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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안대교 와이어 공장, 지금 부산 핫플됐다…F1963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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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F1963에 입점한 YES24 중고서점. 전국에서 가장 큰 중고서점이다. F1963은 와이어로프 생산하던 공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한 성공 사례다. 손민호 기자

부산 F1963에 입점한 YES24 중고서점. 전국에서 가장 큰 중고서점이다. F1963은 와이어로프 생산하던 공장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한 성공 사례다. 손민호 기자

F1963은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공간이자, 현재 부산에서 가장 뜨거운 명소다. 사람만 많이 찾는 게 아니다. 의미도 크다. 문체부가 2014년부터 산업단지·폐산업시설 등 유휴 공간 문화재생사업을 진행했는데, 지원사업에 선정된 22곳 시설 중에서 F1963의 변신이 단연 눈에 띈다. F1963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생 성공 사례다.

F1963은 공장을 뜻하는 영어 ‘Factory’의 첫 철자와 ‘1963년’의 합성어다. 1963년에 지은 공장이란 뜻이다. F1963은 어른 팔뚝만 한 두께의 와이어로프를 생산했던 고려제강의 공장이었다. 부산시 수영구에 있어 ‘수영공장’이라 불리던 이곳에서 부산의 신흥 명물 광안대교를 지탱하는 와이어로프도 만들었다. 1963년 가동을 시작한 공장은 45년간 와이어로프를 생산하고 2008년 문을 닫았다. 이 공장에 들어선 ‘문화 공장’이 F1963이다. 여기서 중요한 게 공장이다. 공장 터가 아니라 공장이다. 공장을 허물지 않았다.

2016년 고려제강 수영 공장 건물에서 열렸던 부산비엔날레 현장. 부산비엔날레를 기점으로 와이어 로프 생산했던 공장이 철거되지 않고 문화공간으로 재생됐다. 사진 F1963

2016년 고려제강 수영 공장 건물에서 열렸던 부산비엔날레 현장. 부산비엔날레를 기점으로 와이어 로프 생산했던 공장이 철거되지 않고 문화공간으로 재생됐다. 사진 F1963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2008년 이후 방치돼 있던 공장에서 2016년 9월 부산비엔날레가 열렸다. 공장 형태와 골조는 최대한 유지한 채 문화 공간으로 재활용해 큰 호응을 받았다. 기계에서 뜯어낸 철판으로 벤치와 표지판을 만들었고, 옛 발전기 같은 장비를 활용해 내부를 꾸몄다. 이후 F1963은 진화를 거듭했다. 현재는 서점, 카페, 음악홀, 갤러리, 도서관, 맥주 양조장, 전시관, 온실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가 있다.

F1963. 옛날 공장 건물 외관을 최대한 살려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손민호 기자

F1963. 옛날 공장 건물 외관을 최대한 살려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손민호 기자

전시·공연 공간부터 보자. ‘석천홀’은 다목적 전시·공연 공간으로, 고려제강과 부산시가 협업해 조성했다. ‘석천’이 고려제강 창업자 홍종열 명예회장의 아호다. 석천홀 옆에는 국제갤러리 부산점이 있다. 현재 사진작가 박찬욱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야외 공연장도 있다. 공장 천장을 허물고 중정(中庭)을 들였는데, 여기에서 코로나 사태 전에 야외 공연이 열렸다. ‘F1963 스퀘어’라고 한다.

F1963 YES24 중고서점. 옛날 와이어 로프를 출하하던 자리다. 대형 크레인이 설치됐던 곳이어서 다른 시설보다 천장이 높다. 공간 특성을 최대한 살려 북 타워를 세웠다. 손민호 기자

F1963 YES24 중고서점. 옛날 와이어 로프를 출하하던 자리다. 대형 크레인이 설치됐던 곳이어서 다른 시설보다 천장이 높다. 공간 특성을 최대한 살려 북 타워를 세웠다. 손민호 기자

부산 F1963에 입점한 테라로사 카페. 천장에 공장 골조가 그대로 있고, 카페 곳곳에 옛날 공장에서 쓰던 기계와 장비가 인테리어 소품처럼 놓여 있다. 손민호 기자

부산 F1963에 입점한 테라로사 카페. 천장에 공장 골조가 그대로 있고, 카페 곳곳에 옛날 공장에서 쓰던 기계와 장비가 인테리어 소품처럼 놓여 있다. 손민호 기자

F1963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와이어로프 출하장 자리에 들어선 YES24 중고서점이다. 대형 크레인이 서 있던 넓고 높은 터에 책장이 층층이 자리했다. F1963에 입점한 YES24 수영점은 국내에서 가장 큰 중고서점이다. 강릉에서 시작된 커피 전문점 ‘테라로사 카페’, 체코 전통 맥주 브루어리 ‘프라하993’, 지역 막걸리 체험장 ‘복순도가’도 자리한다. 모두 공장의 기본 구조와 시설을 활용해 분위기가 독특하다.

부산 F1963 현대 모터스튜디오 외관. 사진 2장을 이어 붙인 게 아니다. 사진 왼쪽 그림이 건물 벽이다. 벽에서 디지털 미디어 작품 '런 포에버'이 끊임없이 상영된다. 손민호 기자.

부산 F1963 현대 모터스튜디오 외관. 사진 2장을 이어 붙인 게 아니다. 사진 왼쪽 그림이 건물 벽이다. 벽에서 디지털 미디어 작품 '런 포에버'이 끊임없이 상영된다. 손민호 기자.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4월 개관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의 6번째 스튜디오로, 비수도권 지역에서 문을 연 건 F1963이 처음이다. 건물 벽에서 끊임없이 상영되는 디지털 미디어 작품 ‘런 포에버’부터 인상적이다. 마침 현대자동차와 독일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이 공동 진행하는 ‘헬로 로봇, 인간과 기계 그리고 디자인’ 전이 이달 말까지 열린다. 다양한 로봇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 홈페이지에서 무료 가이드 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열리는 '헬로 로봇, 인간과 기계 그리고 디자인' 전. 실제로 활용되는 로봇이 전시돼 있다. 손민호 기자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열리는 '헬로 로봇, 인간과 기계 그리고 디자인' 전. 실제로 활용되는 로봇이 전시돼 있다. 손민호 기자

F1963 최우철 관리사무소장은 “수영공장은 고려제강의 첫 공장으로 기업의 고향과 같은 곳”이라며 “직원들이 수십 년간 땀 흘렸던 일터가 부산 명소로 거듭나 기쁘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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