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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마에 첫 한국계 獨의원…이예원 “메르켈 존경하지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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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계 독일인으로 첫 연방 국회의원이 된 이예원(34) 의원. [사진 이예원 의원]

한국계 독일인으로 첫 연방 국회의원이 된 이예원(34) 의원. [사진 이예원 의원]

지난 달 독일 연방총선은 16년 만에 중도 좌파 정당인 사회민주당(SPDㆍ이하 사민당)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한국계 이예원(34ㆍ예원 리) 의원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NRW) 아헨시 제1선거구에서 사민당의 비례대표로 독일 의회에 입성했다. 1980년대 독일로 이주한 한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이 의원은 쟁쟁한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첫 출사표를 던진 끝에 의회 입성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그를 지난 4일 e메일로 인터뷰했다.

1980년대 부모 이주로 태어난 한국계 #연방 총선 첫 출마에 사민당 비례 당선 #"이민 정책 관심, 선거·이민법 손볼 것" #"독일이 남북 협상서 역할 할 수 있어"

독일 역사상 첫 한국계 연방 의원이 됐다. 소감은.
“연방하원 입성은 대단한 영광이자 개인적으로 큰 도전이다. 내가 당선된 후 전세계에서 아시아계 배경을 가진 이들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줬다. 나의 출마와 당선에 얼마나 감동을 받고 힘을 얻었는지 말해줬다. 자랑스럽다는 생각과 동시에 겸손한 마음이 들었다.”
정치 경력이 많지 않은 신인으로 첫 출마에 연방 의원으로 당선됐다. 독일 선거제도가 영향이 있었다고 보나.

(※이 의원의 지역구인 아헨에서 지역구 득표는 녹색당·기민당 현역의원이 각각 1ㆍ2위 였고, 이 의원은 3위였다. 이 의원은 사민당의 비례대표 명부상 상위에 들어 당선이 확정됐다.)

“독일은 지역구 의석으로 (전체 589석+α 중에서) 299석만 할당하고 나머지는 비례대표에 배분한다. 한국과 다른 선거 시스템이지만, 그렇다고 자동적으로 젊은 후보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독일에서도 이번 선거는 많은 면에서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사민당의 206석 중 106석(51.5%)은 새로운 후보가 당선됐고, 49명(23.8%)은 35세 미만이었다. 전체 의석 수로 보면 11.3%가 이주민 출신 배경을 갖고 있는데, 이는 매우 큰 수치다. 독일 사회가 더 포용적이고 다양해지고 있다는 흐름을 반영한다.”
사민당은 승리했지만, 과반에는 못 미친다. 연립 정부 구성은 언제까지 가능할까.
“분명한 건 독일 국민들은 변화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는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가 이끄는 연방 정부를 원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중요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사민당은 녹색당, 자유당과 연합이 필요하다. 우리는 강력하고 진보적인 정부를 건설할 수 있다. 연립 정부 구성을 위한 물밑 협상은 이미 진행 중이고, 오는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연정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그 이상 끌기엔 할 일이 너무 많다.”
연방 의원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이 있다면.
“교육과 과학 분야 관련 정책에 관심이 있다. 근무 조건 개선, 충분한 대학 재정 지원, 학생에 대한 지원금 등은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나 자신과 밀접한 또 다른 주제는 독일 이주민들의 정치 참여다. 선거법을 개정해 이들도 지방선거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주민 정책과 관련해 메르켈 총리는 2015년 시리아 난민들에게 대대적인 포용 정책을 펼쳤다가 정치적 위기를 맞기도 했다. 독일 내 극우 세력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는데.
“국경을 개방했던 메르켈 총리의 움직임은 옳은 것이었다. 나는 여야를 떠나서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 당시 우리가 놓쳤던 것은 독일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왜 난민들을 돕는 것이 우리의 의무인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했다는 점이다. 동시에, 나는 타국인들에 대한 증오에는 충분한 근거가 결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최근 몇 년 간 독일 내 이민 정책에 관한 논의는 보다 침착해졌다. 이제 4년 안에 이민법을 손질해 이주자들이 합법적으로 독일의 일부가 되게끔 만드는 게 중요하다.”
차기 독일 총리로 꼽히는 사회민주당(SPD)의 올라프 숄츠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왼쪽)과 이예원 의원. [사진 이예원 의원]

차기 독일 총리로 꼽히는 사회민주당(SPD)의 올라프 숄츠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왼쪽)과 이예원 의원. [사진 이예원 의원]

지난 여름 독일 서부 지역에서 큰 홍수 피해가 났다. 독일 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지난 홍수는 기후변화의 결과 우리가 일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을 고통스럽게 인식시켰다. 우리는 이제 모든 종류의 도시 기반 시설에서 홍수 보호를 고려한 재건을 해야 한다. 특히 이동 수단과 관련해 자전거ㆍ버스ㆍ기차ㆍ걷기 등 (자가용이 아닌)대안적인 이동 수단을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곳에서, 빠르고 연결성을 보장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도 “독일과 유럽은 수년 동안 분열의 트라우마를 경험해 왔지만, 이를 극복하고 더욱 강력한 연합을 구축해왔다”며 “독일과 유럽이 경험한 것들, 화해를 위한 여러 선택지들을 제시함으로써 남북 협상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머지않아 퇴임을 앞둔 메르켈 총리도 당신처럼 젊은 나이에 정계에 입문했다. 영향을 준 사람이 있는지.
“사실 나에게 가장 영향을 많이 준 사람은 부모님이다. 어떻게 하면 책임감 있고, 바른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정치인 중에서 나의 사고방식에 영향을 준 이들은 사민당의 울라 슈미트 전 의원(아헨 지역구 정치인, 메르켈 정부에서 보건부 장관을 지냈다.), 메르켈 총리 등이 있다.”
어떤 정치인이 되고 싶나.
“국회의원으로서 독일 국민들이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들의 관심사와 두려움, 여러 아이디어들에 집중할 뿐만 아니라 이것들을 베를린(중앙 정치)으로 가져가는 것이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그게 바로 내가 당선된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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