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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김 “문 대통령 임기 중 남북 화상 정상회담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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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앤드루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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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김(사진)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 미션 센터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북한이 당분간 한국 정치 문제에 집중하면서 미국이 좀 더 호의적인 대화 제안을 하길 기다릴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스스로 믿으며,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남북 정상회담을 화상으로 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 전 센터장은 이날 워싱턴타임스 재단 주최의 화상 세미나에서 “(북한은) 지금 한국 국내 정치에 집중하고 있다”며 “알다시피 그들은 항상 한국 정치의 중요한 문제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계속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통신선 복원도 그 일환”이라며 “한국과 한국 대선후보들에게 존재감을 알리고 영향력 행사를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 임기 안에 남북 정상회담이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엔 “그렇다”면서 “아마도 대면이 아닌 온라인으로 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한 북한으로선 화상 회담을 원할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남북이 먼저 화상 정상회담을 연 뒤 내년 2월 베이징에서 대면으로 만날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전 센터장은 미국이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때 남북 정상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초대로 현지를 동시 방문하는 상황을 경계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은 올림픽 기간 베이징에서 시 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과 문 대통령 사이에서 일종의 회담을 중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결코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이 미국을 배제하고 중국이 마련한 무대인 베이징에서 만나는 게 현실화한다면 종전선언에 버금가는 ‘전쟁 종언 발표’ 등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워싱턴 외교가에서 나온다. 다만 북한은 도쿄 올림픽 불참을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베이징 올림픽 참가 자격을 정지당해 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이 우리(미국)를 향해 완전한 도발 사이클 대신 절제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은 우리와 미래에 모종의 협상을 계속하려는 희망을 가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미국이 좀 더 부드럽고 구체적으로 호의를 보여주길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조율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이라는 고전적인 절충안을 채택하면서 북한이 실망했을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북한은 2017년 말 이후 4년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실험을 중단한 조치를 미국으로부터 인정받길 원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앞으로 2~5년 뒤에는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진척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는 그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 센터장은 2017~2018년 북·미 비핵화 협상에 참여하면서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현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벨퍼 과학·국제문제센터 한국 프로젝트 비상임 연구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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