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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무죄'가 오세훈도 살렸다…檢 "선거법 무혐의" 결론

중앙일보

입력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에게 ‘무죄’를 안겨준 대법원 판례가 이번엔 오세훈 서울시장을 살렸다. “선거 TV토론 발언에 대한 허위사실공표죄 처벌은 신중히 하고 검찰과 법원 개입을 최소화해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이 지사를 살린 바로 그 판례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제2부(부장 김경근)는 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오세훈 서울시장에 불기소 처분을 했다.

오세훈 TV토론 “내곡동 안 갔다” 발언…與 허위사실공표 고발

오 시장은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열린 후보자 TV토론회에서 한 발언으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오 시장(당시 후보자)은 과거 서울시장 시절 아내와 처가가 소유한 서울 내곡동 땅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하는데 관여하고 ‘셀프 보상’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토론회에 앞서서는 “오 시장이 2005년 처가의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왔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상대 후보였던 박영선 후보는 토론회에서 이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박 후보는 “측량 현장에 갔냐 안 갔냐”고 물었고 오 시장은 “안 갔다. 그러나 기억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언론 보도에서는 측량 당시 까만 선글라스를 낀 사람이 오 후보였고, 점심으로 생태탕을 먹었다고 한다”며 몰아세웠다. 민주당은 측량 현장에 안 갔다고 부인한 오 시장을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檢 “오 시장 발언, 이재명 판례 따라 허위라 해도 처벌 못 해”

공소시효를 하루 앞둔 이날 검찰의 결론은 “오 시장의 발언이 허위라고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로 귀결됐다. 검찰은 오 시장 발언의 진위를 따지기 위해 2005년 측량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작인과 측량팀장, 생태탕 식당 모자, 오 시장 가족 등 20여명을 조사했다고 한다. 오 시장도 지난 2일 검찰에 출석해 14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관계인들의 진술은 엇갈렸고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객관적 증거는 부족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지사 판례는 돌파구가 됐다. 오 시장의 발언이 허위라 하더라도 당시 발언이 후보자 토론회에서 나왔고, 단순히 ‘처가의 토지 보상에 오 후보자가 관여했느냐’라는 제기된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라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이 지사 사건에서 “토론회의 주제나 맥락과 관련 없이 일방적·적극적으로 허위 사실을 표명한 것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후보자 토론회에서 한 발언을 허위사실공표죄로 처벌하는 데 신중해야 하고, 검찰과 법원의 개입을 최소화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당시 “친형 강제 입원 없다” 무죄…오세훈 ‘파이시티’ 발언 등도 불기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대법원의 무죄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진 지난해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원시 경기도청 본관 로비에서 입장 발표를 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대법원의 무죄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이 내려진 지난해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수원시 경기도청 본관 로비에서 입장 발표를 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상선 기자

2018년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친형 강제 입원 과정에 개입한 적 있느냐”는 상대 후보자 질문에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한 게 문제가 돼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았다. 그 뒤 이 지사는 대법원 전합에서 7대5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을 받으며 정치적으로 ‘기사회생’했다. 이 지사를 살린 이 판결은 최근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화천대유자산관리’의 고문으로 재직한 권순일 전 대법관이 낸 의견이 주된 근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대법관은 의혹이 불거진 뒤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고문직과 판결은 무관하고, 지금도 판결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 검찰은 경찰이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파이시티 사업 관련 발언’과 ‘보수단체 집회 참석 관련 발언’ 관련 오 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이 시장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라 불기소 처분했다. 지난 4월 후보자 토론회에서 오 시장은 “파이시티는 제 임기 중 인허가 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했다가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또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보수단체 집회에 대해 “한 번 나가서 연설했다”고 말했다가 거짓이라며 고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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