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장애 판단은 남성 아닌 여성으로 해야”…변희수 전 하사 전역 ‘부당’

중앙일보

입력 2021.10.07 11:15

 법원 “성전환자 복무는 국가 정책으로 판단해야”  

성전환수술(성확정수술)을 한 고 변희수 전 하사를 신체 장애 등 이유로 전역 처분한 군의 조처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20년 1월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거수경례 하는 변희수전 하사 모습. 연합뉴스

2020년 1월 군의 강제 전역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힌 뒤 거수경례 하는 변희수전 하사 모습. 연합뉴스

대전지법 행정2부(오영표 부장판사)는 7일 변 전 하사가 생전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사건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성전환 수술을 통한 성별 전환이 허용되는 상황에서 수술 후 원고 성별을 여성으로 평가해야 한다”며 “수술 직후 법원에서 성별 정정 신청을 하고 이를 군에 보고한 만큼 군인사법상 심신장애 여부 판단 당시에는 당연히 여성을 기준으로 해야 했다”고 밝혔다. 성전환수술을 고의 심신장애 초래 사유로 본 육군 전역 심사 과정이 부적절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또 “여성으로서 다른 심신장애 해당하는지나 성전환한 여성으로서 현역 복무 적합한지 등은 관련 법 규정에 따라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군 특수성, 병력 운용 상황, 안보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 성 소수자 인권, 국민 여론 등을 종합 고려한 다음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판단했다.

경기도 소재 육군 모 부대에서 복무하던 변 전 하사는 2019년 휴가 중 외국에 나가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와 ‘계속 복무’를 희망했다. 하지만 군은 변 전 하사의 신체변화에 대한 의무조사를 거쳐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지난해 1월 전역을 결정했다.

대전지법 앞에서 군인권센터 관계자와 시민방청단이 변희수 전 하사 전역 취소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 방청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지법 앞에서 군인권센터 관계자와 시민방청단이 변희수 전 하사 전역 취소 청구 소송 마지막 변론 방청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 전 하사 지난해 8월 전역 취소 소송 

변 전 하사는 “다시 판단해달라”며 지난해 2월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지만 육군은 “전역 처분은 군 인사법에 규정된 인사심사 기준 및 전역심사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변 전 하사는 지난해 8월 11일 육군본부 관할인 대전지법에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전역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냈다.

변 전 하사는 전역 후 고향인 충북 청주로 가 지내던 중 지난달 3일 오전 5시 49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소방당국은 “(변 하사에게)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청주 상당구 정신건강센터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변 전 하사가 사망한 이후 유족이 원고 자격을 이어받아 재판에 임해왔다. 이 재판은 성 소수자 인권 문제와 맞물리며 변론 진행 과정 내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 7월에는 시민 4000여명이 변 전 하사의 복직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지난달에는 국회의원 22명과 전 대법관 등 사회 원로들이 전역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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