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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대 출신이 시설관리 책임…유동규, 이사장 머리 위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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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_JTBC캡처

유동규_JTBC캡처

경기도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52·구속)이 채용 당시부터 각종 구설에 올랐던 사실이 뒤늦게 논란이 되고 있다. 그의 채용 과정과 이후 인사 스타일에 대해 성남시의회 등에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으나 징계는 물론 감사조차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경력 부족한데 곧바로 최고 책임자

5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유 전 본부장은 2010년 10월 15일 성남시시설관리공단(성남도시개발공사 전신) 기획본부장으로 임용됐다. 그해 10월 1~8일 관련 서류를 신청받은 뒤 10일 1차 서류적격자 발표, 11일 면접 이후 다음날인 12일 합격자를 발표했다. 당시 성남시시설관리공단은 이사회에서 전임 이사장을 해임하고, 본부장도 공석인 상황이었다. 유 전 본부장은 임용되자마자 성남시설관리공단의 최고 책임자인 이사장 직무대행이 됐다.

성남시의회는 유 전 본부장의 채용 과정 등에 의문을 제기했다. 유 전 본부장은 한 대학 성악과를 졸업하고 유통·통신회사에서 일했다. 휴대폰 임가공 및 부품 제조·개발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다 그만둔 뒤 한 건축회사 영업 기획을 했다고 시의회에 밝혔다. 2008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한솔 5단지 아파트 리모델링 추진위원회 조합장, 2010년 1기 신도시 리모델링 연합회 회장을 지낸 것 외엔 시설관리공단 업무 연관성이 없다. 2010년 10월 성남시의회 제173회 도시건설위원회·행정기획위원회 제3차 회의록에는 문제를 제기하는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성남도시개발공사

“음대 나온 분이 시설 관리를…”

“종전에 하시던 일과 앞으로 맡아서 해야 할 업무가 연계성이 있다고 생각하나(이재호 시의원)” “임원 인사규정 시행세칙을 보면 관련 기관에서 5년 이상 경력소지자나 석사 이상 학위취득자 등이 대상인데 여기에 해당하나? (김재노 시의원)”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이 공석인데 누가 임명을 했느냐(최윤길 시의원)” “음대 나온 분이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됐는지와 본인의 이력이 시설관리공단의 업무와 일치하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박종철 시의원)” 등의 지적이었다.

당시 유 전 본부장은 “임원 인사규정 중 기타 ‘임명권자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한 자’에 해당하는 것 같다”며“(시장) 인수위원회에 도시건설위원회 간사로 있었는데 분당리모델링 연합회 활동 등을 보고 선발한 것 아닐까 개인적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징계 대상자 승진 등 잇단 논란

유 전 본부장은 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용된 이후 인사권을 휘둘렀다. 당시 이사장에게 있던 인사권을 정관을 고쳐 본부장에게 위임했다고 한다. 임용된 지 3~4개월 동안 무려 20여 차례의 인사를 단행했다.

본부장 판공비 정보를 외부에 유출했다고 경리파트 직원 5명을 직위 해제시키기도 했고, 이 기간 2~3차례 인사 대상이 된 직원도 있었다고 한다. 이를 놓고 부당 인사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당시 이재호 시의원은 “정상적인 직을 가지고 수행해도 문제의 소지가 있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부분인데 상급자가 할 일을 대행하면서 상식과 일반적인 관념에 어긋나는 일을 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관련자들을 해고하고 중징계하는 일도 있었다. 이들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구제됐다. 새 이사장이 부임한 이후에도 인사 논란이 잇따르면서 감사원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감사를 통해 유 전 본부장이 징계 대상에 오른 A씨를 인사위원회 심의 없이 구두 경고의 경징계를 하고 이후엔 승진시킨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다. 하지만, 주의 처분은 당시 이사장이 받았다. 한 관계자는 “당시 인사를 휘두른 것은 유 전 본부장인데 주의는 이사장이 받았다”며 “유 전 본부장이 사실상 이사장 머리 위에 있었다”고 말했다.

“준공무원이 이재명 시장 법정 응원전” 

유 전 본부장은 이재명 경기지사(당시 성남시장)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던 2010년 11월 ‘법정 응원전’을 나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기인 시의원은 “준공무원인 시설관리공단 본부장이 왜 시장의 법정 출석에 응원전을 갔는지 의문”이라며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소지까지 무릅쓸 이유가 뭐냐”라고 했다.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가 2018년 10월 1일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경기관광공사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가 2018년 10월 1일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경기관광공사

2017년 1월 20일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에선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들이 관광버스를 대절해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준비하던 이 지사의 출정식에 참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일반 공직자는 시의회나 감사원에서 문제를 지적하면 징계를 받는데 유 전 본부장은 각종 논란이 이어져도 '주의'도 받은 적이 없어서 ‘이사장보다 높은 본부장’이라는 말이 많았다”며 “유 전 본부장이 ‘이 지사의 재선을 돕겠다’며 2014년 지방선거 직전 퇴사했다가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선에 성공한 뒤 복귀한 것도 측근이니 가능했지 일반 공직자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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