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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빠진 ‘초과이익 환수’···정관상 ‘이재명 보고 사안'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둘러싸고 2015년 5월 사업협약 검토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내부에서 민간의 초과이익을 환수하도록 하는 ‘캡’ 조항을 넣어야 한다는 의견서가 작성됐지만, 최종 협약에서 빠진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관 및 관련법에 따라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해당 내용을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법조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OBS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5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OBS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토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약서 초안엔 ‘캡 조항’ 있었다?

7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장동 개발 민간 업체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측은 사업협약서 초안을 만들어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사업1팀에 자료를 요청했다.

이후 팀 소속 한모 씨는 2015년 5월 27일 오전 10시 34분께 ‘사업협약서 수정 검토’ 제목의 문서를 만들어 보고했다. 당시 한 씨는 “민간사업자가 제시한 분양가(3.3㎡당 1400만 원)를 상회할 경우 (초과이익이 발생하는 만큼) 지분율에 따라 (이익을 배분할) 별도 조항이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취지의 검토 문건을 작성해 보고했다고 한다.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 관계도 그래픽 이미지.

대장동 개발 사업 핵심 인물 관계도 그래픽 이미지.

그러나 같은 날 한씨는 돌연 해당 내용이 빠진 사업협약서 검토 문건을 다시 보고했고, 문건은 유동규 당시 성남도공 기획본부장 산하에 있던 전략사업팀으로 보냈다고 한다. 이후 전략사업팀은 환수 조항이 삭제된 공문을 화천대유 측에 회신했다는 것이다.

성남도공 정관엔 ‘의무 보고’ 

법조계에선 이 지사가 이런 정황을 모르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가 100% 출자한 지방공기업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성남도시개발공사 사무의 감독 기관은 성남시장이다. 지방공기업법 제73조에서도 ‘지방자치단체장은 공사의 설립·운영 등 공사의 업무를 관리·감독한다’고 명시한다.

특히 성남도시개발공사 정관 및 조례에는 사업 관련 시장에 대한 ‘의무 보고’ 조항이 들어있다. 정관 제8조는 ‘공사의 중요한 재산의 취득 및 처분에 관한 사항, 분양가격 등 결정에 관한 사항은 사전에 시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25조에는 ‘사업 예산이 성립 또는 변경된 때에는 시장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한 법조인은 “지방공기업법, 성남도시개발공사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성남시 조례(성남시), 공사 약관 등에 중요사업, 재산 취득, 처분 등 사항은 시장에게 보고, 승인 사항으로 나와 있다”며 “당연히 이 지사가 보고를 받지 않았겠나”라고 짚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정관 캡쳐. [성남도시개발공사 홈페이지]

성남도시개발공사 정관 캡쳐. [성남도시개발공사 홈페이지]

이런 만큼 검찰이 성남시청 등을 압수수색해 이 지사가 환수 조항 삭제를 알았는지에 대해 밝혀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이 지시가 ‘캡’조항 삭제에 관여하는 등 사업 설계를 유동규 (52·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기획했다면 배임 혐의의 공범이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검찰은 6일 현재까지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 수색을 나서지 않았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업무상 배임 혐의의 경우 정황 증거도 중요한 단서로 작용한다”며 “윗선에 대한 수사 의지가 있다면 검찰이 10여 곳에 달한 압수 수색이 이뤄졌을 때 증거 확보를 위해 성남시청도 대상에 포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지사는 자신에게 제기된 배임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예측한 수익의 12배를 환수한 제가 배임죄라면, 겨우 459억원 수익을 예상해 사업을 철회하여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LH 관계자들에게는 무슨 죄를 적용해야 하는 거냐”라고 썼다. LH는 2008년 공영 개발 방식의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가 2010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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