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농막에 화장실 설치는 불법…일하다 생리현상 해결은?

중앙일보

입력 2021.10.06 09:00

업데이트 2021.10.06 10:54

[더,오래]손웅익의 작은집 이야기(50)

전원주택의 희망을 품고 전망 좋은 땅을 구입한 후 주택 인허가를 받지 못해 애태우는 사람이 많다. 그중에 도로 조건이 허가 요건에 미치지 못하는 사례가 두드러진다. 건축법에는 대지가 접해야 하는 도로의 최소 폭 규정이 있다. 즉, 어떤 땅에 집을 지으려면 4m 이상의 도로에 2m 이상 접해야 한다는 기준이다. 여기에 해당되지 않으면 맹지처럼 집을 지을 수 없다. 이 기준은 안전, 특히 소방 차량통행의 목적이 가장 크다.

건축법에는 전원주택 등을 짓기 위한 주택 인허가를 받기 위해 지켜야할 규정이 많다. 특히 도로 조건을 지키려면 규정 이상의 도로 폭을 확보해야한다. [사진 Wikimedia Commons]

건축법에는 전원주택 등을 짓기 위한 주택 인허가를 받기 위해 지켜야할 규정이 많다. 특히 도로 조건을 지키려면 규정 이상의 도로 폭을 확보해야한다. [사진 Wikimedia Commons]

그러나 지방의 도로는 폭이 4m가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 도로에서 대지까지 들어가는 도로의 길이도 길고 도로 폭도 균일하지 않아 4m 이상 도로라 하더라도 일부 구간에 도로 폭이 미달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폭이 4m가 안 되는 좁은 구간에 접한 필지의 동의를 얻거나 부분적으로 매입해 규정 이상의 도로를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도로를 확보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도로 조건에 문제가 없더라도 주택 인허가를 받으려면 지켜야 할 규정이 많다. 건축법적으로 지목이 대지여야 건축이 가능하므로 지목이 농지인 경우 건축허가 전에 농지 전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농지전용허가는 농지를 대지로 바꾸는 행위이므로 다른 곳에 농지를 조성하기 위한 대체농지 조성비를 납부해야 한다. 200㎡ 이하의 소규모 주택은 건축허가 절차를 간소화한 건축신고로 가능하지만, 지켜야 할 규정이 복잡하다. 즉, 건축물의 대지와 도로의 관계, 구조와 재료, 단열 등 건축법에 정한 기준을 충족해야 건축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모든 법 규정에서 예외를 허용한 건축물이 있다. 소위 농막이라는 건축물이다. 농막의 정의를 보면 농업생산에 직접 필요한, 주거목적이 아닌 시설로서  농기구, 농약, 비료 등 농업용 기자재 또는 종자의 보관, 농작업 중의 휴식 및 간이취사 등의 용도다. 연면적의 합계가 20㎡(6평) 이내다. 농막은 가설건축물 축조신고서와 농막배치도, 평면도만 제출하면 건축이 가능하도록 간소화되어있다. 도로가 없는 맹지에도 건축이 가능하다. 건축물임에도 건축과가 아닌 농지과에서 관리한다. 다만 화장실과 주방설치는 불가하다. 그런데 이 규정으로 인해 불법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농막이 농업현장에서 일하는 농민들을 위한 휴식시설이라는 근본 취지에 부합하려면 화장실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일을 마치고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잠시 쉬면 더 좋겠지만 욕실 설치가 불가하다. 점심 식사나 참을 해 먹으려면 간이 주방이라도 필요한데 주방도 설치할 수 없다. 건물만 덩그러니 지어놓고 창고로 쓰거나 농사 중에 잠시 쉬라는 것인데, 이것은 농민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이 빠져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용도로만 사용한다면 굳이 돈을 들여 건축할 필요가 없다.

농막용으로 적당한 소형 통나무집 셰드블럭. 건축 인허가 요건에 따르면 농막에는 화장실과 주방 설치가 불가능하다. [사진 우드블럭]

농막용으로 적당한 소형 통나무집 셰드블럭. 건축 인허가 요건에 따르면 농막에는 화장실과 주방 설치가 불가능하다. [사진 우드블럭]

건축 전시회에 가 보면 여러 형태의 농막이 등장한다. 추후에 다락을 만들고 화장실과 주방을 설치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도 많다. 이렇게 개조하는 것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냐고 물어보면 불법이라고 한다. 그러면 이렇게 불법으로 개조했다가 문제가 되면 누가 책임지느냐고 물어보면 그것은 업체에서 책임질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막 생산업체에서는 불법개조 된 농막의 모습을 버젓이 홍보하고 있다. 결국 불법이라는 것을 서로 알면서 불법을 저질렀으니 그 책임은 건축주가 지라는 것이다.

최근에 뉴스를 보니 전국에 농막을 불법으로 개조해 별장으로 사용하는 집이 많아 단속을 대대적으로 한다고 한다. 심지어 대규모 전원주택 단지처럼 조성해 놓은 곳도 있다. 단속을 한다고는 하지만 그 많은 농막 내부를 일일이 들어가서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불법으로 개조된 농막은 철저히 적발해서 원상복귀 시키고 벌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단속 인력 핑계로 슬그머니 양성화하거나 유야무야 된다면 앞으로도 건축법의 허점을 악용한 불법은 계속될 것이다.

이렇듯 건축법 규정은 불법을 양산할 여지가 있는지 면밀히 따져보고 시행해야 한다. 진정 농민을 위한 시설이라면 당초 법 규정에서 화장실과 주방 설치가 가능하도록 하고 그와 함께 규모가 작더라도 건축 인허가 요건을 충분히 적용하도록 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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