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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값 급등에 속타는 美, 10년 만에 전략비축유 방출 검토

중앙일보

입력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 [AP=연합뉴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 [AP=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공급 부족에 따른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10년 만에 전략비축유(SPR) 방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FT가 주최한 에너지전환전략 서밋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휘발유 가격 급등에 맞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SPR도 검토 중인 수단"이라고 밝혔다.

FT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백악관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유가 급등이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SPR 방출을 검토한다는 소식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을 포함한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지난 4일 각료회의에서 산유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한 직후 나왔다. 앞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추가 증산을 요청한 바 있다. OPEC+의 결정은 원유 증산 확대를 요구해온 백악관에 타격을 줬다고 FT는 전했다.

밥 맥낼리 라피단 에너지 그룹 대표는 "제이크 설리번의 증산 요청이 거절당한 직후 SPR 방출 검토 소식이 나왔다"며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셰일 석유 업체들이 신속하게 생산량을 늘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멕시코만 인근에 위치한 미국의 SPR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주 재고는 6억1780만 배럴로 미국 전체 석유제품 수요를 한 달 동안 충족할 수 있는 규모다.

FT에 따르면 미국이 마지막으로 SPR을 방출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인 2011년이다. 미국은 당시 유가 급등을 진정시키기 위해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과 공동으로 SPR을 활용했다. 또한 미국의 원유수출은 2015년 의회가 수출 규제를 해제하면서 재개됐다.

그랜홈 장관은 원유수출 금지 조치도 사용 가능한 옵션에서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원유수출 금지를) 아직 사용한 적은 없지만, 이 역시 활용 가능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연일 상승세다. CNBC는 6일 미국 자동차 협회(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 AAA) 발표를 인용해 미국 전역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이 1갤런(3.8L)당 3.22달러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휘발유 가격 상승은 국제 유가 반등에 따른 것이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이날 기준 배럴당 77.60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에는 4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지만, 지금은 2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경제가 마비되면서 석유 제품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자 석유 생산국들은 감산에 들어갔다. 올해 들어 경제활동과 소비가 늘면서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원유 공급은 더딘 상황이다.

석유 생산국들이 코로나19 불확실성을 이유로 추가 증산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데다 지난 8월 허리케인 아이다가 석유생산시설이 밀집한 멕시코만을 덮쳐 원유 생산량이 크게 줄면서 수급 불균형을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한편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 정부가 지속해서 시장을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추가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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