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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밥뉴스]'포스트잇'으로 ‘성공경험’ 배운다, 대치동 수학 쌤 공부법

중앙일보

입력 2021.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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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수학’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부모들이 혀를 내두르게 하는 학원 시스템. 선행의 선행. 이 ‘매운맛’을 대표하는 대치동 수학이란 타이들을 걸고 선행의 선행을 달리는 질주 대신 순한 맛으로 느리지만 ‘공부 습관 잡기’를 하는 사람이 있다. 올 초 『대치동 수학 공부의 비밀』(길벗)이란 책을 낸 고대원(38) 대치동 캐슬학습센터 원장이다. 그를 지난달 8일 대치동에서 만났다.

대치동캐슬학습센터. 말만해도 선행의 선행을 달릴 것만 같은 곳이지만, 정작 이곳에서는 공부습관을 만드는 학습법을 가르치는데 공을 들인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습관 만들기' 모임도 한다. 우상조 기자

대치동캐슬학습센터. 말만해도 선행의 선행을 달릴 것만 같은 곳이지만, 정작 이곳에서는 공부습관을 만드는 학습법을 가르치는데 공을 들인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습관 만들기' 모임도 한다. 우상조 기자

책을 낸 계기가 있나요.
사실 대치동에 있지만 매운맛은 아니에요. 카이스트(KAIST) 졸업하고 현대차 입사했다가 서울대 교육학 석사를 했거든요. 33살에 졸업을 했어요. 직접 어린 학생들을 지도하고 싶어서 대치동에 발을 들여놨고, 상담을 해보니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더라고요. 부모들이 물어보는 것이 비슷하거든요. 선행해야 하냐, 공부 잘하는 원칙은 뭔가 이런 것들이요.(웃음) 그러다가 영상을 찍었고, 그게 인기를 얻게 되면서 책까지 내게 됐어요.
교육학 석사를 했는데, 왜 수학 과목을 택했어요.
수학은 깔끔하고 떨어지는 맛이 있어요. 백지개념 공부법이라는 것을 하는데, 머릿속에 개념 틀을 만들어주는 것이거든요. 수학을 가르치겠다고 한 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논리적인 학문이거든요. 
말씀하신 공부법이라는 것이 생소한데.
저는 작은 축적의 힘을 믿어요. 예를 들어 헬스 트레이너 선생님께 ‘어떻게 하면 몸이 좋아지나요’ 물으면 원칙이 똑같잖아요. 수학 공부도 그렇거든요. 근데 아이들에게는 ‘내가 조금이라도 잘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중요해요. 저는 4문제씩 아이들에게 서술형 문제를 풀게 해요. 100일이 되면 상장을 주고, 트로피를 줘요. 문제를 풀라는 의도보다, 아이가 성공할 수 있다는 명확한 프로젝트를 주고, 잘할 수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요. 공부는 너무 위를 보면 힘들거든요. 공부를 잘하게 되면, 엄청 잘하는 아이를 또 만나게 되거든요. 그래서 성공의 경험을 자주 느끼고, 습관을 만들어서 루틴을 짜면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한 과목에서 성공하면 다른 과목으로 전이되고요. 이게 공부로 끝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실제로 백지에 개념을 정리한 노트. 우상조 기자

