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인 탈시설, 또다른 장애인 인권 문제 야기할 것" [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2021.10.07 05:00

업데이트 2021.10.07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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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기수 신부가 지난달 15일 경기도 화성시 사회복지법인 둘다섯해누리에서 발달장애인의 탈 시설 제도 맹점 지적하며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기수 신부가 지난달 15일 경기도 화성시 사회복지법인 둘다섯해누리에서 발달장애인의 탈 시설 제도 맹점 지적하며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중증 발달장애인을 무조건 시설 밖으로 내보내는 게 그들 인권에 최선은 아닙니다.”

천주교 수원교구 사회복지법인 둘다섯해누리 이기수 신부

경기도 화성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둘다섯해누리를 운영해온 이기수 신부는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탈시설 로드맵’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으며 이같이 밝혔다. 둘다섯해누리는 천주교 수원교구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이다. 이 신부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을 돕는다’는 취지의 탈시설이 되레 또 다른 인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 로드맵에 따르면 시설 밖으로 나간 장애인들은 자립시설에서 지내며 지역사회 복귀를 준비하는데, 이곳에서 제대로 된 돌봄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면서다. 이 신부는 시설 밖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 방안부터 마련하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15일과 이달 6일 대면·전화로 이뤄졌다.

이기수 신부 모습. 우상조 기자

이기수 신부 모습. 우상조 기자

정부 ‘탈시설 로드맵' 뭐가 문제인가.
탈시설의 취지는 이해하나, 획일적인 적용은 대단히 위험하다. 가족 돌봄에 한계가 있는 발달장애인들이 시설에서 생활한다. 국내 장애인 거주시설 입소 장애인의 대부분(98%)이 중증이다. 상당수가 발달 장애다. 그런데 이들이 시설을 벗어나 공공임대아파트나 다가구주택 단지 같은 자립시설에서 산다고 가정해보자. 현 장애인 거주시설처럼 24시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현재로써는 의문이다. 독립 공간에서 얼마든지 인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방임이 일어나지 말란 보장 없다. 장애인 정책은 더욱 섬세해야 한다.
장애인 거주시설 내 학대 문제 아닌가.
장애인 거주시설을 인권유린의 온상으로 보는 시선이 있는데 이는 잘못됐다. 보건복지부 통계(2020 전국 장애인 학대현황 보고서)에서 알 수 있듯 장애인 학대는 집에서 주로 발생한다. 장애인 거주시설의 2배가 넘는다. 국내에도 복지 선진국 못지않게 잘 정비된 시설들이 있다. 입소자 대비 적은 돌봄 인원, 열악한 처우에도 묵묵히 장애인을 보살피는 활동가가 적지 않다. 
정부가 장애인 거주시설을 더는 새로 만들지 못 하게 했다.
답답하다. 잘 정비된 시설을 벤치마킹해 오히려 늘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정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 현재 전체 발달장애인의 10% 정도만 시설에서 생활한다. 그나마 있는 거주시설에 입소하고 싶어도 정원 규정 등으로 안된다. 돌봄에 한계를 느낀 발달장애인 보호자들 사이에서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생긴다.    
지난달 15일 경기도 화성시 사회복지법인 둘다섯 해누리에서 이기수 신부와 발달장애아 보호자들이 탈시설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지난달 15일 경기도 화성시 사회복지법인 둘다섯 해누리에서 이기수 신부와 발달장애아 보호자들이 탈시설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탈시설로 정부 재정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오히려 비용이 더 들어갈 것이다. 현재 운영 중인 자립지원센터를 발달장애인이 이용한 사례를 보면, 식대·인건비 등 발달장애인 한 명당 하루에 드는 비용이 40만원가량이다. 물리치료 등 프로그램 비용은 뺀 금액이다. 1년이면 1억4600만원이다. 80명만 해도 116억8000만원에 달한다. 둘다섯해누리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이 80명인데 우리 1년 예산은 보조금과 자부담·후원금 등을 더해 38억원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둘을 비교해보면 3배 차이다. 또 탈시설을 하려면, 주거공간부터 확보해야 한다.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갈 것이다.
해외는 탈시설이 대세 아닌가.
꼭 그렇지 않다. 유럽연합에선 30인 이상 시설 존재한다. 노르웨이는 오히려 장애인 시설의 의존도를 강조하고 있다. 국가는 그에 걸맞는 지원을 한다. 자연스레 보호자의 쉴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다. 탈시설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다. 자기 결정권은 존중 받아야 한다. 이것 못지 않게 다양한 주거시설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지는 것 역시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의 로드맵엔 다양성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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