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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카카오, 미등기 임원제 도입...김범수 의존도 낮아질까

중앙일보

입력 2021.10.07 17:31

업데이트 2021.10.07 18:51

그래픽=팩플

그래픽=팩플

카카오가 C레벨 임원 직급을 공식 도입했다. 카카오 측은 7일 "10월 1일 자로 10명의 신임 미등기 임원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무슨 일이야?

● 카카오는 창사 후 상법상 필요한 최소 등기임원 7명 외에는 임원을 두지 않았다. 최고경영책임자(CEO)인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외에 공식적으로는 C레벨 임원이 아예 없었던 것. 이번 인사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기업이 커지고, 조직화·체계화를 추구하면서 리더들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미등기 임원을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 10인의 C레벨 : 이번 인사로 카카오를 이끄는 10명의 핵심 리더들의 면면이 드러났다. 배재현 최고투자책임자(CIO), 이성호 최고재무책임자(CFO), 김택수 최고프로덕트책임자(CPO), 정의정 최고기술책임자(CTO), 강형석 최고운영책임자(COO), 김연지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 홍은택 카카오커머스 CIC(사내기업) CEO 등이다. 대외와 홍보를 총괄하는 최고관계책임자(CRO), 최고비지니스책임자(CBO), 최고보안책임자(CSIO)도 선임됐지만 회사 주식을 보유하지 않아 이번 공시 대상에선 빠졌다.

왜 중요해?

● 카카오가 조직의 틀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일하겠다는 신호다. 그동안 카카오는 규모는 대기업 수준으로 커졌지만, 스타트업의 수평적이고 역동적인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 애써왔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을 직원들이 “브라이언(Brian)"이라는 영어 이름으로 부르는 등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강조했다. 그러나 급성장이후 기업 현안이 다양해졌는데도,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스타트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왔다. 이번 개편 이후 C레벨 임원들이 업무별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될지 주목된다.
● 컨트롤타워 재정비를 통해 카카오가 최근 갑질 플랫폼으로 몰린 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 김 의장은 지난 5일 정무위 국감서 "통렬한 반성과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며 "투자해놓은 회사 중 미래 방향성이나 글로벌 향(向)이 아닌 회사는 정리할 생각"이라고 했다. 향후 사업철수나 재편 등 논의를 위해 기술·재무·투자 등 총체적 재검토가 필요해졌다. 등기임원인 여민수·조수용 공동대표 외에도 10인의 C레벨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와 별개로 본사와 계열사 간 시너지와 현안을 챙기도록 한 공동체성장센터는 송지호 센터장이 최근 싱가포르 블록체인 법인 크러스트 대표를 맡으며 겸임 중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카카오의 큰 그림은?

● 카카오 측은 “미등기 임원 선임은 지난해 말부터 준비했다”며 "기존에 수행하던 업무를 미등기 임원제도를 도입하며 공식화한 것뿐"이라고 했다. 최근 정치권이나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리더십 재정비로 확대 해석하지 말아 달라는 얘기다.
● 하지만 IT 업계에선 자회사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무한경쟁을 통해 성장시키던 카카오의 전략 변화로 읽는다. 국내 한 플랫폼 기업 관계자는 "상품·투자·재무·비즈니스·기술·크리에이티브·개인정보 등 세분화된 분야별 책임자를 확실히 못박은 건, 자회사도 본사의 큰 그림 안에서 상의하며 전략을 짜라는 의미"라며 "계열사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확실히 제어하면서, 글로벌 사업 위주로 전력을 집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했다.
● 지배구조를 더 투명하게 공개하는 효과도 있다. 카카오 부사장급 임원들이 이미 C레벨이 할만한 직무를 수행하면서도 공시 대상에선 빠져 있어 논란 소지가 있었다. 네이버가 지난 2017년 미등기 임원 자리를 없애자 "(임원에서 일반 직원으로 바뀐 이들의) 공시 의무를 피하려는 네이버의 꼼수"(김해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또 금융위원회가 핵심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직원은 임원에서 제외되더라도 공시 대상이라고 판단한 전례도 있다.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장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회방송 캡쳐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장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회방송 캡쳐

네이버 임원은?

● 네이버는 2019년 3월부터 미등기 임원제를 다시 도입했다. 2017년 수평적 문화가 필요하다며 제도를 폐지했지만, 조직이 커지고 사업영역이 확장되면서 조직의 허리를 담당할 중간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
● 현재 네이버는 주요 C레벨 리더들과 사내 벤처(CIC) 대표 등 13명의 '경영리더'를 비롯해 중간 간부급인 '책임리더' 104명 등 총 117명의 미등기 임원(2021년 6월 기준)을 두고 있다.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2018년 등기이사에서도 물러난 이후, 미등기 임원 상태다.

앞으로 과제는

국내 양대 IT 대기업인 카카오와 네이버는 사업운영 방식과 리더십에 큰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지난달 14일 상생안을 발표하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 회사들은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근본적 변화를 꾀하겠다"고 선언했다. 근본적 변화, 카카오 리더십 그룹의 숙제다.
● 네이버는 이사회 요구에 따라 리더십 개편을 준비 중이다. 지난 5월 네이버 직원의 직장 내 괴롭힘 사망 사건 이후, 네이버 안팎에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노조측 주장도 여전하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네이버가)전체적으로 다 바꿔야 한다. 연말까지 네이버의 구조와 리더십을 바꿀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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