아이들이 실제로 백지에 개념을 정리한 노트. 우상조 기자

백지개념 공부법, 설명을 해주시면요.
몇 단원에 뭐가 있지 개념틀을 아는 건데요. 궁극적으로는 내용이 있어야 해요. 수학 개념은 배우는데, 아이들은 문제로 평가받잖아요. 그래서 백지에 스스로 개념을 적어보고, 잘했다, 못 했다를 보고 도장을 찍어줘요. 백지에 배운 개념을 써보라고 하는데, 이건 결과가 나오는 스토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불과해요. 대치동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이 선행을 달리는 것을 보면 불안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활동을 하는 건 쉽지 않은데, 저는 아이들에게 하도록 하고 있어요.
포스트잇 공부법도 있는데, 그건 또 뭔가요.
포스트잇을 붙여서 문제집에 풀이 과정을 쓰게 하는 건데요. 보통 아이들이 인터넷 강의든, 강의를 듣게 되잖아요. 필기를 해보도록 하는 겁니다. 이 과정을 통해 두 가지를 확인하는데, 하나는 필기를 했다는 것이고,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는 걸 알려주는 겁니다.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가 스스로 문제집을 들춰보면서 ‘내가 잘하고 있구나’를 느끼게 하는 거예요. 한 개로 시작한 경험이 두 개, 세 개가 될 수 있도록요. 대치동에서 수학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려면 전국에서 2~3등은 해야 하거든요. 이곳에서는 전국 단위의 성취를 이루지 않으면 성공 경험을 획득하기 쉽지 않아요. 자기만족을 느끼지 않으면 버티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자기만의 리듬을 만들 수 있도록, 공부습관이라는 리듬을 만들도록 하기 위해 하고 있어요. 습관은 자존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데, 내가 성공하고 있구나라는 증거가 필요하니까, 이게 필요하다고 봤어요.
포스트잇에 필기를 받아적게 하는 것은 간단한 '성공경험'을 만들어주는 시작점으로 쓰인다. 실제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문제집을 고대원 원장이 펼쳐보이고 있다. 그는 서울대에서 교육학 석사를 하던 시절 포스트잇을 활용한 습관만들기 모임을 계기로, 지금껏 포스트잇 활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상조 기자

포스트잇에 필기를 받아적게 하는 것은 간단한 '성공경험'을 만들어주는 시작점으로 쓰인다. 실제 포스트잇이 붙어있는 문제집을 고대원 원장이 펼쳐보이고 있다. 그는 서울대에서 교육학 석사를 하던 시절 포스트잇을 활용한 습관만들기 모임을 계기로, 지금껏 포스트잇 활용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상조 기자

포스트잇을 통해 아이가 성공 경험을 한다는 게 신기하네요.
필기를 소홀히 하면 나중에 서술형 풀이나 실제로 개념을 작성할 때 익숙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자기 손으로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적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책에 적힌 글씨를 그냥 외우는 것과 내가 쓰면서 언어를 습득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고요. 자기 손으로 필기를 해보는 것도 그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실제로 그렇게 해서 상장을 주시는데.
100일마다 상을 주기 시작하면 300일 정도가 됐을 때 아이에게 변화가 와요. 요즘은 아이들이 인생에서 스스로 300일을 뭔가 꾸준히 해본 기억이 없잖아요. 그래서 칼같이 100일마다 상을 줘야 해요.(웃음) 200일째도 그렇고요. 비단 수학이 좋아지는 것은 둘째 치고 생활 전반적으로 바뀌는데요. 이유는 좀 슬퍼요. 아이들이 요즘은 상 받는 경험이 없잖아요. 이 상은 일등상이 아니고 누구나 노력만 하면 받는 상이에요. 꾸준히 한 시간의 누적을 이길 수가 없어요. 똑똑한 사람들을 많이 보아왔는데, 결국 끈질긴 사람을 이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학생들에게 몇만일을 선물하는 사람이 되면, 그 뒤에 (저도) 무언가 더 의미 있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포스트잇이든 백지든 쓰는 것이 색다른데요.
스스로 작은 습관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 석사 때였어요. 하루에 한 개, 잘한 일을 포스트잇에 썼어요. 벽에 붙였죠.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스스로 칭찬하기를 쓰는데, 정말 소소한 것밖에 없더라고요. 예를 들어, 치킨 사 먹을 것을 몸에 좋은 블루베리를 먹었다, 이런 것들이요. 억지로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이제는 내가 잘하는 것이 아니라 남이 잘하는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번호를 붙여서 쓰기 시작했어요. 6900번까지 붙여서 썼어요. 기분이 나쁘지 않더라고요. 이게 사람에게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작은 성공의 원칙이니까요. ※그는 이때 경험을 기반으로 작은 습관부터 시작하는 서울대 습관 모임을 만들었고, 『습관 공부 5분만』이라는 책을 냈다. 
학생들에게 주는 상패엔 '선생 고대원'이 박혀있다. 습관 만들기에 동참하는 부모들을 대상으로도 상장을 준다. 5분 습관만들기에 동참한 한 학부모가 200일 달성을 계기로 받은 상장. 반은 본인 습관, 반은 자녀 습관을 목표로 운영되는데, 500일 이상 지속한 학부모도 있다. 그는 "학부모 인터뷰를 해보니, '처음엔 아이가 못하는 것만 보였는데, 이제는 나도 내 할 일이나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더라"며 웃었다. 우상조 기자

