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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멍'에서 얻은 깨달음...태초에 산과 바다는 한몸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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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산인가, 바다인가.
굽이굽이 흐르는 산등성이에 흰 구름이 흰 옷자락처럼 걸쳐 있다. 시작도 끝도 알 수 없이 펼쳐진 광활한 풍경 속에 시간도 멈춘 듯하다. 극과 극은 통하다고 했던가. 산인 줄 알았던 풍경이 사실은 끊임없는 파도에 몸을 내맡긴 바다의 모습이다.

주기중 사진전 '물결(Wave)' #부산 구박갤러리 6일 개막 #장노출 기법으로 포착한 바다 #"자연에서 보는 에너지 흐름"

사진가이자 전시기획자 주기중이 부산 구박갤러리 개관 기념 초대전 'Wave(물결)'를 연다. 작가는 거센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모습을 사진 고유의 ‘장노출’ 기법으로 산에 운해(雲海)가 드리워진 것처럼 표현했다. 그의 화면 안에서는 바다가 산처럼 보이고, 산이 파도처럼 물결친다.

주기중, Wave Project East Sea 05, 2019. [사진 주기중]

주기중, Wave Project East Sea 05, 2019. [사진 주기중]

주기중, Wave Project East Sea 02, 2019. [사진 주기중]

주기중, Wave Project East Sea 02, 2019. [사진 주기중]

주기중, Wave Project Mt, 2012. [사진 주기중]

주기중, Wave Project Mt, 2012. [사진 주기중]

작가는 "너울성 파도가 세차게 몰아치던 날 바다를 보며 ‘번쩍’ 하는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끊임없이 밀려와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가 ‘운해(雲海)’를 닮았다"는 것. 끊임없는 흐름에서 발견한 고요한 찰나의 풍경은 ‘물멍’이 그에게 선사한 깨달음이었다.

작가는 지난 3년간 태풍이 오거나 풍랑주의보가 일 때마다 부산에서 고성까지 동해안을 따라 지형을 관찰하며 사진을 찍었다. 파도가 바위에 부서지며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장면을 2~10분 동안 조리개를 열어 두는 장노출 기법으로 촬영했다. 그렇게 농축된 시간이 담긴 그의 사진은 "태초에 산과 바다는 한 몸이었다"고 말한다.

작가에게 ‘Wave(물결)’ 는 자연에서 보는 기(氣)의 흐름이자 에너지의 패턴이다. 그는 산과 바다, 사막과 설원 등 서로 다른 대상을 유사한 패턴으로 연결하며 보는 이들에게 자연의 이치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 작가는 “일상에 지치고, 마음이 울적할 때 자연을 찾는 것은 단지 아름답기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자연은 우주의 질서에 대한 깨우침을 준다"고 말했다.

주기중, Wave Project East Sea 01, 2020. [사진 주기중]

주기중, Wave Project East Sea 01, 2020. [사진 주기중]

주기중, Wave Project East Sea 02, 2020. [사진 주기중]

주기중, Wave Project East Sea 02, 2020. [사진 주기중]

그의 초대전을 여는 구박갤러리는 부산 중구에 있는 사진전문 갤러리다. 신라대 구승회 교수가 사진문화 발전을 위해 뜻을 같이하는 지인들과 함께 지난 9월 1일 문을 열었다.

전통 산수화의 정신을 사진으로 구현하는 ‘신진경산수’ 작업을 해온 주기중 작가는 일간지 사진부장·영상에디터 등을 지냈다. 저서로『아주 특별한 사진수업』, 『사진, 그리고 거짓말』『산수화로 배우는 풍경사진』을 펴냈고, 서울시 50+재단에서 사진강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시는 22일까지.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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