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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의 '더 모닝']대장동 특검, 결국 대통령 뜻에 달려 있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 화천대유의 이른바 '50억원 약속 클럽' 명단을 바라보고 있다. 2021.10.6 임현동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관련 화천대유의 이른바 '50억원 약속 클럽' 명단을 바라보고 있다. 2021.10.6 임현동 기자

안녕하세요? 오늘은 대장동 의혹 수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20일 전인 9월 17일에 ‘대장동 의혹, 상설특검이 딱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이곳에 글을 썼습니다. 그때도 설명했듯이 상설특검법에 따라 특검 수사가 발동될 수 있는 요건은 ①국회 본회의 의결, ②법무부 장관의 판단입니다.

②번의 경우 법무부 장관 판단 기준은 ‘이해관계 충돌이나 공정성’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이해관계 충돌은 법무부나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수사기관의 이해 충돌을 의미합니다. 대장동 사건은 주로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검찰의 이해 충돌이 관건입니다.

이 사건에 박영수 전 특별검사(전 대검 중수부장), 김수남 전 검찰총장, 강찬우 전 대검 반부패부장, 곽상도 의원(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의혹 연루자로 이미 등장했습니다. 모두 전직 검찰 고위 간부 출신입니다. 여기에 이른바 ‘50억 클럽’에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포함돼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그는 대검 중수부장 출신입니다. 이 외에도 여러 명의 전직 검사장들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가까이에서 모셨던 ‘형님’ 리스트에 들어 있습니다.

모두 검찰에서 큰 영향력을 가졌던 인물입니다. 지금도 검찰 내부 인맥이 두텁습니다. ‘조국 사태’ 이후 수차례에 걸쳐 검찰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지만 이들과 인연이 있는 검사들이 여전히 곳곳에 있습니다. 10여 명으로 구성된 서울중앙지검의 대장동 수사팀에도 이들과 학연, 업연으로 얽힌 검사가 없을 수가 없습니다. 또 등장 인물들이 대부분 특수통이라 수사 경험 많은 검찰 수사관들과 두루 친하게 지내왔습니다. 수사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게 상식적입니다.

이처럼 이해관계 충돌 상황은 이미 펼쳐졌습니다. 따라서 상설특검법에 따른 법무부 장관의 특검 수사 발동 요건은 충분히 성립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에는 법무부 장관이 결심하면 되는 것처럼 쓰여 있지만, 특검 수사로 가느냐는 문제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고민이 클 것으로 짐작됩니다. 사건은 전방위로 퍼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 업자, 공기업 간부,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이 얽힌 총체적 부패 사건의 형태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부동산 문제에 국민이 화가 많이 난 터라 이 사건을 계기로 민심이 폭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와 공무원들에게 '선거 중립'을 강조해왔습니다. 대통령 스스로도 엄격한 모습을 보입니다. 본선 진출이 사실상 확정된 유력 여권 대선 주자가 극구 특검 수사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특검 카드를 꺼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대선 때까지 남은 5개월을 ‘대장동 블랙홀’에 빠져 그대로 흘려보내게 될지도 모르는 안타까운 현실이 닥쳤습니다.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말은 국민 귀에 너무 한가하게 들립니다.

특검 수사는 준비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지금 검찰이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고 여당은 주장합니다. 상설특검법에 따른 특검 수사는 한 달 안에 시작이 가능합니다. 검찰이 일단 수사하고 그 내용을 받아서 계속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특검 수사가 그렇게 진행됐습니다. 특검 수사 반대 명분이 너무 약합니다. 의혹은 커가고 수사는 미덥지가 못합니다. 그 부담은 국정 책임자인 대통령에게로 점점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말한 것처럼 어쩌면 이것은 밀려서 하느냐, 선제적으로 하느냐의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이낙연 전 총리 측과 국민의힘의 특검 수사 요구는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를 보시죠.

설훈 “국민 50%, 대장동 사태를 이재명 게이트로 인식”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이낙연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6일 논평을 내고 “유동규가 이재명 후보의 측근 중 측근, 심복이라는 사실을 삼척동자도 안다”고 주장했다. 지난 3일 구속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두고 “측근이 아니다”고 한 이재명 경기지사 해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근거로는 “2010년 성남시장 첫 출마 전부터 알고 지낸 뒤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에 임명됐고, 2014년 대장동 개발 실무책임을 맡았다. 2018년 이재명의 경기지사 선거운동을 도운 뒤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됐다”는 점을 들었다.

‘이재명 열린캠프 대장동 TF’ 소속 의원들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장동은 국민의힘 측과 결탁한 민간 토건세력이 민간 개발을 주도했다”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재명 열린캠프 대장동 TF’ 소속 의원들이 6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장동은 국민의힘 측과 결탁한 민간 토건세력이 민간 개발을 주도했다”며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설 의원은 이어 이 지사를 향해 “실적 부풀리기, 책임 전가, 꼬리 자르기 등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 49.7%가 대장동 사태를 ‘이재명 게이트’로 인식하고 있고 ‘국민의힘 게이트’라는 답은 29.4%에 그쳤다. 이런 현실을 직시해 국민 눈높이에서 대장동 게이트를 다루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은 이날 특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 지사를 향해 총공세를 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장동 의혹 사건이라고 하는데 의혹이 아니라 확인된 배임 범죄”라며 “이 지사, 유동규가 공동주범인 범죄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을 향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데 이따위로 수사하느냐. 잘못하면 검찰도 다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비리 의혹을 비판하자 이 지사가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인다’고 했는데 이 지사 본인이 돼지”라고 비난했다.
이준석 대표는 “검찰 수사는 지지부진하고 설계자를 자처한 이재명 후보에 대한 수사가 전혀 진행 안 되는 등 미진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회견을 마친 뒤 오후 3시부터 여의도 국회에서 청와대 앞 분수대까지 특검을 요구하는 도보 행진 시위를 벌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 둘째)가 이날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특검 촉구’ 기자회견을 한 뒤 청와대 앞 분수대까지 도보 투쟁을 위해 국회를 나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 둘째)가 이날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특검 촉구’ 기자회견을 한 뒤 청와대 앞 분수대까지 도보 투쟁을 위해 국회를 나서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이 지사는 이날 오후 열린민주당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대장동 의혹에 대해 “공공개발을 막은 게 국민의힘”이라며 “그런데 ‘너는 왜 못 빼앗았냐’고 한다. 명백한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민간 개발업자들이 가져간 수천억원대 배당금에 대해서도 “저는 도둑들로부터 빼앗아 오는 설계를 한 것이다. 나머지를 먹는 도둑 내부의 분배 설계는 자기들이 한 것”이라며 “저는 5500억원을 (민간사업자에게) 뜯었다. 저는 배임이 아니고 갈취”라고 했다.
이재명 캠프는 일일브리핑을 열고 “이 지사가 ‘부패지옥 청렴천국’이란 말을 화장실에까지 써놓고 강조했다”(김병욱 대장동TF 단장)며 대장동 의혹 총력 방어에 나섰다.

손국희·한영익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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