 미국 본사의 경영 철학과 달리 상업적으로 변질해 안타깝다” 등의 의견이 있었다.

직원 “애정 있으니 변화 바라는 것” 

스타벅스코리아는 현재 1600여개 매장을 직영 운영하면서 약 1만 8000명의 정규직 직원들을 두고 있다. 이들은 ▶파트너 ▶슈퍼바이저 ▶부점장 ▶점장 ▶지역매니저 순으로 분류된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파트너는 주 5일 하루 5시간 근무가 기본이다. 연장 근무 수당 등을 더하면 130만원가량의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8시간 근무가 가능한 부점장·점장의 급여는 평균 250만원 안팎이라고 한다.

블라인드에선 여전히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큐그레이더(Q-Grader·커피 품질 감정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는 한 이용자는 “정말 커피를 하고 싶으면 난 스벅에 안 들어갈 것 같다”며 “본인이 왜 커피를 하는지, 서비스직만 하는 건 아닌지 돌아봤으면 한다”고 적었다. 그는 “스벅은 전 지점 동일한 맛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 않나”라며 “인건비가 낮은 건 회사 구조상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스타벅스 직원은 “도망치는 게 답이라고 하기엔 오래 몸담은 회사고 애정이 있기에 변화를 바라는 것”이라며 “배가 불러서 이런 얘기를 하는 거라고 반박하는 건가, 아니면 변화를 위해 힘쓰는 자들에게 그래 봤자 소용없다고 초지는 건가”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매출에 따른 직원 수가 정해져 있었는데 현재는 야금야금 깎인 상황”이라며 “월급은 더 안 줘도 인원은 채워달라, 우리의 사명을 다 하기 위해선 더 좋은 처우가 필요하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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