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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LPG 값, 석유화학도 가스회사도 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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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유·석유화학 등 관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액화석유가스(LPG) 주유소 모습. [뉴스1]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유·석유화학 등 관련 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액화석유가스(LPG) 주유소 모습. [뉴스1]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국내 관련 업계에선 희비가 엇갈린다. 정유사들은 수익성이 좋아져 웃고 있지만 석유화학 업계와 에너지 수입업체는 비용 부담이 커져 울상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1.8% 오른 배럴당 78.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2014년 10월 이후 7년 만에 최고가다.

정유사들은 실적 호전을 기대한다. 정유사들이 가격 상승 이전에 사들인 원유 재고분에선 평가이익이 발생한다. 경기 회복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유사의 정제 마진도 높아졌다.

국제 LPG 가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국제 LPG 가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석유화학 업계는 액화석유가스(LPG) 가격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석유화학업체들은 플라스틱을 생산할 때 석유에서 뽑아낸 나프타나 LPG 등을 원료로 사용한다. 업계 전체적으로 나프타는 약 70%, LPG는 약 20%를 활용한다.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토탈 등은 플라스틱 원료에서 나프타의 비중을 낮추고 LPG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관련 설비를 꾸준히 확충해왔다. 국제 유가 변동성에 대응해 원료를 다변화하는 목적이었다.

익명을 원한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유가 등락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LPG 활용 시설을 확충했는데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LPG 가격도 어느 정도 따라서 오르지만 최근 같은 LPG 가격 급등은 이례적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에너지 수입업체 입장에선 LPG 등 국제 에너지 가격 인상분을 국내 판매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게 고민이다. SK가스와 E1 등은 이번 달 LPG(프로판가스와 부탄가스) 공급 가격을 동결했다. 국내 LPG 가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에서 통보한 국제 LPG 가격을 기준으로 환율과 해상 운임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2001년 이후 국내 LPG 가격은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정부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국제 프로판가스 가격은 지난 5월 t당 495달러에서 지난달 665달러로 올랐다. 4개월간 가격 상승률은 34.3%(t당 170달러)다. E1을 기준으로 국내 프로판가스 공급가격(가정·상업용)은 지난 6월 ㎏당 996.8원에서 이번 달 1144.8원으로 올랐다. 4개월간 가격 상승률은 14.8%(㎏당 148원)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8월 긴급 간담회를 열고 LPG 업계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국제 LPG 가격이 급등한 부분을 국내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업계의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아람코는 이번 달 프로판가스 가격을 t당 800달러로 인상했다. 만일 다음달 국내 프로판가스 가격에 국제 시세 인상분을 반영한다면 ㎏당 150원 넘게 올려야 한다. 정부 입장에선 겨울이 다가오면서 난방용 LPG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연료비 부담이 커지는 점을 우려할 수 있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LPG는 겨울에 수요가 많다. 지금 가격으로는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본다”고 말했다. 국제 시세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을 무작정 떠안을 수는 없기 때문에 언젠가는 국내 판매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는 게 LPG 업계의 판단이다. 그런데 가격 인상을 계속 미루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크게 올리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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