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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집토끼 반란에 초대형 위기…리니지W 성공하면 체질 더 좋아진다

중앙일보

입력

오늘은 dtg****@kakao.com님이 요청해 주신 엔씨소프트입니다. 코로나 직격탄에 많은 기업이 시름시름 앓던 지난해. 엔씨소프트는 예외 중의 예외였습니다. 사상 처음 매출 2조원 클럽(2조4162억원)에 가입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72.2%나 증가한 8248억원을 기록했죠. 성장세도 놀랍지만 쓸 거 다 쓰고도 3분의 1 이상을 남겼습니다. 거기에다 NC다이노스는 창단 9년 만에 프로야구 우승!(30년 동안 우승 못 한 팀도 있는데…)

리니지W. 엔씨소프트

리니지W. 엔씨소프트

우승 세리머니로 특별 제작한 리니지 속 집행검을 주장 양의지에게 전달했을 때만 해도 ‘택진이형’은 2021년의 시련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2020년을 50만원대에서 출발한 엔씨소프트 주가는 쉼 없이 달려 올해 2월 기어이 100만원을 터치! 놀라운 속도였습니다. 이후에도 80만원대에서 버텼죠. 그런데 8월 중순부터 급락해 지금은 60만원도 붕괴! 기대작 ‘블레이드&소울2’(블소2)의 실패 때문이었습니다.(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2020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구단주 NC소프트 김택진 대표를 헹가래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 6차전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구단주 NC소프트 김택진 대표를 헹가래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될안. 우승팀의 영광도 처참하게 무너졌습니다. NC다이노스 일부 선수가 방역 수칙을 어긴 채 술자리를 가졌다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이 여파로 KBO 리그가 중단됐습니다. 프로야구 출범 40년, 초유의 사태!! 결국 택진이형이 직접 나서 사과했고, 경영 측면에선 과거와의 이별을 선언했죠. 여전히 위기는 위기입니다.

1997년 문을 열었으니 약 25년 됐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인지, 게임 제작사인지 정체성이 애매했던 초기를 제외하면 거의 실패를 모르고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리니지 단 하나로 MMORPG(많은 플레이어가 같은 가상공간에서 동시에 즐기는 롤 플레잉 게임) 최강자가 됐는데, 그 하나만 있어도 충분했습니다. 리니지는 지금도 엔씨소프트 매출의 90% 이상을 담당!

리니지 2M. 엔씨소프트

리니지 2M. 엔씨소프트

사실 리니지의 성공은 2000년대 전후 PC방 붐과 관련이 깊은데요. PC 게임의 시대는 그리 길지 않았죠. 리니지는 PC→모바일 전환기 가장 안정적으로 정착한 모델이기도 한데요. 린저씨(리니지+아저씨)라 불리는 팬들의 사랑이 정말 깊고도 넓습니다. 지난해 모바일 게임 매출은 1조6784억원(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 주력인 리니지2M과 전작인 리니지M이 각각 8000억원대 매출을 올렸습니다.

하나로도 충분하다곤 했지만, 그것만으론 또 부족한 게 이 바닥 정서. 미래를 위해서도 리니지의 후임이 필요하죠. 이걸 해결할 키워드가 바로 ‘블소2’이었습니다. 746만명이 사전 가입했으니 하반기 최고 기대작이라 불릴 만했죠. 하지만 8월 26일 출시 이후 기대는 산산조각. “그래픽과 몰입감이 불소1보다 못하다”, “사전 공개 영상과 너무 달라” 등 비판이 쏟아졌죠.

블레이드&소울2. 엔씨소프트

블레이드&소울2. 엔씨소프트

무엇보다 유저들을 화나게 한 건 너무 심한 돈벌이. 리니지에 버금가는 과금 모델에다 확률형이지만 확률이 극한인 아이템 뽑기 등 달라진 게 거의 없었습니다. 올해 5월 출시한 트릭스터M이 이미 비슷한 비판을 받았고, 회사 측도 ‘과도한 과금’에서 탈피하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음에도!!! “엔씨가 엔씨했네~” 비판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고, 1위는커녕 매출 순위는 10위권 밖으로.

시총 25위권 회사의 주가가 단 한 달 만에 30% 넘게 하락. 시장이 얼마나 엄중하게 받아들였는지 알 수 있죠. “당연히 여겨왔던 방식과 과정에 의문을 품고, 냉정하게 재점검하겠다”는 김택진 대표의 추석 반성문 이후 회사의 공식 입장이 9월 30일 나왔습니다. 11월 4일 출시할 리니지W의 온라인 쇼케이스였는데요.

리니지W 쇼케이스. 엔씨소프트

리니지W 쇼케이스. 엔씨소프트

이날 나온 발언, 꽤 의미가 있었습니다. 핵심은 과금 모델 대폭 축소. 게임 내에서 경험치와 아이템 획득률에 영향을 미치는 ‘아인하사드’ 컨셉을 버리기로! 돈을 써야 이기는 ‘페이 투 윈(Pay-to-win)’의 상징과도 같은 건데요. 엔씨소프트 특유의 비즈니스 모델이지만 리니지W에선 아인하사드는 물론 비슷한 시스템도 없을 거라고 공언!

사실 게임 관련 커뮤니티엔 엔씨소프트를 조롱하는 콘텐트가 넘쳐납니다. 오래된 게임이고, 여러 형태로 파생되면서 장기간 많은 불만이 쌓여 있었던 건데요. 늦은 감이 있지만 “적당히 좀 하라”는 유저의 의견을 받아들인 건 회사가 잘한 겁니다. 리니지는 특히 충성도가 높은 게임!. 유저가 없으면 매출도 없죠. 집토끼를 붙들었다는 점에서 일단 급한 불은 끈 거로 봐야!

리니지W는 엔씨소프트 입장에서 의미가 큽니다. 일단 ‘마지막 리니지’라며 공을 엄청 들였죠. 블소2가 사실상 망한 상황인데 아이온2, 프로젝트TL 같은 후속작 출시까진 시차도 좀 있습니다. 리니지W는 한국에서 먼저 출시했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대만, 일본 등 13개국에서 동시 출격하는데요. 흥행 조짐이 보입니다. 글로벌 사전 예약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는데 절반 이상은 해외로 추정된다네요.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리니지W는 애초에 글로벌 공략을 염두에 둔 IP. 불만이었던 과금 시스템을 바꾸고, 리니지 특유의 게임성을 강화하겠다고 했으니 리니지W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도 너 높아졌다는 판단! 엔씨소프트는 게임 빅4(넥슨·넷마블·크래프톤) 중 국내 비중(83%)이 가장 높은데요. 리니지W의 성공은 내수용이란 게 큰 약점을 털어내고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리니지W의 성과를 확인하기까지는 보수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린저씨는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데 여전히 회사는 리니지의, 리니지에 의한, 리니지를 위한 곳. 이렇다 할 후발주자(신작)가 없는 것도 해결 과제! 특유의 과금 시스템 덕에 돈을 잘 벌었는데 이걸 바꾸면 수익성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겠죠.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이익을 줄이고, 유저를 늘리면?

이 기사는 10월 6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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