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독재자 무솔리니 손녀, 정계 돌풍…소피아 로렌도 친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라켈레 무솔리니 로마시 시의원.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의 손녀다. ANSA/AP=연합뉴스

라켈레 무솔리니 로마시 시의원.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무솔리니의 손녀다. ANSA/AP=연합뉴스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1883~1945)에 대한 민심은 복잡하다. 파시스트 철권 통치와 그의 참전 결정으로 인한 상처는 여전하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향수도 여전해서다. 그 향수의 결정체가 최근 그의 친손녀, 라켈레 무솔리니(47)다. 라켈레는 지난 6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지방선거에서 로마 시의회 의원으로 재선했다. 영국 가디언과 이탈리아 라레푸블리카 보도를 종합하면 라켈레는 극우성향 정당인 ‘이탈리아의 형제들’ 소속으로, 2016년 초선 당시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정치 신인의 꼬리표를 떼고 중견으로서의 첫걸음을 이번 재선으로 내디딘 셈이다. ‘무솔리니의 손녀’라는 수식어는 여전하다.

'이탈리아 형제의 당' 당원들이 시의 여당의 쓰레기 수거 정책에 대한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라켈레 무솔리니다. ANSA/AFP=연합뉴스

'이탈리아 형제의 당' 당원들이 시의 여당의 쓰레기 수거 정책에 대한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라켈레 무솔리니다. ANSA/AFP=연합뉴스

라켈레 무솔리니의 이름은 외할머니, 즉 무솔리니의 부인의 이름을 그대로 따왔다. 무솔리니의 재혼 상대였던 라켈레 무솔리니가 낳은 아들은 로마노 무솔리니로, 재즈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날렸다. 방한해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권력 지향 DNA은 그 딸들에게로 이어졌다. 로마노의 세 딸 중 첫째인 알레산드라(59)는 하원 의원을 역임한바 있고, 막내인 라켈레가 이번 로마 시의원에 재선했다. 배우 소피아 로렌과도 친척 관계다.

무솔리니는 이탈리아의 총리로 재임하면서 내치에선 분열된 국가를 통합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업적도 쌓았다. 그러나 이후 아돌프 히틀러와 손을 잡으며 참전했으나 내리 패전만 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탈리아 국민 대다수는 그를 비판하지만, 지난해 로마 소재 정치사회경제연구소(EURISPES)가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의 19.8%는 무솔리니에 대해 “위대한 지도자”라고 생각했다는 결과도 있다.

무솔리니(왼쪽), 히틀러(오른쪽) [중앙포토]

무솔리니(왼쪽), 히틀러(오른쪽) [중앙포토]

20세기 전반을 풍미했던 외할아버지의 유산은 2021년의 외손녀에게도 그대로 투영된다. 라켈레는 재선 뒤 라리푸블리카에 “어렸을 때부터 ‘무솔리니’라는 이름의 무게를 느끼며 성장했다”며 “정치 초년병 시절에도 사람들이 내게 궁금해했던 건 ‘진짜 그 무솔리니 맞냐’는 것뿐이었다”고 말했다.

궁금해하는 건 당연하다. 이번 재선 후에도 라켈레는 “파시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국내 언론으로부터 받았다. 그는 이에 대해 “지금 중요한 것은 (무솔리니라는) 이름이 아니라, 로마의 시정(市政)이라고 생각한다”고 피해갔다고 가디언지는 전했다.

무솔리니 흰 대리석 얼굴상. 생전에 부릅뜬 눈, 꾹 다문 입술을 형상화했다. 그의 고향인 이탈리아 북부 작은 마을 프레다피오에 있는 지하 납골당 돌무덤 앞에 놓여 있다. 파시스트 정권 상징물인 파스케스(fasces)가 얼굴상 양쪽에서 지키고 있다. [중앙포토]

무솔리니 흰 대리석 얼굴상. 생전에 부릅뜬 눈, 꾹 다문 입술을 형상화했다. 그의 고향인 이탈리아 북부 작은 마을 프레다피오에 있는 지하 납골당 돌무덤 앞에 놓여 있다. 파시스트 정권 상징물인 파스케스(fasces)가 얼굴상 양쪽에서 지키고 있다. [중앙포토]

라켈레가 속한 ‘이탈리아의 형제들’ 당은 극우 성향으로, 소수 정당이었으나 이번 선거로 제2당으로 성장했다. 최근엔 비교적 잠잠한 편인 친언니 알레산드라와 달리 라켈레는 앞으로도 적극적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번 재선 결과를 두고 그의 가문 후광이 아니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초선 의원으로서 나는 지난 4년 넘는 시간 동안 진심으로 열심히 일을 추진했다”며 “이번 결과는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이지 이름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