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인 심모(34)씨는 일주일에 4~5일은 레깅스를 입는다. 일주일에 3일은 재택근무를 하고 주말에도 집에 있을 때가 많아서다. 요즘은 집 근처 음식점에 갈 때다 친구를 만날 때도 레깅스를 입는다. 얼마 전에는 골프장에도 입고 갔다. 심씨는 “이전에는 집 앞 슈퍼에 갈 때도 청바지로 갈아입었다”며 “이제는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는 내 몸에 편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편안함을 앞세운 ‘애슬레저룩’ 바람이 불고 있다. 요가 같은 운동을 할 때 입었던 레깅스를 외출복으로 입는다. 에스레저룩은 운동이라는 의미를 담은 애슬리틱(athletic)과 여가를 뜻하는 레저(leisure)를 합친 단어다. 이전까지 운동복이라고 여겼던 레깅스를 일상복으로 입는 것이다. 6일 한국패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애슬레저 시장 규모는 3조원으로 2016년(1조5000억원)보다 두 배로 커졌다.
애슬레저룩의 유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운동 열풍이 분 영향이 크다. 운동 시간을 정해두기보다 일상생활에 운동이 스며들었다는 의미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스레 편한 옷을 찾게 된 영향도 있다. 여기에 남의 시선보다 나의 만족으로 중시하는 MZ세대(1980년 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성향도 작용한다. 직장인 김모(32)씨는 “레깅스를 입으면 불편한 구두가 아닌 운동화를 신게 되고 걷기나 스트레칭 같은 운동을 수시로 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덕분에 레깅스 업계는 특수를 맞았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레깅스 브랜드인 젝시믹스 덕에 올 상반기에만 864억원의 매출(연결 기준)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늘었다. 레깅스 브랜드인 안다르도 지난해 759억원을 벌었다. 콧대 높은 해외 브랜드도 한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요가복계 샤넬’로 불리는 미국 스포츠웨어 브랜드인 룰루레몬은 올해만 국내에 매장 4곳을 열어 현재 12곳을 운영하고 있다. 코오롱FnC도 지난해 레깅스를 출시했다. 레깅스를 입고 외출하는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아예 외부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애슬레저룩 바람은 여성 속옷 시장까지 번지고 있다. 와이어가 없이 티셔츠 같은 브라렛을 비롯해 남성 속옷으로 여겨졌던 트렁크나 드로즈 팬티를 입기도 한다. 모두 편안함 때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브랜드인 자주는 지난 7~8월 와이어가 없는 브라렛의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83% 신장했다고 밝혔다. 여성용 사각팬티 매출은 293% 뛰어 삼각팬티보다 더 많이 팔렸다. 전우재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미의 기준이 마른 몸에서 건강한 몸으로 달라지고 있고 이런 분위기가 소비 성향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