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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겜’ 어떻게 하는거지? 韓 2030 모르는 '세계1위 게임' 묘미

중앙일보

입력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스틸컷.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할수록 한국의 20·30세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세계인이 알게 된 한국의 ‘오징어 게임’을 정작 자신들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오징어’라는 이름의 놀이를 해본 적이 없는 한국 MZ세대들의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이슈추적]

취업 준비생 이모(26)씨는 “마지막 게임이 ‘오징어 게임’이라는데 정확히 어떻게 하는 게임이고 왜 이름은 하필 오징어인지 몰라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께 물어보니 어머니는 모르고 아버지는 들어봤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박모(35)씨는 “주변에 물어보니 해봤다는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대체로 잘 모르더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를 연출한 71년생인 황동혁(50) 감독은 언론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은 어린 시절 골목이나 운동장에서 하던 게임 중 가장 격렬한 놀이”라며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경쟁 사회를 가장 은유하는 게임인 것 같아 작품의 제목으로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을 다루는 내용으로 목숨을 건 게임에 ‘오징어’와 ‘줄다리기’ 등 한국의 놀이가 등장한다.

“놀이판 모양이 오징어…과격한 집단 경쟁”

오징어 놀이의 그림판.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한국민속예술사전

오징어 놀이의 그림판.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한국민속예술사전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민속예술사전에 따르면 오징어 놀이는 평평한 땅에 오징어 모양의 놀이판을 그린 다음, 공격과 수비 두 편으로 나누어 겨루는 놀이다. 오징어의 모습을 딴 놀이판은 동그라미(머리)와 세모와 네모(몸통)가 조합된 형상이다. 참가자의 수가 많을수록 놀이판을 크게 그리게 된다.

공격팀은 그림 상 가장 위인 머리(동그라미)에, 수비팀은 몸통(세모와 네모)에 들어간다. 공격과 수비 모두 그림판에서 밖으로 나올 때는 깨금발로 서야 한다. 단 공격팀은 세모와 네모 사이의 좁은 통로를 통과하면 양발로 다닐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를 암행어사(이 표현도 지역에 따라 달랐다고 한다)라고 부른다. 그림 판 밖에서 공격과 수비가 겨룰 때 양발로 선 암행어사가 유리해지기 때문에 수비는 공격팀의 허리(세모와 네모 사이) 통과를 막아야 한다. 그림판 밖에서는 사실상 씨름과 같은 격투를 벌이게 되며 땅에 넘어지면 ‘아웃’이 된다.

공격팀은 오징어 몸통 아래 출입구로 들어가 공격 진영인 동그라미 부분까지 들어가게 되면 승리하게 된다. 수비팀은 공격팀을 모두 아웃시켜서 저지하면 공수가 교체된다.

민속예술사전에는 ‘밀고 당기고 부딪치는 등 전반적으로 과격한 양상을 보이지만 집단 간의 경쟁을 통해서 느끼는 재미는 다른 놀이에서 얻기 힘들다’거나 ‘내가 위기에 몰렸을 때 우리 편이 와서 도와주는 등 서로 도와주고 구해주는 과정에서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다’는 설명도 있다.

“일본어로도 불렸지만, 일본엔 없다”

지난 9월 28일 대전 유성구 남선초등학교에서 5학년 학생들이 오징어게임 놀이를 하고 있다. 뉴스 1

지난 9월 28일 대전 유성구 남선초등학교에서 5학년 학생들이 오징어게임 놀이를 하고 있다. 뉴스 1

이 놀이는 대체로 오징어라고 부르는 지역이 많았고, 오징어 가이센(かいせん·전투를 시작하다), 스루메(するめ·말린 오징어) 등 일본어로 불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본에서 온 게임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는 비슷한 게임이 없다고 한다.

임경택 전북대학교 문화인류학과(일본 문화) 교수는 “일본에 이와 유사한 놀이는 없다. 일본 강점기의 잔재 때문에 놀이 이름만 일본어로 불린 게 아닌가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전래놀이를 30년 이상 연구한 고갑준 전래놀이연구가는 “문화는 늘 간섭 현상이 있기 때문에 비슷할 수밖에 없다”며 “어디서 출발했는지 따지기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오징어 놀이는 1990년대부터 자연스럽게 사라진 것으로 추측된다. 임 교수는 “‘완구’라는 게 생겨나면서 아이들이 ‘장난감’이라는 것을 갖고 놀게 됐고 그러면서 전통 놀이가 점차 사라졌다”고 말했다. 고 연구가는 “시대상이 바뀌면서 문화의 형태도 변하게 되는데, 90년대 이후부터 아이들이 놀 시간이 없어지면서 놀이 자체를 잘 안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옛 동네 골목의 놀이들은 대부분 중·장년층의 추억으로만 존재해 온 셈이다.

넷플릭스 1위…‘오겜 신드롬’

‘오겜 신드롬’이라는 표현까지 붙은 오징어 게임의 인기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글로벌 OTT 콘텐트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오늘 전 세계 톱 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1위를 12일째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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