학생들에게 주는 상패엔 '선생 고대원'이 박혀있다. 습관 만들기에 동참하는 부모들을 대상으로도 상장을 준다. 5분 습관만들기에 동참한 한 학부모가 200일 달성을 계기로 받은 상장. 반은 본인 습관, 반은 자녀 습관을 목표로 운영되는데, 500일 이상 지속한 학부모도 있다. 그는 "학부모 인터뷰를 해보니, '처음엔 아이가 못하는 것만 보였는데, 이제는 나도 내 할 일이나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더라"며 웃었다. 우상조 기자

그렇다면 공부습관은 어떻게 만드나요. 
성공은 지능이 아니라 끈기예요. 교육 공학에서는 시스템론적인 사고를 중시하는데요. 학습은 단순히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이야기하고, 학생이 필기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에요. 수업 목표, 필요한 수업 교재, 수업 방법, 시험, 평가 및 피드백 등 일련의 시스템 관점에서 생각해야 하거든요. 공부를 잘하고,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각각 자신만의 루틴이 있어요. 저는 항상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시계를 차고, 같은 디자인 안경을 쓰거든요. 자신만의 루틴을 잡아가면 자신이 에너지를 써야 할 분야를 조금씩 좁힐 수 있잖아요. 학생들도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가 정해져 있어요. 이 에너지는 학습하는 데 활용해야 하고요. 그렇기 위해서는 쓰는 다이어리, 시간대, 볼펜 종류, 독서습관, 식사습관 등 최대한 공부 효율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중요해요. 이런 것을 갖춰가면서 실력을 쌓으면 성과를 낸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런 습관 형성의 가장 큰 이유는 내적인 자존감 형성에 도움을 줘요. 내가 설정한 작은 목표에 성공하고 있고, 다른 것은 무너져도 한두 개쯤 나의 마음으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조금 더 수월하게 생활할 수 있거든요.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결국 결과에요. 내가 필기를 잘하는지, 이해를 잘하는지, 체력 싸움에서 강한지 알아야 해요. 그리고 그중에서 한두 개 필살기를 갖고 승부를 본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책에 아빠도 함께 하면 좋다는 조언 페이지가 있던데요.
대치동 아버님들도 대부분 공부를 잘해본 경험들이 많아요. 근데 주로 교육은 어머님이 맡기 때문에 아버님들은 뒤로 빠져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방향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어요. 근데 중요한 것은 지금은 옛날과 달라서 자녀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어머니와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년 정도는 ‘예습’이라 하고, 그 이상은 ‘선행’이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데요, 예습과 선행,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선행과 공부는 자산이랑 비슷해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요. 하지만 자산을 늘리려고 무리하다가는 위험에 빠질 수 있어요. 적정선에서 내일 할 수 있는 만큼 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만의 속도감을 갖고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공부입니다.
듣고 보니 대치동의 ‘매운맛’이 아니라 ‘순한 맛’이네요.
공부는 속도가 문제가 아니에요. 방향의 문제죠. 노력을 들이는 시기와 성과가 나타나는 시기가 다를 수 있어요. 묵묵히 가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시간을 쌓아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시점에 성과를 경험할 수 있어요.
공부, 이렇게 해보세요
대치동 수학공부의 비밀. 길벗.

대치동 수학공부의 비밀. 길벗.

1. 오답노트가 제 역할을 하려면 풀이 과정을 가릴 수 있게 반절을 접어 쓰세요. 오답노트가 어렵다면 같은 문제집을 한권 더 사서 오답노트를 대신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2. 내신 시험 잘 준비하는 비법은 4단계입니다. 우선 기본 문제집을 풀어서 감을 익히고요, 학교와 타 학교의 기출문제를 풀어봅니다. 다음 단계는 실제 기출 문제로 모의고사를 치러보고요. 마지막 단계는 오답노트를 풀어보는 것입니다.
3. 백지 개념 노트는 9분의 1로. 백지 개념 노트를 정리하려면 책을 봐야겠죠? 책 내용 중 3분의 1에 밑줄을 긋게 될 겁니다. 그럼 이 밑줄 중 3분의 1반 개념노트로 정리를 하는 겁니다. 결국 9분의 1로 정리를 하는 셈이에요. 개념 틀이 자리를 잘 잡으면 나머지 9분의 8은 살로 붙어나갈 겁니다.
-『대치동 수학공부의 비밀』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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