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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도에서 136.2㎞/h…구자욱, 제대로 불붙다

중앙일보

입력

올 시즌 장타 생산 능력이 부쩍 향상된 구자욱. [사진 삼성 라이온즈]

올 시즌 장타 생산 능력이 부쩍 향상된 구자욱. [사진 삼성 라이온즈]

타구에 힘이 붙었다. 삼성 외야수 구자욱(28)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구자욱은 올 시즌 화끈하다. 5일까지 때려낸 장타가 52개로 일찌감치 지난해 기록(44개)을 넘어섰다. 리그에서 그보다 더 많은 장타를 때려낸 건 NC 나성범(54개)뿐이다.

인상적인 건 홈런 페이스다. 지난달 22일 사직 롯데전에선 7회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려 3년 만에 시즌 20홈런 고지를 밟았다. 구자욱은 이 홈런으로 데뷔 후 처음이자 KBO리그 역대 53번째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3년 만에 시즌 5할대 장타율을 회복, 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2017년·21개) 경신 초읽기에 들어갔다. 구자욱의 최근 두 시즌 홈런은 모두 15개였다.

장타가 늘어난 비결은 뭘까. 일단 타구가 강해졌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구자욱의 시즌 타구 속도는 4일 기준 136.2㎞/h다. 개인 최고 시즌을 보낸 2017년보다 2.8㎞/h. 지난해와 비교하면 3.4㎞/h가 더 빨라졌다. 김용달 삼성 타격코치는 "구자욱은 콘택트 이후 릴리스 동작이 좋아졌다. 즉 타구를 보내는 (배트에 맞는) 면이 넓어졌다. 덕분에 타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 높은 발사각을 유지하면서 타구 속도가 더 빨라진 구자욱. [사진 삼성 라이온즈]

올 시즌 높은 발사각을 유지하면서 타구 속도가 더 빨라진 구자욱. [사진 삼성 라이온즈]

장타 확률이 높은 건 배럴(Barrel) 타구다. 배럴은 세이버메트리션 톰 탱고가 만들어 낸 이상적 타구 지표 중 하나로 타구 속도 시속 98마일(157.7㎞) 이상, 발사각이 26~30도인 경우가 해당한다. 적절한 타구 각도에 강한 타격이 뒷받침돼야 배럴이 가능하다. 구자욱의 빨라진 타구 속도는 의미 있는 변화다. 배럴 기준인 시속 98마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국내 타자 중에선 상위권이다. 지난해 '타격 기계' 이정후(키움)가 기록한 타구 속도가 137.6㎞/h(발사각 17.9도)였다.

구자욱은 대표적인 어퍼 스윙 타자다. 그만큼 발사각도 높다. 최근 3년 평균 21도. 올 시즌엔 20.5도다. 2018년 16도로 저점을 찍은 뒤 2019년부터 꾸준히 20도 이상을 유지 중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선 발사각 10도 이하는 땅볼, 10~25도 사이는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구자욱의 경우 더 빨라진 타구가 높은 발사각에서 날아가니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더 위력적이다. 지난해 10개였던 비거리 115m 홈런이 벌써 14개나 나왔다. 타구를 잘 띄우니 땅볼/뜬공 비율이 지난해 0.80에서 올해 0.75로 더 낮아졌다.

의도한 변화는 아니다. 구자욱은 "장타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타구 속도나 발사각도 특별히 의식하지 않는다"며 "별도로 웨이트트레이닝을 더 한다거나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 다만 강한 타구를 만들려고 한다. 그 부분이 타석에서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몸을 낮췄다. 이어 "투수들 유형이 다 다르기 때문에 타이밍 잡는 연습을 했다. 대기타석에서도 투수들이 던질 때 계속 집중한다. (타석에서) 움직임을 줄이고 최대한 간단하게 자세를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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